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다양한 규제개혁에 대한 난상토론이 되기를 기대하며 각자 자기 소개로 시작하겠습니다.
박용진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_ 임기를 막 시작하신 구청장님과 군수님께서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업무를 시작하면서 느낀 어려움과 지역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 각 부처와 협의해 개선 방향을 찾아보겠습니다.
이영애_ 부위원장님께서 오늘 말씀을 많이 하시기보다 지방정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답변도 적극적으로 끌어내겠습니다. 먼저 간담회 장소를 마련해 주신 구재용 서해구청장님부터 소개가 있으시겠습니다.
구재용 서해구청장_ 반갑습니다. 인천은 이번 행정체제 개편으로 11개 구·군이 됐습니다. 오늘 모든 단체장을 모시고 싶었지만 여러 일정이 겹쳐 여섯 분이 함께하게 됐습니다. 기존 서구가 서해구와 검단구로 나뉘었습니다. 새로운 행정구역이 출범했지만 예산과 인력, 행정 기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오늘 인천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신설 자치구의 어려움이 충분히 논의되기를 바랍니다.
박형우 계양구청장_ 저는 3선 구청장을 지냈지만 한 번 쉬고 다시 초선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구정을 이끄는 동안 여러 규제 때문에 추진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비교적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구조적인 문제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진규 검단구청장_ 검단구는 기존 서구가 경인아라뱃길을 경계로 나뉘면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출발부터 인력과 조직, 예산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분구를 통해 더 가까이에서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받기를 기대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재정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열악한 여건이지만 검단구와 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정식 미추홀구청장_ 박용진 부위원장님을 뵈면 재벌개혁과 유치원 3법이 먼저 떠오릅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추진했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초지방정부마다 규제로 인해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정기적으로 기초단체장들과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그 자리에 월간 「지방정부」도 꼭 함께 하겠습니다.
손화정 영종구청장_ 영종구라고 하면 잘 모르시는 분도 있지만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하면 모두 알아보십니다. 영종구도 신설 자치구로서 재정과 인력, 행정시설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어제저녁부터 영종지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밤을 꼬박 새우며 대응하느라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반드시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이런 상황에서도 달려왔는지 헤아려 주시고 영종의 목소리를 각별히 들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장정민 옹진군수_ 오늘 신도와 영종을 연결하는 평화도로 개통식이 있었습니다. 여러 일정이 겹쳐 참석하기 어려웠지만 행사를 마치는 대로 달려왔습니다. 옹진군은 행정구역상 수도권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생활 여건은 수도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교통과 의료, 교육, 산업 기반이 부족하고 접경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이중·삼중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옹진군의 실정을 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영애_ 오늘 간담회는 지방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규제와 애로사항을 대통령 소속 규제합리화위원회에 직접 전달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현장 중심의 소통 자리입니다. 먼저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박 부위원장님께서 설명해 주시죠.
박용진_ 그동안 ‘규제개혁위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28년 만에 ‘규제합리화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대통령 소속으로 위상이 조정됐습니다. 위원회는 성장·민생·지역 분야 등으로 나눠 규제 문제를 다룹니다. 성장 분야에서는 국토·산업 등 기업 활동과 관련한 규제를 살피고, 민생 분야에서는 중소기업·고용·환경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검토합니다. 지방정부와 관련된 문제는 지역 분야에서 다루게 됩니다.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해 주시면 관계 부처와 협의해 개선 방향을 찾아보겠습니다.
이영애_ 본격적인 난상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느낀 규제, 주민과 기업으로부터 많이 들은 불편, 인천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구재용_ 서구가 서해구와 검단구로 나뉘었지만 재정 지원은 충분하지 않고 인력 부족도 심각합니다. 좀 더 꼼꼼한 준비를 거쳐 행정체제를 개편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서해구는 원도심과 신도심이 함께 있는 지역입니다.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기업을 유치해야 하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서울 중심부와 인천의 원도심, 섬과 접경지역을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서해구 원도심에 기업 하나를 유치하려고 해도 수도권 규제에 부딪힙니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설 자치구를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해구와 검단구처럼 분구로 인해 큰 비용을 부담하는 지
역에 실질적인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영애_ 다음은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지만 다시 초선의 마음이라고 하신 박형우 계양구청장님 말씀을 듣겠습니다.
박형우_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넘겨준 권한은 많지 않습니다. 재정분권과 권한 이양이라는 큰 문제도 있지만 오늘은 주민 생활과 직접 맞닿은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는 종전자산평가와 종후자산평가가 이뤄집니다. 종전자산은 사업 전에 평가하지만 종후자산은 사업이 거의 끝난 뒤에 평가합니다. 조합원들은 사업에 참여할 당시 자신이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종전·종후평가를 함께 검토해 조합원에게 예상분담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민이 재개발에 참여했을 때 부담해야 할 금액을 미리 알고 사업 참여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영애_ 저도 이 문제는 크게 와닿습니다. 주민이 사업에 참여하기전에 분담금을 예측할 수 있다면 재산권 보호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정식_ 계양구청장님 말씀에 미추홀구의 실제 사례를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미추홀구의 한 재개발 아파트는 준공 승인이 났고 일부 세대는 입주했지만 추가분담금 문제로 다수 세대가 입주하지 못했습니다. 당초 제시됐던 공사비가 준공 단계에서 크게 오르면서 한 가구가 수천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전문가 파견제도’가 있지만 역시 강제력이 없습니다. 입주가 늦어지면 주민은 중도금과 대출금 이자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공사비 검증 결과에 일정한 구속력을 부여하고 자료 공개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이영애_ 부위원장님, 이 문제 하나만 제대로 개선돼도 주민들이 큰 도움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박용진_ 공사비 산정 방식과 인상 근거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추가 부담을 요구한다는 말씀이군요.
김정식_ 지역주택조합 문제도 심각합니다. 지역주택조합은 일반 주민을 발기인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사업은 업무대행사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민이 낸 돈으로 토지를 사야 하는데 상당한 금액이 홍보와 조합원 모집 수수료로 사용됩니다. 정작 토지는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조합원만 계속 모집하면 사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정부가 자금 사용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때 개입할 수 있는 권한도 필요합니다.
이영애_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박형우_ 공사비에는 물가연동제 문제도 있습니다. 공사가 끝날 무렵 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금액이 크게 늘어나도 주민은 산정 방식과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공사비 증액 기준과 물가연동제 적용 원칙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박용진_ 계산 방식이나 근거자료는 제출하지 않으면서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공사비를 올린다는 말씀이군요.
김정식_ 계약서도 일반 주민에게 불리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민이 법률 지식 없이 작성한 확약서가 나중에는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행정기관이 표준계약서와 정보공개 기준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권한이 명확하지 않아 공무원들도 고소·고발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습니다.
이영애_ 재개발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 주제를 옮기겠습니다. 아까부터 준비하신 내용이 많아 보이는 손화정 영종구청장님 말씀을 듣겠습니다.
손화정_ 영종구는 인천국제공항을 품은 글로벌 항공·물류·관광 거점입니다. 대부분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동시에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성장관리권역 규제를 받습니다. 공항경제권을 조성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기업이 들어오는 길은 막아 놓은 셈입니다. 수도권 규제는 적용받으면서 수도권 주민이 누리는 혜택에서는 제외된 것도 많습니다. 수도권에서 지하철 환승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사실상 유일한 지역이고,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도 도서지역이라는 이유로 야간 이용에 제약이 있습니다.
이영애_ 그 연장선에서 장정민 옹진군수님의 말씀도 들어보겠습니다.
장정민_ 옹진군에는 23개의 유인도와 많은 무인도가 있습니다. 바다 면적까지 포함하면 지역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영흥도는 수도권 전력 생산을 담당하고 있고 북도면은 공항소음의 영향을 받습니다. 덕적·자월권역도 지역 발전을 위해 여러 부담을 감수해 왔습니다. 서해5도는 국가안보를 위해 조업과 토지 이용에서 수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지역을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 규제합니다. 수도권 중심부와 서해 최북단 섬을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박용진_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서울·인천·경기를 광역 단위로 묶어 규제한다는 말씀입니까? 기초지방정부별 여건은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 것입니까?
장정민_ 같은 인천이라도 지역 여건은 전혀 다릅니다. 기초 지방정부별로 세분화하거나 도서·접경지역을 별도로 지정해 규제를 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광역 단위가 아니라 지역의 인구와 산업, 접근성, 군사적 제약 등을 고려한 세부 기준이 필요합니다.
박용진_ 그렇다면 광역 단위의 일률적인 규제를 기초 단위 또는 지역 특성에 맞게 현실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가 사는 서울 강북구도 북한산과 고도 제한 등으로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같은 수도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다른 지역을 일률적으로 묶으면 비슷한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재용_ 옹진군은 서해5도뿐만 아니라 군 전체가 공항소음과 발전소, 군사시설 등으로 여러 피해를 감수하고 있습니다.
장정민_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개발 규제를 받으면서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다시 군사적 규제를 받는 이중·삼중 구조입니다.
이영애_ 옹진의 상황을 직접 들으니 수도권 규제가 얼마나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이제 손화정 구청장님께서 말씀하시던 영종 현안을 계속 이어가 주십시오.
손화정_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이어 병상총량제 문제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영종지역은 수도권 병상총량제의 적용을 받아 종합병원을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영종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습니다. 대형 재난과 감염병에 대비해야 하고 국제공항의 위상에 맞는 응급의료체계도 갖춰야 합니다. 지역 주민이 가장 가까운
응급실에 가려면 다리를 건너 40분 이상 이동해야 합니다. 골든타임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하나는 환승관광 규제입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연간 800만 명 이상의 환승객 가운데 실제로 공항 밖으로 나와 관광하는 비율은 약 7%에 그칩니다. 72시간 무사증 입국제도가 있지만 법무부가 인정한 여행사의 단체관광 프로그램을 사전에 구매하고 지정된 가이드가 동행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인천공항 환승객이 영종과 옹진, 송도, 서울을 관광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면 지역경제는 물론 대한민국 관광산업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영애_ 환승객을 지역 관광과 소비로 연결한다면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겠습니다. 부위원장님께서 꼭 살펴봐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박용진_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습니다.
이영애_ 다음은 김진규 검단구청장님께서 현안을 말씀해 주시죠.
김진규_ 검단구의 한 오래된 아파트 지하에는 군이 사용하는 벙커와 같은 시설이 설치돼 있습니다. 폭우가 내리면 도로의 물이 이 시설을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변압기 등이 침수될 위험이 있습니다.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군사시설 때문에 주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는다면 이전하거나 용도를 폐지해야 합니다. 검단신도시의 주차장 문제도 있습니다. LH나 인천도시공사가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주차장 부지만 정해 놓고 실제 주차장은 지방정부가 토지를 매입해 조성하라고 합니다. 또한 검단구는 신설 자치구 운영에 필요한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임시청사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도 막대합니다. 생활교통과 관련한 권한도 부족합니다. 과속방지턱 하나를 설치하거나 신호체계를 조정하고 일방통행로를 지정하는 문제까지 경찰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생활밀착형 교통시설은 기초지방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권한을 확대해야 합니다.
박용진_ 서해구와 검단구, 영종구가 모두 행정체제 개편 이후 예산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김진규_ 부족한 인력을 신규 채용으로 보강하겠다고 하지만 신설 구에 신규 직원만 보내면 업무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신규 직원은 다른 구에서 경험을 쌓게 하고, 일정한 경력이 있는 직원들을 신설 자치구에 배치해야 합니다.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정도 업무 경험을 가진 직원이 와야 행정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신설 자치구의 예산과 인력 문제는 인천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구재용_ 서해구와 검단구 모두 200명가량 인력이 부족합니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경험 있는 인력과 재정을 함께 지원해야 합니다 법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면 지금의 상황을 기준으로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박용진_ 관련 지원법이 통과돼 시행되고 있다면 행정안전부에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는 있는 것 아닙니까?
김진규_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반응이 없습니다.
손화정_ 영종구는 기존 중구의 내륙지역과 분리됐지만 구청사와 의회, 시설관리공단, 문화재단 등 기존 행정재산은 대부분 내륙지역에 남았습니다. 영종구는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습니다. 민간 건물을 빌려 구청사를 운영하며 상당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행정재산을 새로 마련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존 재산을 매각해 신설 자치구에 지원하는 방안 등도 함께 마련했어야 합니다.
박용진_ 인천은 왜 이렇게 힘들게 삽니까?(박 부위원장과 신설 자치구 단체장들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영애_ 박형우 구청장님과 구재용 구청장님도 추가로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형우_지방정부가 특별교부세나 특별조정교부금을 받아 도로를 개설할 때 공사비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토지매입비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도로 개설비를 보면 토지보상비가 전체 사업비의 80%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토지를 살 수 없는데 공사비만 지원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습니다. 관련 규정에서 토지매입비 사용 제한만 현실에 맞게 고쳐도 지방정부가 예산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재용_ 서해구는 개발제한구역 총량제에도 묶여 있습니다. 지역별 여건과 사업의 공공성을 반영해 개발제한구역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인아라뱃길과 해안선 주변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군 초소와 군사시설도 남아 있습니다. 군 작전에 지장이 없는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친수공간과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영애_ 장정민 옹진군수님께서 준비하신 해상교통 문제를 말씀해 주시죠.
장정민_ 옹진군에는 다리로 연결되지 않은 섬이 많습니다. 섬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지와의 접근성입니다. 육지와 가까운 섬은 다리를 놓을 수 있지만 백령도처럼 먼 섬은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그런데 여객선 운항 규정은 수십 년 전 기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안개가 끼었을 때 요구하는 가시거리 기준도 해외보다 엄격합니다. 섬에서는 안개가 끼면 주민의 유일한 대중교통인 여객선이 멈춥니다. 최근 백령항로는 나흘 동안 배가 뜨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주민이 3∼4일 동안 섬 밖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면 단순한 교통 불편이 아니라 재난입니다. 해상교통의 안전을 낮추자는 것이 아닙니다. 선박의 크기와 장비, 기상관측 기술 등 달라진 여건을 반영해 안전과 주민 이동권을 함께 지킬 수 있도록 운항 규정을 현실화하자는 것입니다. 옹진군청이 옹진군이 아닌 미추홀구에 있다는 것도 옹진군의 특수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다른 기초지방정부의 행정구역에 청사를 둔 기초단체가 사실상 옹진군이 유일합니다.
(전체 참석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영애_ 김정식 구청장님도 추가 말씀해 주십시요.
김정식_ 저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할 사례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추홀구의 주거지 인근 공업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허가됐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였지만 아파트 단지와 학교,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매우 가깝습니다.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이 주거지 가까이에 들어오는 데도 주민 의견 수렴이나 지역 수용성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정부가 주민 피해를 우려해도 현행 기준상 허가를 막을 방법이 제한적입니다. 원도심의 주거 밀집지역 가까이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문제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나 장례식장처럼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은 거리 기준과 교통영향, 환경·안전 문제, 주민의견 수렴을 허가 과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이영애_ 오늘 논의가 규제 완화에만 머물지 않고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강화까지 이어졌습니다. 단체장님들께서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사항을 짧게 말씀해 주시고 박용진 부위원장님의 종합 답변을 듣겠습니다.
구재용_ 서해구의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해양 조난신호기도 채널 사용과 관련한 규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갖고 제품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낡은 기준 때문에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김진규_ 검단구는 임시청사 비용과 인력 부족, 매칭사업 부담 등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했습니다. 임시청사 임차료로 매년 약 25억 원을 부담해야 하고 향후 철거비까지 상당한 비용이 예상됩니다. 행정구역을 새로 만들었다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인천시가 책임 있게 지원해야 합니다.
장정민_ 섬 지원 기준도 정비해야 합니다. 연륙된 지 오래된 지역까지 섬 인구에 포함되면 한정된 섬 지원 예산이 실제 도서지역 주민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못합니다. 어느 지역이 법률상 섬에 해당하고 어떤 지원을 받는지 정확한 통계와 기준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화정_ 영종구는 「도서개발촉진법」에 따른 지원에서는 제외되면서 섬이라는 이유로 생활서비스에서는 제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는 받지만 수도권의 혜택에서는 빠지는 모순이 반복됩니다.
김정식_민선 9기 구청장 부임 후 오늘만큼 귀한 자리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각 구·군이 규제 과제를 분야별로 충분히 준비하고, 발언은 짧게 하되 자료는 풍성하게 갖춰 다시 논의했으면 합니다.
박형우_저도 여러 차례 구청장을 했지만 이런 자리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정례적으로 현장의 문제를 논의할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월간 「지방정부」와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직접 만나 현안을 점검했으면 합니다.
이영애_ 이제 여섯 분 단체장님의 말씀을 모두 들었습니다. 박용진 부위원장님께서 오늘 제기된 사안을 어떻게 검토하고 이어가실지 종합적으로 답변해 주십시오.
박용진_ (단체장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수첩을 채워온 박 부 위원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 제기된 현안은 모두 중요한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도서·접경지역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관계 부처와 국회에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지역 특성에 따라 규제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살펴보겠습니다. 영종구의 환승관광 규제는 법무부와 협의하고, 신설 자치구의 재정·인력 문제는 행정안전부와 국무조정실에 전달해 직접 소통할 창구가 마련되도록 요청하겠습니다. 병상총량제와 지역주택조합, 재개발 공사비 검증, 옹진군의 여객선 운항 규정도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 관계 부처와 검토하겠습니다. 오늘 말씀을 듣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하나씩 챙겨 지방정부와 주민이 “정부가 움직였다”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영애_ 어떤 일이든 처음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28년 동안 지방자치 현장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왔습니다.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책상에서 만든 규제 목록이 아닙니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 이동권과 기업 활동,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에 직결된 문제입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지방정부가 현장의 문제를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처리 과정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방정부의 단체장들이 불합리한 규제에 막히지 않고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월간 「지방정
부」가 함께 하겠습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