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입소문 난 기장군 정관 신도시에는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려는 노인 인구 비율도 20%를 넘어섰다. 실버 세대와 막 자라나는 세대 간에 고리를 연결하여 상생하는 지역을 만드는 데 정관노인복지관이 앞장선다.
1세대와 3세대 교감하는‘우리 동네 자람터’
‘덩기덕 쿵더러러러~’
귀에 익숙한 우리 가락이 흘러나온다. 소리를 찾아 들어선 곳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강사들과 초등 1~2학년생들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실이다. 익숙한 솜씨로 몇 차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아이들은 자못 진지하면서도 시종일관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이다.
잠시 쉬는 시간. 아이들은 그 틈을 타 돌봄 선생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며 둥글게 모여 앉는다. 돌봄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능숙하게 동화구연을 시연한다.
기장군 정관노인복지관을 찾은 이날은 지역 어르신들이 초등학생 1~2학년을 위해 재능 기부 형태로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었다. 강사와 아이들은 동작 하나하나를 맞춰가며 즐겁게 호흡했다. 과거 교편생활을 했었다는 김정신 강사는 “학교 수업과 달리 강사가 일일이 수업 내용과 음악을 구성해야 해서 힘은 들지만 아이들이 잘 따라주고 재미있어해서 고맙다”라며 “지역에 재능 있는 분들이 많으니 퇴직 후에도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나 취약 계층에게 도움이 되어주고 이러한 사업이 많이 전파되면 좋겠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관노인복지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무용은 부산교육청이 지정하고 기장군이 지원하는 ‘우리 동네 자람터’ 프로그램의 하나다.
한국무용 말고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수업은 서예와 종이접기. 특히 종이접기 수업에 흥미가 많은 아이들은 프로그램실 한쪽 벽을 자신들이 만든 종이접기로 꾸밀 만큼 좋아한다.
아이들이 손수 만든 작품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학부모들에게도 공유된다. 이를 접한 학부모들은 칭찬 댓글을 올리고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 파악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다.
보통 수업이 없을 때는 프로그램실에서 돌봄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하거나 동화구연 교육을 하고, EBS 교재로 함께 공부도 한다. 급·간식비(하루 6,500원)만 내면 나머지 비용은 지원비로 충당한다.
<정관노인복지관 '우리동네자람터'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만든 종이접기 작품>
<돌봄 프로그램 '우릴동네자람터'가 진행되는 프로그램실>
정관노인복지관의 이성숙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프로그램실 전체를 친환경 제품으로 구비하고 아이들이 쉴 수 있게 매트도 깔아놓았다”고 시설을 소개했다. 이어 이 복지사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아이들의 작품을 접한 학부모들이 직접 전화해서 ‘고맙다’는 인사도 한다”고 지역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동네 자람터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복지관에 다니는 어르신들을 보면 먼저 인사를 하거나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게 됐다. 여기에 어르신들이 마술이나 음악, 스포츠 스태킹 등 자체 동아리를 결성해 아이들에게 특강 형태로 한 달에 한 번 재능기부도 해준다. 1세대와 3세대가 교감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은 자신의 재능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며 잠시 잃어버렸던 자아를 되찾거나 자아효능감을 맛보기도 한다. 또 신도시의 특성상 맞벌이 가구가 많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부모를 대신해 돌봐주는 어르신이 곁에 있어 든든하다.
부산광역시 노인복지관 중 최대 규모
정관노인복지관은 2018년 2월에 문을 활짝 열었다. 사업비 63억 8,600억 원을 들여 정관중앙로 84-13에 들어섰다.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 부지면적 3,995㎡, 건축연면적 2,909㎡로 부산광역시 노인복지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운영 프로그램은 요가, 댄스, 노래, 오카리나 등 악기, 서예, 당구, 탁구, 컴퓨터, 스마트폰 기초 등 평생교육과 취미·여가 등이며 체력단련실과 건강증진실, 식당 등이다.
평생교육프로그램 수강료는 4개월을 기준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은 과목당 2만 원, 일반 프로그램은 1만 원 선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국가유공자, 국가보훈대상자의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어르신들이 보다 편리하게 복지관을 찾을 수 있도록 셔틀버스도 무료로 운영 중이다. 여기에 단돈 1,500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식자재 대부분이 국내산이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덕분에 식당을 찾는 하루 이용자 수만 400~500명가량이다.
정관노인복지관은 개관한 지 한 달 만에 회원 수 2,500명을 돌파했고 평생교육 프로그램마다 자리가 부족해 발길을 돌리는 어르신들도 부지기수였다고. 노인 인구 20%가 넘는 지역 특성과 이용자 중심의 편리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합쳐져 지역 주민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금동숙 정관노인복지관 관장은 “정관 지역은 노인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곳으로 자기 역할을 잃었다고 여기는 어르신들에게 자아를 찾아드리려고 노력 중이다” 라며 “어르신들이 서비스 수혜자로서만이 아니라 참여자로서 활약하도록 곁에서 돕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