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지보다 분명한 목표가 먼저다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결과 중심 공공 관리의 대표 사례로 연구되어 왔다. 재무부와 공공 행정 연구 자료는 뉴질랜드가 성과를 숫자로 관리하기 위해 결과 지향적 관리와 성과 측정 체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고 설명한다. 특히 2012년부터 추진된 더 나은 공공서비스(BPS, Better Public Services) 프로그램은 국가 차원의 핵심적인 결과 목표를 설정해 공공 조직의 집중력을 높인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뉴질랜드의 강점은 '좋은 취지'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성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공공정책은 대체로 좋은 목적을 내세운다. 그러나 좋은 취지만으로 조직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나 개선할 것인 지가 분명해야 부처와 기관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뉴질랜드는 성과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고, 이를 예산과 기관 책임으로 연결하면서 공공 조직의 관심을 투입보다 결과에 맞추도록 했다.
복잡한 문제를 10개 성과 목표로 좁히다
BPS의 핵심은 복잡한 사회문제를 몇 개의 분명한 목표로 정리하고, 그 목표를 숫자로 추적했다는 데 있다. 정부는 청년 범죄, 복지급여 장기 수급, 교육 성과, 예방접종, 디지털 정부 서비스 등 10개 핵심 영역에 대해 구체적인 결과 목표를 제시했다. 모든 일을 동시에 잘하겠다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핵심 과제를 정하고 그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한 것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BPS 도입 이후에 청소년 범죄는 2010년 대비 2015년까지 32% 감소했고, 유아교육 참여율과 학교 성과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정부와의 계약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비율도 2012년 29.9%에서 2017년 59.9%까지 상승했다. 이후 정부는 주요 서비스의 디지털 처리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성과를 측정해야 책임도 생긴다
성과지표는 예산과 연결되고, 기관장은 목표 달성에 책임을 진다. 결과 지향 관리는 조직의 관심을 “얼마를 투입했는가”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로 옮기는 효과를 가져왔다. 공무원이 몇 명 투입됐는지, 예산을 얼마나 집행했는지가 아니라 시민 삶이 실제로 어떻게 개선됐는지를 묻는 방식이다.
특히 제한된 수의 핵심 결과 목표를 숫자로 관리한 방식은 부처 간 협업을 촉진했다. 복잡한 사회문제는 한 부처나 한 부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 범죄를 줄이려면 경찰, 복지, 교육,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디지털 정부 서비스를 늘리려면 행정기관, 기술부서, 민원 부서가 같은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목표를 숫자로 제시함으로써 여러 기관이 같은 방향을 보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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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방정부에 주는 시사점 한국 정부와 지방정부가 뉴질랜드에서 배워야 할 점은 성과를 “열심히 했다”는 말로 설명하지 않는 태도다. 모든 사업을 한 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우선 전략 사업 몇 개를 정해 시민 체감성과와 후속평가를 연결한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성과지표가 모호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지지 않는다.
지방정부는 예산 집행률이나 행사 개최 횟수만으로 성과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정책이라면 참여자 수만 볼 것이 아니라 취업 연결률, 지역 정착률, 재참여율을 함께 봐야 한다. 복지 정책이라면 예산을 얼마나 썼는지가 아니라 대상자가 서비스를 얼마나 빨리 받았는지, 생활 여건이 실제로 개선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민원 서비스라면 처리 건수보다 처리 시간, 재민원 비율, 시민 만족도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단체장이 직접 핵심성과지표를 점검하고,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성과를 설명하는 순간, 조직의 기준과 우선순위는 분명해진다. 성과를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도 어렵고 설명도 어렵다. 뉴질랜드 사례는 지방정부 혁신이 거창한 구호보다 분명한 목표, 측정 가능한 지표, 책임 있는 점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