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에서 2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에볼라가 한창 유행하던 때,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조차 “에볼라보다 말라리아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다. 이런 가운데 말라리아의 치료제로 떠오른 개똥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쑥은 생명력이 강해 어디서든 잘 자란다. 전 세계 400여 종, 국내만 해도 약 300여 종이 자생한다. 잔잎쑥, 개땅쑥이라고도 부르는 개똥쑥이 노벨상을 받았다. 평생을 약초 연구와 신약개발에 매진해 온 투유유(屠呦呦) 중국중의과학원 교수는 개똥쑥 연구로 수 백만명을 말라리아로부터 구해내며 중의학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69년 중국에서 말라리아 퇴치 신약 개발을 위해 실시한 대규모 연구사업인 ‘프로젝트523’에 참여한 투 교수는 1700여년 전 중국 동진(東晉)의 의학서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서 영감을 얻어 개똥쑥 연구에 돌입했고, 수많은 연구를 거듭하며 개똥쑥에 있는 아르테미시닌이 말라리아 억제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기존의 말라리아 치료제는 내성이 생겨 쓸모없어진지 오래. 투 교수가 발견한 아르테미시닌의 등장 이후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만명에서 60만명으로 감소했다.
개똥쑥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풀로 길가나 공터, 강가에 자생한다. 개똥처럼 흔하다고 해서, 또는 손으로 비비면 개똥 냄새가 난다고 해서 ‘개똥쑥’이라 불리는 이 풀은 《동의보감》에도 말라리아와 허열 등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고 위벽을 보호하고 간 해독에 좋다하여 예로부터 한방에서 널리 쓰였다. 2008년에는 미국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이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은 기존의 약품보다 1200배나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고혈압, 심장순환기계 질환, 백혈병, 당뇨 등에 좋다고도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미열, 식욕부진, 감기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되며 집에서는 차로 끓여서 먹기도 한다.
이쯤 되면 개똥쑥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몸에 좋다고 눈에 보이는 대로 무조건 먹는 것은 과유불급. 개똥쑥은 차가운 성질이기 때문에 속이 찬 사람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하고 복통을 일으키는 돼지풀과 모양이 비슷해 주의해야 한다.
또 워싱턴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나 투 교수가 연구한 아르테미신 역시 개똥쑥이 가진 성분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시중에 파는 개똥쑥을 먹기만 해서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좋은 만병통치약은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 긍정적인 마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