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에 답이 없다면 제3자가 말려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싸움도 누리과정에서 봤듯이 단번에 어느 한쪽이 포기할 싸움이 아니다. 제3자인 국회가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각 정당 내 합의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까? 답답하다.
지방재정 개편 논란, 빨리 해결되면 좋겠지만 바람과는 다르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립구도가 누리과정과 판박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도 오래 끌 공산이 크다. 특히나 “남는 예산이 있다”, “남는 예산이 없다”는 각각의 주장은 각자 머릿속에 파악하고 있는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또 지방 정부가 근거자료로 내놓은 통계의 초점은 모두 다르다.
결국 본질은 그 뒤 각자의 ‘의도’다. 《월간 지방자치》의 오랜 독자라면, 지방자치제도 시행이래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중앙과 지방의 권한 싸움이 그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것이다. 누리과정이든 지방재정이든 그것도 결국은 권한 문제다. 더구나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중앙과 지방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령 해석도 달리하고 있다. 제3자가 필요하다. 《월간 지방자치》는 바로 국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을 끝낸 것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농성장 방문이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이 책임지고 해결할테니 단식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6월 2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8대 2 재정분할로 원할한 지방자치제는 어불성설”이라며 “중앙정부가 재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지방을 통제한다는 개념에서 탈피해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과감히 재정을 지방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사회·정치 전반에 걸쳐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는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의 전임 회장인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누리과정 문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은 누리과정문제 해결을 20대 국회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올해는 정부에서 50%, 지자체 25%, 시·도교육청 25%정도로 함께 분담을 하고 내년부터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안을 제시한 바도 있다”고 말해 누리과정 문제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김윤식 시흥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등 경기도 14개 시·군 단체장은 “누리과정 논란으로 시민들은 점점 더 불안해하고 행정 불신도 커졌다”며 “20대 국회가 이를 국가부담으로 법률상 명시해달라”고 국회에 촉구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입장이다. 누리과정의 경우 새누리당은 오랫동안 교육감의 책무라는 입장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지방재정 이슈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황영철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안행위 업무보고에서 “논란은 있지만 행자부가 끝까지 지방재정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언급해 야권과 입장차를 드러냈다.
지방재정 이슈는 각 정당 내에서 입장이 갈리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청북도지사는 “더민주당이 수도권 공화국 정당임을 자임했다”며 “많은 시·도지사들이 염원한 지방재정 개편안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소속인 신계용 과천시장은 5월 31일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찾아 “지방재정 개편을 막아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공은 국회에 있지만,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회가 이슈를 정치적으로 변질시킬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은 중앙과 지방, 혹은 지방과 지방이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각자 합리적인 명분이 있는 행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 합리성이, 타협 불가능해 근거자료로 내놓은 통계의 초점, 즉 사실관계마저 달리 해석하게 만든다면, 이를 중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권력은 국회밖에 없다.
20대 국회, 많은 국민들의 열망과 기대를 품고 이제 개원했다. 부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정쟁은 최소화시키고 한 마음으로 이 문제를 풀어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 《월간 지방자치》가 국민의 입장에서, 매의 눈으로 20대 국회의 역할을 감시하고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