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조선시대로 들어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타임머신은 필요 없다. 8월 어느 여름밤, 강릉으로 가면 된다. 정신을 차려 보면 당신은 관광객이 아니라 조선시대 부임행차를 따라 걷고 있을 것이다. 엑스트라 지원은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저만치서 북과 나팔 소리가 울리고, 관복을 차려입은 관리들과 군관들이 길을 연다. 행렬의 주인공은 새로 부임한 강릉대도호부사. 강릉에 도착한 부사가 관아로 들어가는 장면을 재현한 ‘부임행차’다. 강릉대도호부는 조선시대 강릉을 다스리던 지방 행정의 중심으로, 오늘날의 시청과 도청을 합쳐놓은 기관쯤 된다. 취타대의 흥겨운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구경꾼과 행렬의 경계도 흐려진다. 낮에는 바다를 즐기고, 해가 지면 구도심으로 건너가면 딱 좋다. 바닷바람이 불면 한낮의 열기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강릉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 낮에는 바다를, 밤에는 시간을 여행하는 도시가 된다. 낮에는 바다, 밤에는 천년의 골목 국가유산야행은 국가유산청이 전국 50여 곳에서 운영하는 국가유산 활용사업이다. 강릉시는 오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즐기는 야간관광 콘텐츠로 키우기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세 거주 청년의 평균 보증금은 2,900만 원, 월세는 41만 원이다. 청년들이 필요하다고 꼽은 주거정책에서도 월세 등 주거비 지원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주요 요구로 나타났다. 인구감소지역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화순군은 주거비 부담과 인구 문제를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했다. 군이 민간 임대아파트를 확보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가 월 임대료 1만 원에 살도록 공급하는 ‘만원임대주택’이다. 2023년 첫 입주를 시작해 2025년까지 300호를 공급했고, 올해 신규 100호 입주자를 선정하며 400호 공급 단계에 들어섰다. 새로 짓지 않고 400호를 만들다 가구당 임대보증금 4,800만 원은 화순군이 부담한다. 공급 주택은 전용면적 49.9㎡ 규모의 20평형 아파트다. 입주자는 보증금 대출 없이 월 임대료 1만 원과 관리비· 공과금만 낸다. 400호의 보증금 규모는 192억 원이다. 임대차가 끝나면 군이 회수하는 돈이어서 입주자에게 지급하고 소진되는 지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만원임대주택은 중심 생활권에 있다. 도보권에 초등학교가 있고, 주변에는 대형마트와 병원, 문화시설이 있다. 주요 버스노선이 지나고 간선도
한때 지방자치단체는 도시를 빛낸 유명인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곤 했다. 그러나 강원특별자치도는 이제 평범한 방문객에게도 ‘강원생활도민증’을 발급한다. 주소를 옮기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할 필요도 없다. 인구감소 시대, 강원도는 이제 ‘사는 사람’뿐 아니라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까지 지역의 실질적인 인구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성·삼척·양양·양구·영월·정선·철원·태백·평창·화천·홍천·횡성 같은 12개 시·군은 이미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이다. 산업 기반 약화와 청년층 유출, 고령화가 맞물리며 일부 지역은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도는 정주인구 확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주말 체류자와 워케이션 방문객을 ‘생활인구’로 포섭하는 전략을 세웠다. 생활도민에게 돌아가는 혜택 주말마다 양양에서 서핑을 즐기거나, 강릉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이들처럼 지역과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유대감을 갖는 사람들, 즉 ‘관계인구(Relationship Population)’가 강원의 새로운 인구 모델이다. 이들은 일회성 관광객을 넘어 지역에 깊은 애착을 갖고 반복 방문하며,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실전 동력’이 된다. 강원
전라남도 장흥의 오후 2시. 한여름 햇살이 가장 뜨거워질 무렵, 사람들은 오히려 거리로 모여든다. 이곳에서는 뙤약볕 아래가 피서지다. 음악이 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사방에서 물줄기가 쏟아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는 건 이미 각오한 일이다. 물총 하나 들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금세 작전명이라도 받은 요원처럼 변한다. 누군가는 미니 물총으로, 누군가는 등에 물탱크를 멘 대형 물총으로 무장했다. 낯선 사람끼리도 웃으며 물을 뿌리고, 아이와 부모, 친구와 연인이 함께 소리를 지른다. 정남진 장흥 물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살수대첩’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리는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빠삐용Zip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장마와 집중호우로 발길이 주춤했다는데도 49만여 명이 다녀갔다. 인구 3만 4,000여 명이 사는 작은 군에, 주민 수의 14배가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 셈이다. 물총부터 고글까지, 나만의 무장 완료 개막일에는 군민회관에서 탐진강변 축제장까지 이어지는 ‘살수대첩’ 거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오후 2시가 되면 탐진강변에서는 DJ 음악과 함께 ‘지상 최대의 물싸움’이 시작된다. 물총, 물바가
늦은 밤, 경남 양산시 한 편의점. 삼각김밥과 컵라면 사이로 술을 고르던 손님이 냉장고 문에 붙은 초록색 스티커를 마주한다. ‘마음을 듣는 109’. 계산대 옆에는 QR코드가 달린 작은 안내판도 놓여 있다. 양산시는 지금 편의점을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생활 속 생명 안전망’으로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름은 ‘CU 투모로우’. 양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와 BGF리테일 CU가 함께 추진하는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사업이다. 행정이 주목한 건 병원이나 상담실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 동선이었다. 누구나 드나들고,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공간. 혼자 술을 사러 들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양산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살예방을 시작했다. 3개월, 600명이 검진을 받았다 양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 자살 현황을 분석하다 음주와 충동적 자살 시도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실제 양산시의 2023년 고위험 음주율은 13.8%로(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 기준) 전국 평균(13.2%)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소연 양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 팀장은 프로젝트 소개 콘텐츠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미 일상 안에 있는 공간에서
아시아 대표 미식도시라고 하면 흔히 도쿄와 홍콩, 방콕과 싱가포르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왜 지금 ‘미식’을 미래 관광의 언어로 꺼내 들었을까. 흑돼지는 육지에서 찾기 힘든 맛이고, 옥돔 한 마리엔 제주 바다가 통째로 들어 있다. 감귤 껍질로 담근 전통주는 다른 곳에선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제주 관광은 오랫동안 자연 풍경 중심이었다. 이제 제주도는 ‘무엇을 볼 것인가’보다 ‘어떻게 머물고 경험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심에 미식이 있다. 제11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JFWF)은 바로 그 변화를 보여주는 축제다. JFWF는 2016년 ‘제주를 미식 문화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사)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정문선 이사장은 공식 인사말에서 “제주도의 청정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제주를 미식 문화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축제는 단순한 미식 행사를 넘어 제주 식문화와 관광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10년이 지난 지금, 축제는 제주 식문화를 축적하는 아카이브 역할까지 하고 있다. 국내외 셰프들은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했고, 주최 측은 이를 ‘JFWF Recipe’ 레
집에 연기가 차오르고, 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는 순간. 다급한 상황에 거는 전화 119. 하지만 “불이 났어요”라는 말을 못 하면 어떻게 될까.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처럼 상황 설명 자체가 복잡한 경우도 적지 않다. 당황이라도 하면 의사소통이 더 어렵다. 특히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주민이 늘어난 농촌에서는 위치나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초기 대응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주민 늘어난 전북 전북특별자치도 자치경찰위원회는 2025년 기준 도내 체류 외국인이 5만 3,284명으로, 2021년 3만 300명보다 75.7%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도 2026년 1분기 기준 1만 2,105명으로 3년 전 6,900명보다 75.8% 늘었다. 이에 전북특별자치도 자치경찰위원회는 외국인 밀집 지역을 분석해 지역별 관리 등급을 지정하고, 맞춤형 치안 대책과 범죄 취약지역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다국어 알림 조명(로고젝터)을 설치·확대할 계획이다. 신고부터 통역까지 실시간 연결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는 2023년부터 전북여성가족재단 소속 전북특별자치도가족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어 119통역봉사단을 모집해 왔는데, 올해 27명이 추가로 위촉되어 봉사
“다른 물가도 다 오른 상황에 비닐 가격까지 크게 올라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서울특별시 송파구 풍납시장에서 청과물을 파는 한 상인의 말이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통시장에서 흔히 쓰이던 비닐 봉투 가격도 크게 올랐다. 새마을시장 상인회 측은 “비닐 가격이 20~30% 가까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비닐 제조업체들은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 급등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으며, 연합뉴스는 최근 포장 용기와 비닐 가격이 8~15%, 일부 품목은 30%까지 인상됐다고 전했다. 송파구는 서둘러 움직였다. 송파구가 꺼내든 대안은 버려진 폐현수막이었다. 선거와 행사 뒤 수거한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친환경 장바구니 약 2,000개를 제작하고 새마을시장과 풍납시장에 무상 배포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검은 비닐 봉투 대신 알록달록한 폐현수막 장바구니에 담아준다. 여러 번 써도 쉽게 찢어지지 않을 만큼 질기고 튼튼해 반응도 좋다. 송파구는 18년째 폐현수막을 활용해 장바구니와 손가방, 앞치마 등을 제작해 주민들에게 무상 배포해 왔다. 일회성 재활용 캠페인이 아니라 생활 속
서울특별시 노원구가 어르신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복지 혜택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어르신이 ‘어디서 머물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중계어르신센터’와 전국 최초 자치구 직영 ‘노원어르신상담센터’가 그 출발이다. 공간과 돌봄을 결합한 방식으로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정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노원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17%에서 19.96%까지 상승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흐름 속에서 노원구는 정책의 초점을 ‘지원’ 에서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2020년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 가입과 2023년 재인증을 거치며 기반을 다진 뒤, ‘내일이 기대되는 문화도시 노원’이라는 비전을 공간과 서비스로 구체화하고 있다. 경로당 너머의 공간 중계어르신센터는 기존 경로당 중심 정책과 구별된다. 경로당이 휴식과 친목 중심의 정적 공간이라면, 이곳은 건강관리·문화·교육·사회참여가 가능한 ‘활동형 거점’이다. 대한노인회 노원구지회가 함께 입주해 사회참여 기반도 갖췄다. 센터는 ‘체류형 공간’으로 설계됐다. 아침에는 5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