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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공무원의 시간을 다시 설계한 나라 [월간 지방정부 8월호 기획]

AI·신뢰·데이터·성과관리·실패 학습으로 본 지방정부 혁신 전략


좋은 정책만으로 성과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예산과 인력으로도 어떤 지방정부는 혁신을 이루고, 어떤 곳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차이는 조직문화다. 성과를 내는 조직은 공무원을 더 오래 일하게 하는 대신, 시간을 시민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설계한다.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행정으로 시민 1인당 연간 4~5일의 시간을 절약하는데, 그 효과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로 추산된다. 싱가포르에서는 공무원의 85%가 인공지능(AI) 활용에 자신감을 보였고, 72%가 AI 교육을 받았다.

싱가포르, 핀란드, 에스토니아, 뉴질랜드, 덴마크 다섯 나라는 제도는 달라도 세 가지 원칙을 공유한다. 첫째, 반복 업무를 줄여 공무원의 시간을 시민 문제 해결에 재배치한다. 둘째, 근무시간보다 목표와 성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셋째, 실패를 숨기지 않고 학습과 협업의 자산으로 축적한다. 싱가포르는 AI로 반복 업무를 줄였고, 핀란드는 성과와 책임 중심으로 일한다. 에스토니아는 데이터를 연결해 행정 속도를 높였으며, 뉴질랜드와 덴마크는 성과 관리와 작은 실험을 혁신의 기반으로 삼았다.

지방정부 혁신의 핵심은 제도를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며, 실패를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하는 문화로 바꾸는 데 있다. 시간을 전략적으로 쓰고 실행력을 높이는 조직은 시민들이 먼저 안다.

 

싱가포르

공무원의 시간을 다시 설계한 나라

AI로 반복 업무를 줄이고 정책 판단 시간을 늘리다

 

기술이 아니라 조직문화다

싱가포르는 공공부문 전반에 AI 사용 지침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다. 퍼블릭 퍼스트가 발표한 ‘공공부문 인공지능 도입 지수 2026’(PSAI) 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공무원의 85%는 AI 사용에 자신감이 있고, 60%는 소속 기관이 AI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공무원의 72%는 AI 교육을 받았으며, 그중 67%는 AI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공개형 AI뿐 아니라 내부 AI 및 기업용 AI를 함께 사용한다. 32%는 정기적으로 혁신 사례를 전달받는다고 했다. 61%는 동료에게 새로운 활용법을 배웠고, 59%는 자신이 찾은 활용법을 공유했다고 응답했다. 싱가포르에서 AI는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다.

 

자동화가 아니라 업무 재설계다

싱가포르 인력부(MOM·Ministry of Manpower)는 2026년 전체 기업의 28.5%가 인공지능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직원 500명 초과 기업의 AI 도입률은 76.4%이고, AI 도입 기업의 70.7%는 직원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강점은 기업이 AI를 실험하고 학습한 뒤 업무를 재설계하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반복 업무를 줄여 시민에게 쓰는 시간을 늘리다

싱가포르에서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 회의록 정리와 같은 작업은 인공지능 행정비 서와 자동화 도구가 맡고, 공무원은 정책 대안 비교와 시민의 실제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을 쏟도록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데이터가 기반이 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AI 도입으로 정리와 편집에 드는 정책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업무 구조가 마련됐다.

 

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싱가포르는 AI를 도입해 반복적인 행정업무 처리에 들였던 시간을 이제 시민을 만나고 정책을 검토· 판단하는 데 쓰고 있다. 보고서 작성과 결재에 묶인 시간을 줄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인력을 늘려도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 성과는 커지기 어렵다. AI도입은 조직의 시간과 업무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리더십의 문제다.

 

한국 지방정부도 불필요한 보고와 결재 단계를 줄이고, 데이터에 근거해 보고하는 원칙을 세우는 일도 필요하다. 결국 AI 행정의 경쟁력은 기술로 아낀 시간을 시민과 더 나은 정책을 위해 되돌려놓는 능력에서 나온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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