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8 (수)

  • 흐림동두천 23.7℃
  • 흐림강릉 27.1℃
  • 서울 24.1℃
  • 대전 25.0℃
  • 흐림대구 31.6℃
  • 흐림울산 29.0℃
  • 광주 25.5℃
  • 흐림부산 27.5℃
  • 흐림고창 25.9℃
  • 구름많음제주 31.5℃
  • 흐림강화 24.4℃
  • 흐림보은 23.8℃
  • 흐림금산 26.2℃
  • 흐림강진군 26.5℃
  • 흐림경주시 30.7℃
  • 구름많음거제 25.5℃
기상청 제공

EU 예산을 사냥하는 프랑스 리옹 [월간 지방정부 7월호 기획]

공모사업을 도시 전략으로 바꾸다


EU 예산은 기다리는 돈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2021~2027년 결속정책 예산으로 프랑스에 184억 유로, 한화로 약 32조 원을 배정했다. 결속정책은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고용, 사회통합, 친환경 전환, 혁신을 지원하는 EU의 대표 투자 정책이다. 이 예산은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돈이 아니다. 지역과 도시가 어떤 사업을 설계하고 신청하느냐에 따라 실제 확보 규모와 활용 방식이 달라진다.

프랑스 제3의 도시권인 리옹 메트로폴(Méropole de Lyon)은 이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도시다. 리옹은 EU 예산을 도시 정책을 실행하는 핵심 수단으로 본다. 사회통합, 일자리, 도시재생, 기후중립, 스마트시티 사업을 EU 공모와 연결하고, 전담 조직과 도시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발굴한다.

 

사회정책도 EU 자금으로 설계하다

리옹 메트로폴은 유럽사회기금 플러스(ESF+)의 위임 관리 기관이다. ESF+는 고용, 교육, 사회통합,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EU 재원이다. 리옹은 이 재원으로 2022~2027년에 사회적 취약계층의 직업 재통합, 여성 자립, 고용 접근성 강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리옹은 지역의 사회정책 목표를 먼저 세우고, 그 목표에 맞는 사업을 공모 방식으로 조직한다. 지역 단체와 기관은 고용·복지·교육 현장의 문제를 EU 예산과 연결하고, 리옹은 이를 도시 차원의 사회통합 전략으로 묶는다.

 

스마트시티에서 기후중립 도시로

리옹은 도시 전환 사업에서도 EU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과거에는 뮌헨, 빈과 함께 EU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Smarter Together’에 참여해 에너지 효율, 데이터 기반 도시관리, 지속 가능 교통 솔루션을 실증했다. 현재는 EU 연구·혁신 재정 프로그램인 Horizon Europe의 ASCEND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ASCEND는 리옹과 뮌헨을 실증 도시로 삼아 청정에너지 지구 모델을 확산시키는 사업이다. 리옹은 EU의 ‘100대 기후중립·스마트 도시 미션’에도 선정됐다. 2030년까지 유럽 도시들이 기후중립을 달성하도록 기술 지원,투자 플랫폼, 실증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리옹이 EU 예산을 잘 활용하는 이유는 전담 조직과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리옹 메트로폴은 유럽 자금과 국제협력 업무를 상시 운영하며, EU 사업 정보를 모으고 공모 일정에 맞춰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또 EU 지역 정보·상담 창구인 EUROPE DIRECT Lyon Métropole과 유럽 주요 도시 정책 협력망인 Eurocities를 통해 사업 정보와 협력 기회를 넓혀 왔다. EU 공모사업은 여러 도시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경쟁력이 높아진다. 리옹은 도시 외교와 예산 확보를 연결해 온 것이다.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한국 지방정부에도 활용 가능한 재원은 많다. 균형발전특별회계,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중앙부처 공모사업, 지역혁신사업 등이 있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가 정보 부족, 전담 인력 부재, 협력 부재로 기회를 놓친다. 공모가 뜬 뒤 급히 사업을 맞추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리옹은 예산 확보도 하나의 전문 행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방정부는 공모 정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지역 현안을 사업 언어로 바꾸며, 대학·기업·민간단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조직을 가져야 한다. 공무원이 단순 집행자가 아니라 예산을 설계하고 끌어오는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기다리는 지방정부와 만드는 지방정부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예산은 받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 지방정부 역시 스스로 돈이 들어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다리는 지방정부 vs. 만드는 지방정부

다섯 도시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상위 정부의 배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았다. 홍콩은 토지의 가치를 스스로 포획했고, 탐페레는 외국인 인재를 지역의 미래 인구로 끌어들였다. 오스틴은 기업이 원하는 행정·인력 생태계를 만들었고, 칼룬보르는 폐기물을 수익이 되는 자원으로 전환했다. 리옹은 예산 공모를 도시 전략의 일부로 삼았다.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교훈은 하나다. 예산은 받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 역세권 개발권 확보, 외국인 인재 유치 전담 행정, 앵커기업 유치 생태계 조성, 산단 공생 구조 구축, 중앙 공모 전담 조직 운영 가운데 단 하나만 제대로 실행해도 수백억 원의 재정 효과를 만들수 있다. 새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구체화되는 지금, 지방정부의 과제는 분명하다. 중앙정부의 배분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직접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