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목소리를 대변하며 일관되고 진정성있는 정치를 해왔다. 덕분에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으며 미국의 대통령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획|양태석 기자
샌더스는 폴란드 이민자의 아들로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성장해 어릴 적부터 약자 편에 많이 섰고, 정치에 입문해서도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샌더스 열풍의 가장 큰 키워드는 의료보험과 교육이다. 샌더스는 오바마 케어가 민간보험인 것과 달리 메디케어 같은 공공 보험확대와 대학등록금 무료화를 공약했다. 그래서인지 샌더스의 유세장에는미국 젊은이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강렬하게 원한다는 반증이다. 2000년을 전후해 성인이 된 밀레니엄 세대들은 정부가 의료와 교육을 둘 다 책임지는 유럽식 사회주의를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샌더스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29세 이하 유권자들의 표를 70% 이상 싹쓸이하는 등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폭풍 같은 인기를 얻었다. 힐러리의 모교 대학에서도 힐러리를 대놓고 지지하지 못할 정도로 샌더스의 위력은 대단했다.
정계의 아웃사이더였던 샌더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어떤 사안에 대해 자주 의견을 바꾼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대부분 일관적인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도 그의 발언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현안에 대한 소신을 지켜나갔다. 그는 50년 넘게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을 대변해왔는데, 선거유세를 하러 이동하면서도 버스나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탔다. 청렴함이 삶에 묻어있는 것이다.
샌더스의 또 다른 강점은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고 공약만으로 정정당당한 캠페인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정책에 대한 일관된 지지와 도덕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증명하는 과거 기록은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샌더스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치인들의 과거 기록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샌더스의 과거 발언은 더욱 더 빛나게 되었다. 샌더스를 위해 자원봉사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많은데, 그들은 관료직화된 힐러리측의 프로그래머와 비교해 보다 쓸모 있고, 효과가 좋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샌더스는 극단적으로 치닫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자주 언급하면서 ‘대학 등록금을 낮춰서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허덕이는 일을 없앨 것’, ‘1조 달러를 투입하여 전국의 기간시설을 재정비하고 그 과정에서 1300만명 규모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것’,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불로 인상하여, 주 40시간을 일하는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도록 하고 내수도 증진시킬 것’, ‘사건
강보험을 없애고 모든 이에게 정부보험을 제공하는 단일지불 제도로 변경’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은 미국의 상위 1%에 대한 누진소득세율을 높이고, 주식/파생상품 투기 관행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거래세를 신설하는 것. 또 대기업에게 제공되는 지나친 세제 특혜를 철폐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한 역외관세를 도입는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는 한국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1950년대 말 뉴욕시 브루클린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다. 당시 샌더스는 한국전쟁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자고 제안했고, 1등 당선자가 그 공약을 받아들여 모금한 돈을 아동구호연맹단체를 통해 한국에 전달했다.
샌더스가 지난 50년간 한결같이 약자의 편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정치를 해온 이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을 비춰볼 때 많이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샌더스와 같이 자신이 말한 것은 꼭 지키고, 말을 바꾸지 않고 일관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