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가치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역사의 이면에는 돈이 움직이고 있었다. 돈을 통해 역사를 보고, 역사를 통해 돈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변화무쌍한 앞길을 좀 더 확고하게 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지은이 홍춘욱 출판사 로크미디어
내일의 주가는 올라갈까? 내려갈까?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관심에 대한 열망과는 다르게 켜켜이 베일 속에 쌓인 질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시장을 전망하지만 주관적이고 일방적이며 단편적인 것들이 많다.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저자 홍춘욱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 다른 접근을 제시한다.
“ … 세계 역사를 바꾼 중요 사건의 배경을 살펴봄으써,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것이다. 물론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세상일이 명쾌하게 다 설명되지는 않겠지만,
… 세계사의 이면도 있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수요자와 공급자, 사용자와 피용자, 기업과 정부가 아니라, 이러한 관계들의 매개이자 도구인 돈의입장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도는 흥미롭다. 그리고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금융관점에서 세계사의 변화를 추적하는 저자의 접근 방식 또한 탁월하다. 역사의 특수한 반복성과 연속성에 기대어 이어질 역사의 핵심 원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각각의 장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50가지의 사건이 적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산업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동서양을 비교하며 시대와 역사를 관통하는 구성도 알차다. 특별히, “명나라 때까지는 서양보다 잘살았다!”, “왜 청나라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같은 장에서는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
“트라팔가 해전에서 영국은 어떻게 승리했는가?”, “명나라 때 왜구가 창궐했던 까닭은?”, “청나라 때 인구 4억을 돌파한 이유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 이유는?”와 같은 제목들도 인상 깊다. 돈과 전혀 관계없는 제목인 것 같지만, 내용들은 온통 돈으로 가득 차있다.
전 세계의 돈의 역사를 돌아본 후에, 우리나라의 돈의 이야기도 잊지 않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가 이룬 성취를 살펴보고 그 과정 가운데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소득이 1960년에는 100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8년 3만 달러까지 상승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속도대로 성장한다면, 수년 내에 일본보다 더 부유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첨언하자면, 1945년 이후 독립한 국가들 중 1인당 국민소득 ‘1만 4천 달러의 장벽’을 돌파한
나라는(일부 산유국과 도시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타이완 두 나라에 불과하다.”
총 7부로 이뤄져 있는 이 책은 각 부를 갈무리하며 역사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들도 잘 짚어주고 있다. 이를테면 “생산성 증가가 빠른 혁신 국가에 투자하라!”, “건전 재정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등이다. 이러한 교훈들은 비단 각각의 역사와 특정 지역 안에 갇혀 있는 교훈들이 아니다. 각각의 교훈들이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생동감 넘치게 이 곳 저 곳을 활보하고 있다. 어제의 실수와 오늘의 반성이 다르지 않고, 오늘의 깨달음과 내일의 대안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100년간 연 7%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던 건 생산성의 혁신에 힘입은 지속적인 경제성장 덕분이다. 반면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은 일본 같은 나라는 주식시장이 기나긴 침체에 빠져 신음했다. … 어떤 나라가 호황이 이뤄 좋은 투자처로 떠오를 때는 그 호황이 생산성 향상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에 의해 빚어진 일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투자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1871년 이후 금 가격의 변화”, “세계 주요 금융센터의 가용예금 규모”등 이해가 쉽도록 책의 전반에 사용하고 있는 각종 참고 자료와 도표들도 돈의 흐름을 조망하는 좋은 창이 된다.
이 책을 통하여 돈의 흐름과 돈을 이용하는 인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 안에서 움직이는 돈을 통해 우리의 세계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