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9 (금)

  • 맑음동두천 -8.4℃
  • 맑음강릉 -1.7℃
  • 맑음서울 -5.5℃
  • 맑음대전 -5.3℃
  • 맑음대구 -2.1℃
  • 맑음울산 -2.2℃
  • 맑음광주 -3.3℃
  • 맑음부산 -0.8℃
  • 맑음고창 -2.7℃
  • 흐림제주 4.3℃
  • 맑음강화 -8.5℃
  • 맑음보은 -9.0℃
  • 맑음금산 -6.9℃
  • 맑음강진군 -2.7℃
  • 맑음경주시 -3.5℃
  • 맑음거제 -2.1℃
기상청 제공

2026 지방선거

[6·3 지방선거 특집] 공직자의 말말말... 정치를 무너뜨린 말 한마디

정치가 무너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예산안이 부결될 때도, 정책이 실패할 때도 아니다. 실제로는 훨씬 사소해 보이는 지점에서 균열이 시작된다. 한 줄의 문자, 무심코 던진 해명, 익숙하게 반복해 온 말버릇. 그리고 그 말은 종종 결정 그 자체보다 더 빠르게, 더 깊게 신뢰를 무너뜨린다.

 

 

본 기획은 실제 징계·사과·사퇴로 이어진 공직자 발언 사례를 단순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문제가 된 발언들의 ‘반복 패턴’을 데이터로 해부한다.

 

최근 5년간 공개된 지방의원·공직자 징계 사유 자료, 언론 기사 제목과 본문에 빈출된 표현, 선관위 위반 사례 설명 문구, SNS·문자·카카오톡 논란 키워드를 종합 분석했다. 이를 통해 드러난 것은 하나의 명확한 결론이었다. 문제를 만든 말은 대부분 새롭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익숙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등장한 실수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선의였습니다”
선의는 진심을 드러내는 말처럼 보이지만, 공직자의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작동한다. 법과 제도는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많은 공직자들은 “아이 돌이라서”, “지역 행사라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는 말로 상황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 말이 등장하는 순간, 논점은 사실관계에서 책임의 문제로 이동한다. 선의는 면책의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2. “다들 이렇게 합니다”
관행을 앞세운 해명은 늘 등장했고, 늘 같은 결말을 맞았다. 여론의 반감이다. ‘다들’이라는 주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행은 설명이 될 수는 있어도 정당화가 되지는 않는다.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다”, “다른 지역도 다 그렇게 한다”는 말은 방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법과 부주의가 반복되어 왔다는 증거로 작동했다. 관행은 보호막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3. “개인적으로 보낸 문자입니다”
이 말은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대화가 공개된 뒤 거의 공식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공직자의 말에는 ‘개인적’ 영역이 극히 제한적이다. 상대가 공무원이든 주민이든 단체 관계자든, 관계의 맥락 자체가 이미 공적이다. “사적인 메시지였다”, “친분이 있어서 보낸 말이었다”는 해명은 상황을 정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자는 개인에게 갔지만, 평가는 공적으로 돌아왔다.

 

 

4. “오해가 있었습니다”
이 표현은 표면적으로는 갈등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구조를 내포한다. “의도가 잘못 전달됐다”, “맥락이 잘려 나갔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책임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공직자의 언어에서 오해를 강조하는 순간, 설명은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 되기 쉽다. 오해를 말할수록, 책임은 커졌다.


5. “도와주려고 한 겁니다”
이 말은 특히 인사, 계약, 예산과 관련된 사안에서 치명적이었다. 공직자의 ‘도움’은 언제든 권한 행사로 해석될 수 있다. “잘 알아봐 달라고만 했다”, “연결만 해줬을 뿐이다”라는 말은 선을 넘지 않았다는 주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개입의 시작점으로 인식됐다. 도움과 월권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았고, 말 한마디로 쉽게 무너졌다.


6. “그 정도는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무지를 전제로 한 해명은 공직자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 공직자에게 ‘몰랐다’는 말은 면책 사유가 아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았다는 고백으로 읽힌다. 제도와 규정을 숙지해야 할 책임이 있는 위치에서 나온 무지는, 책임을 줄이기보다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 모든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대단한 음모나 의도가 아니라, 익숙해서 경계하지 않았던 말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위험했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정치적 경로를 무너뜨렸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무너뜨린 것은 결정이 아니라 말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너무 익숙한 말이었다.”

 

PS. 이 연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월호에서는 ‘행동’, 3월호에서는 ‘문자’, 4월호에서는 ‘SNS’를 다룬다. 「월간 지방정부」가 이 기획한 이 시리즈는, 공직자의 언어와 행동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기록이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고, 기록되고, 평가된다. 그래서 공직자의 말은 언제나 정책만큼이나 무겁다.

 

[지방정부티비유=지방정부선거전략연구소]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