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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이 돈이 되는 산업 생태계를 갖춘 덴마크 지방도시 [월간 지방정부 7월호 기획]

덴마크 칼룬보르, 기업 간 자원 순환으로 만든 산업 공생 모델


쓰레기 처리 비용을 수익으로 바꾸다

덴마크 칼룬보르(Kalundborg)는 인구 약 2만 명의 소도시다. 그러나 산업생태학 분야에서 이 도시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서로의 폐기물과 부산물을 원료로 교환하는 ‘산업 공생(Industrial Symbiosis)’ 모델이 이곳에서 가장 먼저 작동했기 때문이다.

 

칼룬보르의 실험은 거창한 환경 정책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1970년대 초, 기업들이 물과 에너지, 원료를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협력하면서 시작됐다. 한 기업의 폐기물이 다른 기업에는 필요한 원료가 될 수 있다는 발견이 시작이었다. 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이고, 원료 구매 비용도 낮출 수 있다면 기업이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공장과 공장이 자원을 나누는 방식

칼룬보르 심비오시스(Kalundborg Symbiosis)에는 현재 17개 안팎의 공공·민간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참여 주체는 세계적 제약회사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 효소 기업 노보자임스(Novozymes), 아스네스 발전소(Asnæs PowerStation), 칼룬보르 정유소(Kalundborg Refinery), 지방정부와 공공 유틸리티 기관 등이다. 이들 사이에는 25개 이상의 물, 에너지, 폐기물, 부산물 흐름이 연결돼 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효과는 크다. 발전소에서 나온 잔열과 증기는 인근 기업의 공정 에너지나 지역난방으로 활용된다. 정유소의 부산물 가스는 발전소 연료로 쓰이고, 발전소의 냉각수는 양식장으로 흘러간다. 제약회사와 효소 기업의 발효 부산물은 농업용 비료로 전환된다. 석탄화력발전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도 건축자재 원료로 재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폐기물’이라는 이름이 바뀐다는 점이다. 버리면 비용이 들지만, 연결하면 자원이 된다. 칼룬보르의 기업들은 폐기물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원 순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연간 수백억 원을 아끼는 순환 구조

칼룬보르 모델의 힘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 산업 공생 시스템은 매년 약 2,400만 유로, 한화 약 35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또 연간 약 63만 5,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해마다 36억 리터의 물과 1억 kWh에 이르는 에너지를 아낀다. 재활용되는 고형 폐기물도 연간 수만 톤에

이른다.

 

이는 단순한 환경 성과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료비와 에너지 비용, 폐기물 처리 비용이 줄어드는 경제적 성과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산단의 환경 부담을 낮추면서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환경과 경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가 아니라 신뢰가 만든 시스템

칼룬보르의 또 다른 특징은 이 시스템이 처음부터 정부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이 경제적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협력했고,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은 그 협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산업 공생은 한 번의 협약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기업 간 신뢰와 데이터 공유, 장기적 조정이 필요한 구조다.

 

어떤 기업에서 어떤 부산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어느 기업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 관로와 저장 시설은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칼룬보르의 핵심은 시설보다 관계에 가깝다. 서로의 생산 과정을 이해하고, 비용과 편익을 나누며, 새로운 자원 흐름을 발굴하는 협력 체계가 산업 생태계의 기반이 됐다.

 

한국 산업도시에 주는 시사점

한국에도 칼룬보르와 닮은 조건을 가진 지역이 많다. 울산, 포항, 여수, 군산, 대산, 광양 등에는 에너지, 석유화학, 철강, 배터리, 소재 기업이 집적된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미 많은 양의 열, 물, 부산물, 폐기물이 발생한다. 문제는 그것이 개별 기업의 처리 비용으로 남을 것인가, 지역 산업생태계의 자원으로 연결될 것인가다.
 

지방정부가 할 일은 모든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산업단지 안의 에너지와 폐기물, 부산물 흐름을 조사하고 기업 간 연결 가능성을 매핑해야 한다. 이후 공동 배관, 열 공급망, 폐수 재이용 시설 같은 공유 인프라를 조성하고, 기업 간 계약과 인허가를 중개할 수 있다. 환경부 인센티브나 탄소중립 지원사업과 연결하면 산단 기업의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칼룬보르의 교훈은 분명하다. 폐기물은 행정이 처리해야 할 부담만이 아니다. 잘 연결하면 기업의 비용을 줄이고, 지역의 탄소 배출을 낮추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자원이 된다. 산업도시의 미래는 더 많은 공장을 짓는 데만 있지 않다. 이미 있는 공장들이 자원을 어떻

게 나누고 순환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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