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은 EU 회원국 가운데서도 ‘균형발전형 혁신정책(Balanced Innovation Policy)’의 모범국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지역이 스스로 혁신역량을 설계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GRW제도(Gemeinschaftsaufgabe zur Verbesserung der regionalen Wirtschaftsstruktur)가 있다.
이 제도는 직역하면 ‘지역경제 구조 개선을 위한 공동과제’로, 연방정부와 주(州)정부가 재정을 공동으로 분담해 낙후 지역에 투자하거나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에 최대 40%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즉, 특정 산업이나 기술을 직접 육성하기보다는, 각 지역이 자체 산업, 인력, 기술 특성에 맞는 혁신 전략을 자율적으로 설계하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지방정부는 실험과 실행을 담당하는 공동 책임형 거버넌스 모델이 작동한다. 2023년 기준, GRW를 통해 1,900개 기업이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약 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BMWK 통계). 또한 ‘중소기업 중심 혁신클러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대학–기업–연구소가 공동으로 신기술을 상용화하도록 지원한다.
대표적 예로, 바이에른 하이테크 캠퍼스는 제조,바이오 분야 중소기업이 대기업 및 연구기관과 함께 신소재, AI 기반 제품을 개발하는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이 제도는 단순한 보조금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혁신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적 촉매제로 기능하고 있다.
GRW는 ‘하향식 보조금’이 아니라 연방과 주가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다. 이 체계 덕분에 중앙정부의 예산 안정성과 주정부의 현장 대응력이 결합되어, 정책의 일관성과 지역 맞춤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또한 산업이나 기술보다 ‘공간적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삼았다. 낙후 지역 기업이 신기술을 도입하고 고용을 창출하도록 지원해, 경제적 복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형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작센(Sachsen)주는 GRW 자금을 활용해 반도체, 배터리 클러스터를 육성했고, 그 결과 인텔(Intel)과 TSMC 등 글로벌 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이제도는 단순한 재정지원이 아니라 투자 이행과 고용 유지 조건이 명확히 설정된다. 기업이 약속한 고용을 지키지 않으면 보조금의 일부를 반환해야 하며, 이런 성과기반 구조는 정책을 복지성 지원이 아닌 성과형 혁신투자로 전환시켰다. 추가로 지역별 혁신 클러스터 형성을 장려하며, 중소기업의 협력 생태계를 강화했다.
대표적 사례로 바이에른 하이테크 캠퍼스(Bavarian High-Tech Campus)가 있다. 이곳은 제조, 바이오 분야 중소기업이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해 신소재, AI 기반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의 생산성은 평균 18% 향상, 지역 고용률은 약 9%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BMWK, 2023).
이러한 ‘정책의 학습 메커니즘’ 덕분에 GRW는 50년이 넘도록 변형, 개선되며 유지될 수 있었다. GRW 제도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정책 실험과 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지역경제 개선 효과를 입증해 왔다. 2023년 기준, GRW 보조금을 받은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평균적으로 R&D(연구개발) 투자율이 23%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기업이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결과다.
이는 지역 내 신규 일자리 창출과 고용 유지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성과 덕분에, OECD는 2022년 보고서에서 GRW를 지속가능한 지역혁신의 대표적 모델로 선정했다.
한국의 지방정책에도 GRW의 시사점은 분명하다. 중앙이 재정을 통제하기보다, 지역이 전략을 설계하고 실험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GRW처럼 보조금 중심의 균형정책이 아니라 혁신 역량 강화형 균형정책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지방 소멸 대응과 산업 전환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정부티비유=최원경 리포터 <빅테이터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