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은 이주아동의 신분을 규정하고 의료급여와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부모의 강제퇴거를 유예한다는 항목이 악용될 우려를 낳고 있어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획|편집부
개정안은 우선 ‘이주아동을 출입국관리법 제23조를 위반해 체류자격을 받지 아니하고 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아동으로 정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이주아동을 의료급여법에 따른 수급권자로 포함시켜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주아동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이주아동이 외국에서 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는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 자녀는 현재 2만여명으로 추산된
다. 이들은 무국적·미등록 아동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료·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발의된 본 법안에 대해서는 현재 국내 아동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는 움직임 또한 일고 있다. 법안은 이들에 대한 건강권, 교육권을 보장하고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뒤이어 지난해 12월 이자스민 의원이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발의했다.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이주아동은 출생 등록될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으로,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미등록 이주아동도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여기서 이주아동은 대한민국에 거주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18세 미만의 사람을 뜻한다. 또한 이주아동이 계속 한국에 머물수 있도록 특별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부모 역시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이 더라도 자녀의 특별체류 기간이 끝날 때까지 강제퇴거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단, 체류자격 부여와 관련한 세부절차와 내용 등은 대통령령에 위임해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체류를 허가하고, 기간연장도 자동이 아닌 신청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이 법안 역시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이주아동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차별 없는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두 법안이 통과되면 성년이 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영주권 신청자격이 주어져 ‘불법’이라는 딱지 없이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받게 되는 영주권은 ‘외국국적’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으로서 져야 하는 세금, 병역 등의 의무는 면제된다. 이에 대해 자국민에 대한 역차별을 합법화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각종 의무를 지고 있는 자국민보다 지나치게 과한 혜택이 외국인들에게 무분별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이주아동에 대한 종합실태 조사와 의료, 양육지원에는 향후 5년간 675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불법체류자 자녀를 위한 복지비용을 왜 우리 국민의 혈세로 부담해야 하느냐’는 극단적인 반응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 자녀라 할지라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어려울 때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나라 중 하나가 아닌가’라는 의견들도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모든 불법체류자 자녀가 무작정 방치됐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이다. 부모의 신분과 상관없이 아동의 체류권과 교육권, 보호권 등을 보
장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정부는 그 일환으로 이주아동이 최소한의 건강관리와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도 국내 거주외국인근로자의 의료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건당 500만원 범위에서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법무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미등
록 이주아동에 대해선 일정기간 강제출국을 유예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런 이주아동의 권
리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현장의 상황은 열악하다.
법안을 발의한 정청래 의원 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주아동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데 이번 법안발의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건강권과 관련해선 “의료급여 문제는 건강문제 곧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국가가 나서 보호해주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아동과의 형평성 부분에서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성년 외국인의 불법체류 허용은 사실상 불법체류자를 합법화하는 것이며, 불법체류자인 부모가 아동을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이와 관련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에는 법 개정안 발의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서명에 동참한 인원은 소수지만 국민혈세의 용처에 예민한 국민들의 다양한 반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