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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도시에서 ‘느림’을 발견하다...밀양시 느린물결마켓[월간 지방정부 12월호 기획]

해천 ‘느린물결마켓’ 정감 가는 물건 가득, 체험형 벼룩시장으로 원도심 활성화 효과

경상남도 밀양 원도심을 흐르는 해천 일대에서 열리는 ‘느린물결마켓’이 지역 로컬브랜딩의 대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행정안전부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추진되는 이 행사는 밀양소통협력센터가 주관해 운영하며, 빠른 소비와 속도 중심의 도시 생활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느리게 살아도 괜찮은 삶’이라는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를 넘어, 지역의 속도와 정서를 담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매회 달라지는 주제, 깊어지는 ‘느림의 미학’
느린물결마켓은 2024년 첫 개최 이후 매회 달라지는 주제와 깊이 있는 콘셉트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손으로 만든 것’, ‘자연과 가족’, ‘낭만, 젊음, 사랑’, ‘오래 쓰는 마음’, ‘땅에서 사람으로’ 등 회차별로 특별한 소주제를 구성해 방문객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지역 셀러가 참여해 농산물, 발효식품, 수공예품 등 지역성을 담은 상품을 선보이고, 방문객들은 ‘느림’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며 일상의 속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행사에는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도 함께한다. 국제 수선의 날을 기념한 수선 워크숍, 어린이 체험 콘텐츠, 시민 참여형 벼룩시장, 인디밴드 공연까지, 프로그램 구성은 단순한 플리마켓 수준을 넘어선다.

 

 

원도심 해천, 다시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행사는 지역 공간 변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조선 성종 때 조성된 해천은 오래전 원도심의 중심이었으나 인구 감소와 공실 증가로 활력을 잃은 지역이었다.


생태하천으로 재정비됐지만 여전히 체류 인구가 적었는데, 느린물결마켓이 열리며 해천 일대가 다시 시민이 모이고 머무는 생태문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부스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은 원도심 활성화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협력으로 확장되는 로컬 생태계
행사의 성과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8회차까지 누적 참여팀은 310팀, 참여 인원은 662명이며, 방문객은 약 1만 명에 달한다. 누적 매출은 약 9천만 원으로 집계됐고, 지역 사회 기부 활동과 SNS 팔로워 증가도 이어졌다.


이러한 성장 뒤에는 지역 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있다. 밀양소통협력센터를 중심으로 종합사회복지관, 도시재생지원센터, 밀양예총, 꿈꾸는 예술터, 청년정책협의체, 한살림경남 등 다양한 파트너들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세대와 관심사를 아우르는 구성이 가능했던 것도 이 협력 구조 덕분이다. 로컬브랜딩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높이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다시 흘러올 ‘느린 물결’을 기다리며
박은진 밀양소통협력센터장은 “느린물결마켓은 2026년 봄 다시 시민과 만날 예정”이라며 “밀양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마켓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빠름의 시대 속에서 느림의 가치를 재발견한 밀양의 실험은 지역문화의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해천을 따라 천천히 흐르는 물결처럼, ‘어떤 속도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이곳에 담겨 있다.

 

[티비유=한승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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