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를 10만 명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 앞바다에 버리겠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한말이다. 세계인의 우려를 낳고 있는 막말 선동가처럼 보이는 두테르테 대통령. 과연 그는 개념 있는 통치로 필리핀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릴 리더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무지막지한 독재자가 될 것인가?
기획|양태석 기자
1945년생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남서부 레이테 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고집불통이었고, 고등학교 때 두 곳에서 품행불량으로 퇴학당했다. 심지어 산베다대 법대 재학시절에는 변방지역이라고 놀린동급생에게 총을 쏘기도 했다. 법대를 졸업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지방검사 시절부터 범죄소탕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두테르테는 금수저로 자랐다. 아버지인 빈센테 두테르테는 변호사를 거쳐, 다바오 주 주지사를 지냈으며, 두테르테의 삼촌은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세부 시 시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정치 명망가 출신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1988년 당시 마약과 범죄로 악명이 높았던 민다나오 섬다바오 시 시장으로 당선된 후 1998년까지 연임했다. 당시 다바오 시는 ‘살인자의 도시’로 불릴 만큼 범죄가 끊이지 않았고, 10%의 시민이 범죄자였다. 이곳 시장에 당선된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대적인 범죄자 척결을 진두지휘했다고 하여 ‘징벌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3선 제한에 걸린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을 선거에 보내 당선시킨 후 2001년 다시 시장에 나와 3선 시장을 역임했다. 연임 제한 규정에 걸려 이번에는 자신의 딸을 선거에 내보내 부시장을 하면서 또 다시 시장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이번에 대통령에 출마한 후 딸에게 또다시 시장직을 넘겼다. 그동안 아키노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은 남다른 업적을 거둔 두테르테에게 내무장관직을 제의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은 시장이 제격이라며 모두 고사했다. 고급차를 싫어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토바이 타기를 즐기는 등 서민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 시에서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무관용 원칙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재임시절 무장 사병 집단인 ‘자경단’을 조직해 마약상과 조직 폭력배, 납치범 등 강력범죄자를 즉시 처형했다. 그가 처형한 범죄자만 1000명이 넘는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직접 3명의 범죄자를 총살했다. 덕분에 다바오 시는 필리핀에서 치안이 가장 잘된 도시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졌다. 사람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지옥 같은 킬링필드 다바오를 세계에서 5번째로 안전한 도시로 만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두테르테 시장이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60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다. 필리핀 언론들은 필리핀은 두테르테에게 잘 보여 범죄와 부패 척결조치에서 살아남으려는 부패공무원 집단과 거꾸로 그의 공약이 철저하게 잘 지켜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국민 등 두 갈래 움직임이 있을 뿐이라며 필리핀 국민들이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처럼 부정부패와 범죄를 막고 국민들을 이끌 강력한 지도자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두테르테 당선자의 과도한 막말 등으로 그를 불신하고 있다. 유세 도중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 “그녀는 아름다웠다. 시장인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라고 말했으며 필리핀을 방문한 교황에 대해서도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많은 우려 속에 출범한 필리핀판 트럼프인 두테르테가 향후 필리핀의 국격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바오 시장 시절 추진한 정책
- 심야시간에 주류의 판매와 소비를 금지하는 시 조례 시행
- 차량 속도를 시속 60km 이하로 제한하는 법령 제정
- 전면적인 금연 조치 시행
- 연말연시 폭발사고가 급증하는 폭죽 사용 금지
- 모든 쇼핑몰 출입구에 감시용 고화질 CCTV 설치 조례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