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지방정부가 관광과 축제, 특산물 중심의 지역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을 ‘보여주는 것’과 ‘살아가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외지인을 위한 이미지 소비 중심의 브랜딩은 일시적 관심을 끌 수는 있어도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긴 어렵다. 이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주민의 삶과 가치가 반영된 진짜 지역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
□ 지역브랜드는 ‘관광상품’이 아니라 ‘삶의 총합’이다
지역브랜드는 단순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그 지역의 생활양식, 환경, 사람, 가치, 태도 등 모든 요소가 브랜드의 구성요소다. 브랜드는 로고나 슬로건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의 일상을 어떻게 드러내고, 외부와 어떻게 관계맺을지를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일본의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이나카브랜드(田舎ブランド)’라는 개념을 통해 낙후된 농촌 이미지를 ‘자기 삶을 주도하는 느린삶의 공간’으로 전환해 도시민의 이주를 유도했다. 지역브랜딩의 핵심은 ‘우리답게 사는 것’ 자체를 브랜드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 브랜드의 관건은 ‘주민 참여’와 ‘내적 일관성’
지역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지역 내부에서 브랜드가 공유되고 내면화 되어야 한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만든 로고나 슬로건은 주민들의 일상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길어올리는 것’이다. 주민들과 함께 스토리텔링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정체성과 가치를 정제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강릉시는 ‘커피 도시’라는 브랜드를 바리스타창업지원, 로컬매거진 발행, 공공디자인 변화 등으로 확장시키며 지역 정체성과 일상을 연결했다. 완주군은 ‘로컬푸드 1번지’라는 브랜드를 직매장과 학교급식, 마을단위푸드플랜으로 연계하며 실질적 생활 기반에 안착시켰다.
□ ‘관광’은 수단일 뿐, 브랜드의 전부가 될 수 없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이 지역브랜드 전략의 목표가 되는 순간, 지역의 자원은 소모되고 주민은 소외된다. 지속가능한 브랜드 전략은 다음 세 가지 균형을 필요로 한다.
첫째, 주민 삶의 질과 일치하는 방향인가?
둘째, 생태적감수성과 자원 순환이 담겨 있는가?
셋째, 관계 기반의 외부 연결을 유도하고 있는가?
단기 체류 중심의 관광 대신, 지역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를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은 재방문, 장기 체류, 협업 등의 방식으로 지역에 기여하고, 때로는 귀촌·귀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지방정부가 실천할 수 있는 전략들
1. 지역브랜드 거버넌스 구축
기획 단계부터 주민, 청년, 예술인, 상공인, 마을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 행정이 혼자 설계하지 말고, '발견하는 브랜드'를 함께 그려야 한다.
2. 일상에 기반한 콘텐츠 개발
지역의 평범한 풍경, 대화, 일상 리듬을 드러내는 콘텐츠가 외부에는 오히려 강력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SNS콘텐츠, 로컬매거진, 지역 유튜브채널등이 효과적이다.
3. 관계인구 확대 중심의 유입 전략
지역살이 체험, 협업 프로젝트, 장기 체류 프로그램을 개발해 단순 관광이 아닌 관계 기반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4. 브랜드와 정책, 예산의 일관된 연계
브랜드는 홍보 부서의 일이 아니라 정책의 전반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문화도시 정책,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복지서비스와 연결지어야 실효성을 가진다.
■ 지역브랜딩, 결국 ‘지역에 대한 새로운 질문’에서 시작된다
좋은 브랜드는 단지 외부인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 내부에
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나누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에 대한 답을 주민
과 함께 정리하고, 일상 속에서 실천하며, 자연스럽게 외부와 연결될 때 진짜브랜드가 만들어
진다.
지방정부가 이 질문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것을 행정과 정책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면
지역브랜딩은 단지 ‘보여주기’가 아닌,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티비유=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