인구 감소에 다른 방식으로 답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유럽 복지국가로 알려진 핀란드도 인구 구조 변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의 대표 도시 탐페레(Tampere)는 이 문제를 출산 장려금만으로 풀지 않았다. 아이를 더 낳으라고 호소하는 대신, 전 세계의 청년과 전문 인력, 창업자를 도시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탐페레는 2025년 기준 인구 약 26만 명인 핀란드의 세 번째 도시다. 핀란드 남부의 주요 산업·교육·문화 거점으로 꼽히는 이 도시는 지역 대학과 기업, 시청을 하나의 인재 유치 시스템으로 묶었다.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 인력을 일시적 체류자가 아니라 지역에 남을 생활인구이자 경제인구로 본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 인재로 바꾸다
핀란드 정부는 2021년 교육정책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외국인 학위 유학생 수를 세 배로 늘리고, 외국인 졸업생의 75%가 핀란드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학생을 많이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졸업 이후 취업과 정착까지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탐페레는 이 국가전략을 도시 차원에서 구체화했다. 탐페레에는 탐페레대학교(Tampere University)와 탐페레 응용과학대학교(TAMK)가 있다. 연구중심 대학과 현장형 응용과학대학이 함께 있어,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 산업 인재로 연결할 기반을 갖춘 도시다.
과제도 있었다. 탐페레의 외국어 사용 주민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같은 규모의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충분하지 않다. 2018년 기준 외국어 사용 주민은 1만 4,400명 수준이었고,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뒤 지역에 남아 취업하는 비율도 낮았다. 탐페레는 인터내셔널 탐페레 허브(International Tampere Hub)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외국인 석·박사급 인재가 졸업 후에 지역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도록 기업·대학·시청이 협력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시청 안에 만든 원스톱 정착 창구
인터내셔널 하우스 탐페레(International House Tampere)는 탐페레시가 운영하는 외국인 인재 정착 지원 조직이다. 외국인 주민의 생활 적응, 취업, 학업, 창업을 돕고, 지역 기업이 해외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역할은 단순한 행정 안내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인재가 탐페레에 도착한 뒤 어디에서 살고, 어떻게 일자리를 찾고, 어떤 절차로 창업할 수 있는지를 한곳에서 안내한다. 기업에는 국제 인재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 인력이 지역 기업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외국인 인재가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몰라” 떠나는 일을 줄였다.
가족까지 붙잡아야 인재가 남는다
외국인 인재 유치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은 가족이다. 전문인력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도 배우자와 자녀가 적응하지 못하면 정착하기 어렵다. 탐페레는 히든 젬스(Hidden Gems)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전문인력의 배우자와 동반 가족이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취업 기회를 찾도록 돕는다.
배우자가 고립되면 가족 전체가 도시를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배우자도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자녀 교육과 생활 정보가 안정적으로 제공되면 정착 가능성이 높아진다. 탐페레가 외국인 인재를 가족 단위로 지원하는 이유다. 인재 유치는 채용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활 정착까지 이어져야 도시의 인구와 산업 기반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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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한국의 지방소멸 대응은 여전히 출산 장려, 귀농귀촌, 청년 주거 지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모두 필요하지만, 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지역 밖 인재를 끌어들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탐페레 사례는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인력을 지역의 미래 인구로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대학이 있는 지방도시는 많다. 대전, 대구, 광주, 충남, 전북, 경북 등은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 인력을 지역 산업과 연결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이들이 졸업한 뒤 떠나게 둘 것인가, 지역 기업과 연결해 정착시킬 것인가다. 지방정부가 대학, 기업, 출입국·비자 지원 기관과 함께 전담 창구를 만들고, 취업·창업·주거·가족 정착을 묶은 패키지를 운영한다면 외국인 인재는 지역의 성장 자원이 될 수 있다.
탐페레의 교훈은 분명하다. 인구정책은 출산 장려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청년이 오고, 배우자가 머물고, 기업이 채용하고, 대학이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