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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AI가 던진 미래의 신호] 이번 주 AI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사회와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상승과 용수 부족, 환경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AI 인프라의 핵심 경쟁력도 반도체와 자본에서 전력 확보와 지역사회의 수용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새로운 국제규칙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거래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누구를 대표하는가, 어디까지 위임받았는가, 잘못된 행동은 누가 책임지는가”를 증명하는 신원·권한·책임 체계가 필요해졌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두 가지 미래 신호와 함께, 공공부문이 개별적인 AI 실험을 넘어 정부 운영체계를 어떻게 재설계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또한 Deloitte의 「AI 도입에서 적응으로」를 통해 AI 전환의 성패는 기술의 사용량이 아니라, AI와 함께 판단하고 실험하는 인간의 행동 변화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분석합니다.
미래학자 이경상 책임교수 godo@kaist.ac.kr |
Future Signal 1
AI 인프라의 경쟁력이 ‘사회적 수용성’에서 결정되기 시작했다
AI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병목은 반도체가 아니라 전력·용수·지역사회의 동의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은 GPU와 고대역폭메모리,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였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실제 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AI 산업이 사용하는 전력과 물, 토지, 그리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새로운 갈등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125개 이상의 지역으로 확산됐습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가정과 중소기업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고, 지역의 물과 토지가 대형 기술기업을 위해 사용되며, 인허가 과정조차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6월 Reuters·Ipsos 조사에서도 자신의 지역에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지지한 미국인은 14%에 불과했습니다. 뉴욕주는 전력 소비량 50MW 이상의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간 중단하는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미국 백악관도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신규 발전설비와 전력망 보강비용이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비용분담 체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Amazon, Google, Meta, Microsoft, OpenAI, Oracle, xAI 등 주요 기업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신규 전력과 전력망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호주에서도 AI와 데이터센터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 보호, 전기요금 안정, 환경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보충하고 물 사용량에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이유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지역에 들어오는 대형 건축물이 아니라, 에너지와 물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새로운 산업시설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사업모델을 바꿀 것입니다. 앞으로 데이터센터 기업은 서버 공간을 공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체 발전과 재생에너지 투자, 전력망 확충, 용수 재활용, 지역 일자리 창출, 전기요금 안정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입지 경쟁력도 부지 가격이나 세제 혜택보다 전력 자립성, 용수 순환 능력, 주민 수용성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래학자의 Insight
AI는 가상의 공간에서 작동하지만, AI 산업은 전력과 물, 토지라는 매우 물리적인 기반 위에서 성장합니다.
따라서 AI 인프라 경쟁의 다음 단계는 ‘얼마나 큰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것인가’가 될 것입니다. AI 산업의 사회적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과 지역은 자본과 기술을 갖고도 데이터센터를 건설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AI 인프라 기업은 기술기업인 동시에 에너지기업, 환경기업, 지역개발기업으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Future Signal 2
AI 에이전트를 위한 새로운 신원·위임·책임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을 대신해 일정을 잡고, 상품을 구매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며, 금융거래와 행정처리까지 수행합니다. AI가 실제 행동을 시작하면 새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이 에이전트는 누구를 대표하는가, 어떤 권한을 위임받았는가, 허용된 행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입니다.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AI 에이전트의 신원과 책임을 다루는 국제표준 작업에 착수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기술·법률·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해 에이전트 식별, 권한 확인, 인간의 통제, 행동기록과 책임 추적을 위한 국제적 프레임워크를 만들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표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넷 경제가 사람과 기업의 디지털 인증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면, 에이전트 경제는 ‘위임의 증명’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고객 에이전트가 실제 고객의 허가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하고, 기업은 외부 에이전트가 자사의 시스템과 데이터에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국민의 에이전트가 민원 신청이나 복지서비스 처리를 대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증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주 200여 명의 경제학자와 연구자가 AI의 노동시장 충격을 전담할 대응기구를 조기에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AI가 직무와 숙련의 가치를 빠르게 바꾸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뒤 기존 제도로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 에이전트가 확산되기 전에 노동시장, 교육, 책임, 안전을 다룰 선제적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개방형 AI를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고 세계 AI 협력기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규칙을 제안한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은 국가안보와 민간혁신을 중심으로, 유럽은 권리와 책임 중심으로, 중국은 저비용 개방형 기술과 개발협력을 중심으로 AI 질서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AI 표준은 앞으로 기술적 편의성을 넘어 국가와 산업 생태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적 수단이 될 것입니다.
미래학자의 Insight
AI 에이전트의 대중화는 모델의 성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에이전트가 누구를 대표하고, 어떤 권한으로 행동하며,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지는지를 증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위임경제가 시작됩니다.
앞으로 디지털 신원 산업은 사람과 기업의 인증에서 ‘Agent Identity–위임 증명–행동기록–책임 추적’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금융, 유통, 의료, 공공서비스의 경쟁력도 얼마나 똑똑한 에이전트를 보유했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회수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이주의 AX 사례]
공공부문은 개별적인 AI 실험을 넘어 정부의 운영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민원 상담을 자동화하고, 공문서를 작성하며, 정책 자료를 분석하는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챗봇과 문서작성 도구를 도입했다고 해서 국민이 체감하는 정부 서비스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McKinsey가 7월 15일 발표한 「How can the public sector meet the AI moment?」는 공공부문이 빠지기 쉬운 ‘파일럿의 함정’을 지적합니다. 공공부문의 AI 성숙도를 나타내는 AI Quotient는 100점 만점에 26점으로, 전 산업 평균 35점과 소매·첨단기술 산업의 44점보다 낮았습니다. AI를 시험하는 단계는 지났지만, 조직과 서비스 전체를 전환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성과의 차이는 접근 방식에서 나타났습니다. 국민이 경험하는 서비스와 업무영역 전체를 재설계한 AI 프로그램은 약 70%가 실제 운영 단계에 도달했지만, 개별 유스케이스 중심의 프로젝트는 약 30%만 운영 단계로 확산됐습니다. 민원 챗봇 하나, 문서작성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 복지신청, 인허가, 자격심사, 검사와 같은 국민의 전체 여정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이 훨씬 높은 성과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실제 McKinsey가 소개한 한 국가 공공서비스기관은 민원응대, 지급 정확성, 부정수급 탐지, 디지털 서비스 생산성을 하나의 업무영역으로 묶어 AI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기능별 파일럿을 흩어놓는 대신 전담 융합팀을 구성하고, 데이터·기술 기반과 위험·윤리 통제를 함께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2년 안에 개발자 생산성을 약 30% 높였고, 10억 달러가 넘는 부정확하거나 부정한 지급을 찾아냈습니다. 직원들은 반복적인 확인업무에서 벗어나 더 복잡한 민원과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공공부문 AX의 목표가 비용 절감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AI 전환은 국민의 대기시간을 줄이고, 신청과 심사의 오류를 낮추며, 복잡한 예외 상황에 공무원이 더 집중하도록 만드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McKinsey는 이를 위해 네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국민에게 제공할 정책 성과에서 출발하고, 서비스의 전체 흐름을 재설계하며, AI를 실제 업무로 확산시킬 운영체계와 변화관리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동시에 국민의 권리와 안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결정에는 반드시 사람이 최종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공공부문의 AX는 새로운 AI 시스템을 하나 더 구축하는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일하는 방식과 국민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을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앞서가는 정부는 AI 프로젝트가 많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더 빠르고 정확하며 선제적인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 운영체계를 바꾼 정부가 될 것입니다.
[이번 주 인사이트 리포트] Deloitte Insights, 2026년 7월 9일
AI 도입에서 AI 적응으로: 인간의 행동이 AI 성패를 결정한다
많은 기업은 AI 계정을 배포하고, 교육을 실시하며, 접속률과 사용 빈도를 높이면 AI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직원이 AI 도구를 열어 몇 번 사용한 뒤 기존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도입은 일어났지만 전환은 일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Deloitte에 따르면 직원들의 AI 도구 접근성은 1년 사이 50% 확대됐지만, 접근 권한을 가진 직원 중 일상 업무에서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비율은 6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조직의 84%가 AI를 중심으로 직무나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I 사용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인 조직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Deloitte는 AI 시대에 필요한 행동을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판단입니다. AI가 빠르고 확신에 찬 답을 제시할수록 사람은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AI의 답을 언제 신뢰하고, 언제 의심하며, 언제 거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인간의 새로운 전문성이 됩니다.
둘째는 실험입니다. AI를 기존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하는 데만 사용하면 효율은 높아질 수 있지만 혁신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질문과 프롬프트를 시도하고, 기존 업무 순서를 바꾸며, AI가 할 일과 사람이 할 일을 지속적으로 재조합해야 합니다.
셋째는 확산적 사고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만들어 내는 데 강하지만, 전혀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고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AI가 평균적인 답을 제공한다면, 사람은 평균 밖의 가능성을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변화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한 번 교육하고 사용을 독려하는 선형적인 변화관리에서 벗어나, 실제 행동을 계속 관찰하고 필요한 순간에 피드백과 코칭을 제공하는 ‘지속적 적응의 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성과지표도 접속자 수와 프롬프트 횟수가 아니라 판단의 질, 실험의 빈도, 업무방식의 변화,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측정해야 합니다.
기업과 교육담당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프롬프트 교육의 양이 아닙니다. 직원들이 AI의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업무방식을 실험하며, 자신만의 관점과 전문성을 확장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AI 리터러시 교육도 ‘도구 사용법’에서 ‘AI와 함께 판단하고 실험하며 일하는 방법’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결국 AI 전환은 기술 도입 프로젝트가 아니라 인간 행동의 변화 프로젝트입니다. 최고의 AI를 보유한 조직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방식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조직이 성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지방정부티비유=미래학자 이경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