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을 할 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부터 공무원연금까지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가장 앞에 나서는 새누리당의 ‘협상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따뜻한 개혁을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로 분주히 움직이는 그의 원칙과 소신을 들어봤다.
장소 | 조원진 의원실 대담 | 이영애 《월간 지방자치》 편집인 정리 | 황진아 기자 사진 | 오진희 기자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협상은 내 운명’, ‘힘든 건 내 몫’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참 힘든 말 아닙니까? 요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준비하시면서 생각이 복잡하실 것 같습니다.
조원진(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새누리당 간사)_ 어떤 정책, 어떤 정당이든 연금개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제가 ‘따뜻한 개혁’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의 큰 희생이 필요하고, 또 서로 윈-윈해야 하니까 개혁의 큰 흐름을 ‘따뜻함’에 방점을 두고 어떻게 설득을 하고, 공무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강기정 의원님이 워낙 가깝고 또 의지 있는 분이라 양당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 또 특위 간사로서 좋은 파트너를 만나 힘은 들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일하시면서 어렵고 힘든 부분도 있으시죠?
조원진_ 공무원이 잘못해서 연금개혁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기대 수명이 길어지고 그만큼 연금의 재정이나 법이 같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인데, 공무원들에게 그만큼 희생을 해달라고 해야 하는 부분에 죄송한 마음이 우선입니다. 또 지금까지는 어느정도 보장을 받던 분들이 갑자기 자기 것을 내놔야하는 부분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정치인이나 정부도 공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진심이 공무원분들에게 잘 전달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대타협기구 회의를 운영하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충분히 입장을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그래서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따뜻한 개혁’이 참 와 닿거든요. 그 말씀의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조원진_ 국민과 공무원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공무원의 상황을 설득해야하고,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생각을 이야기해야 해요. 서로 손을 잡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에여야, 공무원이 함께 손을 잡고 나가자고 해서 ‘따뜻한 개혁’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개혁이라는 말이 차갑고 싸늘하잖아요. 따뜻함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거예요. 개혁을 하더라도 설득이 먼저지, 그런 과정 없이 공무원과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힘들죠.
이영애_ 사람이 먼저라는 말씀에 참 공감이 갑니다. 어쨌든 공무원연금에 관해서는 의원님께서 균형 잡힌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조원진_ 정부가 공무원에게 줄 수 있는 건 감추지 말고 드러내야 합니다. 어차피 정년연장 문제도 있고 지금 현재 재직공무원과 신규공무원이 분리되어서 공무원 사회도 분열되고 있어요. 그런 부분을 바꿔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안이나 새누리당 안은 물론이고 요즘 이야기하는 김태일안, 김용하안, 알파베타 감마의 야당안, 공무원 단체가 생각하는 안 등 여럿 있습니다.모두 장단이 있지만 그렇다고 장점만 취할 수는 없거든요. 장단점을 잘 활용해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이영애_ 공무원연금개혁을 정해진 시한 안에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으신가요?
조원진_ 네. 개혁 과정을 오랫동안 끌고 가면 공무원이나 국민 모두 피곤해 집니다. 기여금, 지급금, 보전금이 1:1:1 구조면 가장 좋겠지만, 급속도로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보전금이 늘어나고있어요. 대통령께서도 말씀했지만 지금 제도로는 보전금이 하루100억, 많게는 600억까지 올라갑니다. 이렇게 되면 도저히 국가재정으로는 견딜 수 없는 거죠.
이영애_ 연금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원님께서 비교 검토하시면서 어떤 안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시던가요?
조원진_ 모두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 나오는 여러 가지 안을 잘 조정하면서 공무원 분들도 ‘이 정도면 괜찮다’ 할 정도로 갈 겁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여야 간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영애_ 의원님 말씀을 들어보니 어려울 때 꼭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했지만 그런 의협심이 오늘을 만든 것 같습니다.
조원진_ 제가 일복이 많죠.
이영애_ 의원님의 뚝심과 소신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조원진_ 원칙이 중요합니다.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대통령 되시기 전에 앞으로 대통령이 되시면 힘든 일, 좋은 일 많겠지만 좋은 일들은 다른 사람들 주시고 힘든 일은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그게 족쇄가 된 거죠(웃음). 그때부터 힘든 일을 많이 합니다.
이영애_ 그렇군요. 지역구인 대구의 취수원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조사해보니 시민들이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계시더라고요.
조원진_ 18대 선거에서 제가 친박연대 후보로 나와서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780표 차이로 당선됐어요. 4년 후에는 광역시 전체에서 득표율이 제일 높았습니다. 국민들께서 그만큼 신뢰를 해주신 거죠. 그런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입장에서 국민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게 뭘까 생각을 해보니 먹는 문제입니다. 대구는 인구가 250만명 정도 되는데, 그중 90만명은 전국에서 제일 좋은 물을 마시지만, 160만명은 제일 나쁜 물을 마시고 있어요. 구미공단이주로 전자·IT 업종이 많은데, 전자·IT 세척제에 발암물질이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발암물질은 지금 있는 고도정수시설로는 정수가 안돼요. 구미공단에서 강 하류로 흘러오면 자연 정수라도 되겠지만 그 거리가 약 40㎞밖에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께서 아무리 정수가 된 물이라도 많든 적든 발암물질이 섞인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예요. 제가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보고 공부를 많이 하면서, 태백에 있는 낙동강 상류인 삼지연을 3박 4일에 걸쳐 두 번 정도 탐사도 했어요. 물이라는 것은 생명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취수원 문제에 대해서는 대구시와 구미시가 함께 민관협의체도 만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소지역감정일 수는 있는데, 구미시가 대승적인 양보를 해주고 그에 따라 정부에서 구미시에 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주는 방법을 찾아야죠. 물 문제는 가장 시급한 현안사항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영애_ 지역의 기초·광역 의원들에게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의원님께서는 어떤 마음으로 지역민원과 주민을 상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원진_ 지역구에 대한민국의 현안이 다 있습니다. 교육, 어르신, 환경, 청소년, 청년실업, 경제…. 전국 각 지역마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지역에 가면 국회의원은 을의 자세로 지역주민과 만나고 지역 현안을 체크해야 합니다. 그 현안들이 국가정책 또는 입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는 지역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예를 들어 노인 정책은 어르신들이 우리보다 잘 알듯이 지역의 민원을 받으면 계속 연구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도리입니다. 국회의원이 을이 되어야만 지역에서 대한민국 모든 현안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영애_ 도의원, 기초의원도 그런 마음으로 일하라는 거죠?
조원진_ 그렇죠. 지역을 보면서 열심히 하는 것만이 선출직이 할 수 있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이영애_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분들에게 좋은 말씀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조원진_ 저를 두고 ‘협상 국회의원’이라고해요. 세월호 국조특위 여당간사부터 공무원연금특위 간사까지 지금 11개월째인데요. 저는 힘든 일을 할 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힘들수록 즐겁게 하고 있어요. 또 선출직은 국민들이 뽑아준 만큼 선출직으로서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 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정치가 제가 바라는 정치고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요즘 동료 국회의원들 보면 엄청나게 열심히 해요.저도 ‘나에게 온 일은 절대로 그냥 스쳐가지 말자’, ‘오는 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자’는 입장입니다.
이영애_ 구상희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처럼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의원님의 자세가 보기 좋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