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 사례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단 하나다. AI를 “기술”로 다룬 도시보다, “행정 시스템”으로 다룬 도시가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OECD는 공공부문 AI의 핵심 가치를 생산성, 대응성, 책임성으로 정리하고 있고, 유럽 지방정부 논의는 여기에 더해 인간 감독, 시민 신뢰, 데이터 전략, 공무원 역량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AI의 성패는 모델 성능보다 행정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한국 지방정부의 1차 과제는 화려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데이터를 연결하고, 반복업무를 줄이고, 교통과 환경을 실시간 운영하며, 미래 모빌리티까지 준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소버린 AI는 행정 독립성을, 교통 AI는 도시 운영 효율을, GovTech 자동화는 인력난 완화를, UAM은 미래 도시경쟁력의 선제 준비를 뜻한다. 이네가지의 모델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의 지방정부 운영체계로 연결된다. 앞으로 지방정부 경쟁은 예산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 연결, 통제하고,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시민 서비스와 정책판단으로 바꾸는가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AI는 더 이상 선택 가능한 부가사업이 아니다.
UAM, 또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표현인 AAM(Advanced Air Mobility)은 아직 대규모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도시 행정이 준비해야 할 현실 정책 과제로 들어와 있다. 미국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FAA)은 AAM을 전기 기반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항공 이동체로 정의하며, 도심 및 지역 간 이동 효율을 높이 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NASA는 AAM을 2030년대 항공교통 체계의 핵심 축으로 보고, 공역 관리, 자동화 비행, 도심 통합 운용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요한 점은 AAM이 더 이상 항공산업 내부의 기술 개발 이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FAA는 AAM 통합을 위해 단계적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있으며, 특히 eVTOL 기체 인증(Part 21), 운항 규정, 조종사 자격, 공역 통합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통합 파일럿 프로그램의 후속 형태로 다양한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도시형 승객 수송, 화물 운송, 응급의료, 공항 연계 교통 등 실제 운영 시나리오를 시험하고 있
해외 행정 AI의 가장 현실적인 성과는 거창한 예측모델보다 반복 업무 자동화, 요약, 분류, 검색, 안내, 문서 검토 보조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OECD는 정부의 AI 기대효과를 생산성, 대응성, 책임성 향상으로 정리하면서, 노르웨이 노동복지청의 대화형 AI ‘Frida’ 사례를 대표적으로 제시한다. 팬데믹 기간 이 시스템은 문의의 약 80%를 공무원 개입 없이 처리했다. 이는 사람을 줄인 것이 아니라, 반복 질문을 AI가 먼저 처리하고 공무원은 예외 상황과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바꾼 것이다. 영국은 이 흐름을 가장 빠르게 제도화한 국가다. Government Digital Service는 2024년부터 공공부문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문서 요약, 정책 초안 작성, 민원 응답 보조 등 내부 행정 업무에서 AI 활용을 공식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Humphrey’라는 공공부문 AI 도구 세트를 시험 운영하며 정책 문서 요약, 법령 검색, 보고서 작성 보조를 자동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GovTech 전략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 시스템은 누
교통 분야는 AI가 가장 빠르게 행정 성과로 이어지는 영역 중 하나다. 체코의 브르노는 이를 실제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브르노는 유럽C-ITS(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실증 프로젝트의 핵심 도시 중 하나로, 차량·교차로·관제센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V2X 기반 교통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차량 간(V2V), 차량-인프라(V2I), 인프라 간(I2I)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 데이터를 공유하며, 교통 흐름과 위험 상황을 즉시 반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브르노의 핵심은 ‘신호 최적화’가 아니라 ‘교통 의사결정의 자동화’다. 대중교통차량에는 위치, 속도, 운행 상태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전송되고, 교차로는 이를 기반으로 신호를 실시간 조정한다. 이를 통해 버스와 트램은 교차로에서 우선 통과하며 정시성이 개선되고, 일반 차량 흐름도 함께 최적화된다. 동시에 스마트 교통 시스템은 교통량, 속도, 혼잡 발생 가능성까지 사전에 분석해 신호 체계를 선제적으로 조정한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대 특정 구간에서 교통량이 급증하면, 기존 방식은 정해진 시간표대로 신호가 반복된다. 그러나 브르노
해외 공공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AI 자체보다도 데이터 주권과 운영 통제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6년 4월, 약 1억8천만 유로 규모의 소버린 클라우드 계약을 복수의 유럽 공급자에 분산 발주했다. 이는 단순한 클라우드 도입이 아니라, 특정 사업자 의존을 줄이고 공공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다. 조달 기준 역시 가격이나 성능 중심이 아니라 공급망 투명성, 기술 개방성, 법적 통제, 운영 회복혁, EU 법 준수 등 이른바 ‘클라우드 주권’ 요소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즉 공공부문 AI의 기준이 “얼마나 좋은 모델인가”에서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고, 어떤 구조에서 운영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지방정부에 더 직접적인 의미를 가진다. 복지, 교통, 민원, 보건, 안전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지역 행정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OECD 등 국제 논의에서도 공공부문 AI의 성공 조건으로 데이터 거버넌스 품질 확보를 가장 먼저 제시한다. 실제로 많은 정부가 AI 도입에서 겪는 어려움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데이터의 분절, 표준 부재, 낮은 품질, 프러이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과잉관광(Overtourism) 도시로 꼽히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세(Access Fee)’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정책은 기존 숙박세와 달리 호텔에 머무르지 않는 당일 관광객(daytripper)을 주요 대상으로 하며, 2025년 기준, 사전 예약 시 1인 약 5유로, 방문 직전 예약 시에는 최대 10유로까지 차등 부과된다. 특히 QR코드 기반의 디지털 예약 시스템을 통해 방문객을 사전에 등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 특징이다. 베네치아가 이러한 강력한 정책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구조적인 관광 과밀 문제가 존재한다. 베네치아는 연간 약 2,500만~3,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반면, 역사 중심지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5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이에 따라 지역 소비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교통 혼잡, 쓰레기 증가, 수질 악화, 주거지 상업화 등 다양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유발해 왔다. 성수기에는 하루 약 8만~10만 명이 몰리며, 좁은 골목과 수로 기반 도시 구조 특성상 혼잡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관광객을 관리하는 도시, 가격과 데이터로 움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방분권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나라의 특징은 단순히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어 있다는 수준을 넘어, 지방정부가 세금을 직접 결정하고 경쟁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행정 권한뿐 아니라 재정 권한까지 지방에 깊게 뿌리내린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는 스위스의 역사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스위스는 연방정부, 칸톤(주),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인 코뮌으로 이루어진 3단계 정부 체계를 갖고 있으며, 전국에는 26개의 칸톤과 약 2,000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존재한다. 각 단위는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으며, 이러한 분권 구조는 헌법적으로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특히 중앙집권이 아닌 지역 중심의 자치 전통이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고 대부분의 정책 권한은 지방에 맡겨지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스위스 재정 시스템의 핵심은 ‘과세 권한의 분산’이다. 이 나라에서는 연방정부, 칸톤, 지방정부가 각각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일부 국세를 담당하고, 칸톤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주요 부분을 결정한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
일본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국가다. 특히 도쿄의 인구 집중은 단순한 대도시 과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지역 개발이나 재정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직접적인 해법을 선택했다. 바로 사람을 실제로 이동시키는 정책이다. 이 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매우 분명하다. 일본의 총인구는 2008년 약 1억2,800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에 들어섰으며, 향후 수십 년 동안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약 900개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가 소멸 위험에 놓여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 도시의 상당수는 이미 고령화율이 40%를 넘어서며,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겪고 있다. 지방 이주 지원금 제도 문제의 핵심은 청년층의 이동 패턴에 있다. 일본의 많은 청년들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계기로 도쿄로 이동한 뒤, 다시 지방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방은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일본 정부는 ‘지역을 개발하면 사람이
로스앤젤레스는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지방세 실험 중 하나로 평가받는 Measure ULA(United to House LA)를 2023년 4월부터 시행했다. 이 정책은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도시 구조 문제(주택, 노숙자)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 설계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정책은 일반적인 재산세와는 다르게, 부동산을 거래할 때 한 번 부과되는 추가 이전세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일정 금액 이상의 고가 부동산 거래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선별적 과세 구조를 갖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약 500만 달러 이상의 부동산 거래에는 4%, 1,000만 달러 이상에는 5.5%의 세율이 적용된다. 중요한 특징은 단순히 고가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 상업용 건물 등 다양한 유형의 고가 부동산 거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도시 내 고가 자산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정 설계가 이루어졌다. 즉, 특정 계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도시 자산 구조 전반을 활용한 정책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세금이 아니라, 도시 문제를 푸는 재원 설계 이러한 정책이 등장한 배경에는 로스앤젤레스가 직면한 심각한 주거 위기가 있다. 이 도시는 약 7만 명 이상의
인구 감소, 주택 위기, 재정 압박, 지역 불균형이라는 복합적인 구조 문제가 전 세계 도시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지금, 지방정부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의 지방정부가 중앙의 예산을 배분받아 정책을 집행하는 수동적 행정 주체였다면, 오늘날의 지방정부는 스스로 재원을 설계하고, 사람을 움직이며, 시장을 조정하는 능동적 정책 주체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지원이 아니라 설계, 도시정책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부동산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노숙자와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재원을 스스로 만들어냈고, 일본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을 실제로 이동시키는 정책을 설계했으며, 스위스은 지방정부가 세율을 직접 결정하고 경쟁하는 구조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과잉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입장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각각의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명확하다. 도시 문제를 ‘재정, 인구, 시장’이라는 구조 자체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정책이 더 이상 단순한 지원이나 보조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금은 단순한 재원 확보 수단이 아니라 정책 도구로 활용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