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일 잘하는 공무원은 답이 빠른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법령과 지침을 정확히 알고, 민원이 들어오면 처리 방법을 곧바로 설명하며,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행정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이미 정해진 답을 찾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민원이 늘고, 여러 부서와 제도가 얽힌 문제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익숙한 답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이다. 행정을 바꾸는 출발점은 제대로 된 질문에서 시작된다.
“원래 해오던 일”을 다시 묻는다
행정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절차와 관행이 있다. 전년도 계획을 참고해 사업을 만들고, 기존 서식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며, 과거 사례를 기준으로 민원을 처리한다.
이러한 방식은 업무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관행이 판단을 대신하면 문제가 생긴다.
주민 참여가 적은 행사도 매년 반복하고, 실효성이 떨어진 사업
도 “계속해 오던 일”이라는 이유로 유지한다. 민원이 반복돼도 개
별 건을 처리하는 데 그치고, 제도 자체의 문제는 살피지 않는다.
행정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원래 그렇게 해왔습니다.”
“지침에 그렇게 돼 있습니다.”
“전례가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이 검토의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례는 판단을 돕는 자료이지 변화를 막는 기준이 아니다.
“원래 그랬다”는 말 앞에서 “지금도 그래야 하는가”라고 묻는 순
간 행정은 달라진다.
질문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진다
행정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지원사업을 몇 개 더 만들 것인가”라고 물으면 새로운 사업 목록이 나온다. 그러나 “청년은 왜 지역을 떠나는가”라고 물으면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 교통, 교육, 문화까지 살펴보게 된다.
지역 축제를 평가할 때도 방문객 수만 물으면 숫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된다. 반면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됐는가”, “주민이 지역의 자산으로 느끼는가”라고 물으면 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 좋은 질문은 업무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만든다.
질문하는 공무원의 태도
질문을 잘하는 공무원은 무조건 기존 방식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그 업무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다.
질문하는 공무원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복잡한 문제 속에서 핵심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공무원이 가져야 할 세 가지 질문
① 무엇을 바꾸기 위한 일인가
업무가 반복될수록 목적보다 절차가 앞서기 쉽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면 업무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업을 완료했는지가 아니라 주민의 문제를 실제로 줄였는가이다.
② 주민은 어떻게 경험하는가
공무원에게 간단한 절차도 주민에게는 여러 서류를 준비하고 여러 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일 수 있다.
주민은 어느 부서가 담당했는지보다 자신의 문제가 해결됐는지를 본다. 행정 편의가 아니라 주민의 경험에서 절차를 살펴야 한다.
③ 다음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
한 번의 사업과 한 건의 민원 처리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는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제도와 절차를 다시 살펴야 한다. 사업에서 얻은 경험을 다음 정책에 반영할 때 행정의 경험도 조직의 자산이 된다.
질문할 수 있는 조직이 강하다
공무원 개인이 질문하는 태도를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질문을 받아들이는 조직문화도 필요하다.
회의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여기고, 기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 경험이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조직에서는 좋은 질문이 나오기 어렵다.
“이 방법이 최선입니까?”
“현장에서는 다르게 보지 않을까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습니까?”
이러한 질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정책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좋은 관리자는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구성원이 필요한 질문을 던지게 하고, 그 질문을 조직의 더 나은 판단으로 연결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질문하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공무원에게 정확한 답은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 이미 준비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역소멸, 돌봄,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과 같은 문제는 하나의 지침이나 한 부서의 경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새로운 문제에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앞서 왜 해야 하는지를 묻고, 얼마나 추진 했는지에 앞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질문은 행정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 행정이 가야 할 방향을 바로잡는 힘이다.
마무리
좋은 공무원은 모든 질문에 즉시 답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민보다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조직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왜 이 문제가 반복되는가?”
“누구의 목소리가 빠져 있는가?”
“이 정책은 주민의 삶을 실제로 바꾸고 있는가?”
행정의 변화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익숙한 업무 앞에서 한 번 더 묻고, 보고서의 숫자 뒤에 숨은 현실을 살펴보며, 주민의 말 속에서 진짜 문제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복잡한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다.
좋은 질문이 좋은 판단을 만들고, 좋은 판단이 좋은 행정을 만든다.
[지방정부티비유=지방정부미래전략사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