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군민의 선택을 받은 김세훈 화천군수. 그에게 군수라는 자리는 단순한 직책이 아니다. 오랜 공직생활 동안 화천의 경로당, 마을을 누비며 군민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산천어축제를 만드는 데 참여하며 작은 지역도 생각과 실행에 따라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다.
그래서 취임과 함께 내건 “첫째도 소득, 둘째도 소득, 셋째도 소득”이라는 말에는 남다른 절실함이 담겨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연금, 체류형 관광, 제값 받는 농업, 군부대 유휴부지 활용까지 그의 정책이 향하는 곳은 결국 군민의 삶이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며, 아이를 키우고 부모와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화천. 인구 감소를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구 3만의 화천을 반드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어쩌면 김 군수에게 지난 9년은 기다림이 아니라 화천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군민이 무엇을 아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가슴에 새긴 시간이 이제 화천을 바꾸는 힘이 되고 있다.
공무원으로 화천의 가능성을 만들었던 김세훈. 이제 군수가 되어 평생 지켜온 화천과 군민의 삶을 위해 다시 뛰고 있다. 그의 9년 기다림이 화천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시간을 김세훈 군수는 만들고 있다. |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인터뷰에 앞서 QR코드로 저희가 만든 군수님 영상을 한 번 보시죠.
김세훈 화천군수_ 화천군의 농어촌 기본소득 이야기를 정성껏 담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이영애_ 드디어 군민의 선택을 받으셨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지로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는데요. 지금 소감이 남다르시겠습니다.
김세훈_ 두 번 떨어지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지역 발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제 공약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소득’입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지원금이 8월부터 주민 1인당 매월 15만 원이 지역화폐로 지급됩니다. 특히 군인 가족은 자녀가 많은 경우가 많아 반응이 뜨겁습니다. 그동안 많은 지원정책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군인 가족에게도 똑같이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영애_ 그런데 18개월 시범사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주민에게 주던 소득을 갑자기 중단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김세훈_ 바로 그 점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기본소득은 일시적인 선심성 정책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인구감소지역 전체로 확대하고, 특별법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국가정책으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님을 만났을 때도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꼭 제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도 제도화를 건의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취임 한 달여 만에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기본소득이 단순히 주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마중물이 될 수 있겠네요.
김세훈_ 농어촌 기본소득을 1년간 지급하려면 약 420억 원이 필요합니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매일 1억 원 이상이 화천에 풀리는 셈입니다. 모두 지역화폐로 지급되기 때문에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의 식당과 상점, 시장에서 순환합니다.
화천의 자영업 점포 수를 고려하면 점포마다 매일 일정한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동형 판매나 새로운 생활서비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소비가 늘면 창업과 일자리가 따라옵니다. 청년들이 화천을 떠나지 않고, 외부에서도 사람들이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영애_ 매출과 일자리, 재투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네요. 그런데 군수님의 구상은 기본소득에서 끝나지 않더군요. ‘햇빛연금’도 준비하고 계시죠?
김세훈_ 농어촌 기본소득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햇빛연금입니다. 화천의 넓은 호수와 군부대 유휴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민에게 골고루 돌려주려고 합니다.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마을 단위 사업은 해당 마을의 공동복지에 사용하되, 대규모 발전사업 수익은 군 전체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기본소득 15만 원에 햇빛연금 10만 원이 더해지면 1인당 월 25만 원입니다.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규모입니다.
이영애_ 군수님은 바꾸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7사단 해체 이후 남겨진 군부대 부지도 화천의 절박한 현안이던데 대통령을 직접 만나 딱 한 가지를 요구한다면 무엇을 말씀하시겠습니까?
김세훈_ 27사단이 해체되면서 지역 상권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군부대 유휴부지가 약 350만 평에 달합니다. 정부가 이 부지를 화천군이 장기간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태양광을 설치해 주민에게 햇빛연금을 지급하고, 기존 막사는 기업 연수원이나 영화·드라마 촬영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과 생활인구가 늘고 주민소득도 높아질 것입니다. 대통령께 “군부대 유휴부지를 화천의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 돌려달라”고 꼭 요청하고 싶습니다.
이영애_ 주민을 만나는 방식도 상당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민원인을 직접 만나신다고요?
김세훈_ 오전 7시 무렵 출근해 30분 단위로 민원인을 만납니다. (김 군수는 직접 휴대폰을 열어 자신의 일정표를 보여주었다.) 차를 한잔하며 이야기를 듣고, 담당 실·과장을 불러 해결 여부를 바로 확인합니다. 조직개편을 통해 종합민원 처리체계도 만들려고 합니다.
이영애_ 공직사회에서 가장 익숙한 말이 “검토하겠습니다” 아닙니까?
김세훈_ 검토하겠다는 말이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릴 때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해드리겠습니다”, 불가능하면 “이런 이유로 안 됩니다”라고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주민에게 막연한 기대를 주고 몇 년씩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공직자는 민원을 자기 일처럼 대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영애_ 군수님 말씀을 들으니 역시! 입니다. 화천의 모든 정책이 결국 ‘소득’으로 모입니다. 관광도 예외가 아니겠지요?
김세훈_ 화천에는 산천어축제뿐 아니라 파크골프장, 파로호, 백암산 케이블카, 평화의 댐, 붕어섬 등 훌륭한 자원이 많습니다. 여기에 1박 2일, 2박 3일, 한 달 살기 같은 체류형 프로그램을 연결해야 합니다. 사람이 들어오면 지역에 돈이 돕니다. 산천어축제 입장료 일부를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면 방문객이 화천에서 식사하고 특산물을 구매합니다. 파크골프도 이용료에 지역상품권을 결합해 소비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영애_ 인터뷰 전에 시장을 돌아보니 농산물이 정말 저렴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반갑지만 농민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군수님께서 약속한 ‘제값 받고 완판하는 농업’은 어떻게 실현하실 생각입니까?
김세훈_ 가락시장에서 오이 50개가 5,000원, 호박 20개가 3,000원에 거래되는 모습을 보고 참담했습니다.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약 50억 원 규모의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농민은 생산에 집중하고 군이 쿠팡·네이버 등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제값을 받고 판매하도록 전담팀을 만들겠습니다. 화천역이 들어서면 지역 농산물만 판매하는 대형 로컬푸드 매장도 조성하려고 합니다. 화천 농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믿고 살 수 있는 군수 인증 브랜드를 만들겠습니다.
이영애_ 교육과 복지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지원정책을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는 뜻도 밝히셨지요?
김세훈_ 대학 등록금 전액과 거주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출생지원금과 돌봄, 입학축하금 등을 모두 합치면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상당한 지원을 받습니다. 이를 ‘태어나서 대학까지 1억 원’, 나아가 일자리와 노후 지원까지 연결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2억 원’의 체계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누가 군수가 되더라도 큰 틀을 함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정책은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영애_ 맞습니다. 좋은 제도를 바꾸지 못하도록 해야겠네요. 화천은 국가안보와 수도권 물 공급을 위해 오랜 세월 희생했습니다. 이제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세훈_ 화천댐은 1944년 건설됐습니다. 한 조사에서는 지난 80년간 화천이 입은 피해가 약 3조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런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등에 화천댐 물을 공급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물값을 제대로 받아야 합니다. 화천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양구·춘천·가평·양평 등 북한강 권역 지방정부가 협의체를 만들고, 국회의원들과 함께 수계기금 인상이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영애_ 저희가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님을 모시고 기초단체 규제혁신 간담회를 매월 진행하고 있는데요. 북한강 권역 지자체를 위해 꼭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세훈_ 너무 감사합니다. 꼭 추진해 주십시오.
이영애_ 인구 3만 화천, 정말 자신 있으십니까?
김세훈_ 자신이 있으니 도전하는 것입니다.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드는 것이 도전 아닙니까. 화천에 가면 소득이 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며 행복해진다는 확신을 주면 사람이 들어옵니다.
정부 지원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천군민의 마음입니다. 새로운 주민과 관광객을 따뜻하게 맞고 함께 살아갈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이영애_ 마지막으로 어려운 지역경제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군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세훈_ 저에게 화천군수의 책임을 맡겨주신 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을 초심을 잃지 않고 하나씩 실현하겠습니다. 특히 어려운 이웃과 약자를 더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잘사는 화천, 작지만 스위스처럼!
이영애_ 두 번의 도전과 기다림을 이겨낸 김세훈 군수의 진심이 군민의 삶을 바꾸는 든든한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모두가 더 잘살고 행복한 화천이 되기를 월간 《지방정부》도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지방정부티비유=이영애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