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워런의 아버지는 건물 정비원, 어머니는 백화점 전화교환원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면서 법대를 졸업하고, 파산법 연구와 강의에 힘쓰다가 파산의 위기에 놓인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운동에 나섰다. 하버드로스쿨 교수로서 금융감독 자문 활동에 적극 나섰고, 62세에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됐다. 미국 정계가 그녀를 주목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기획|편집부
엘리자베스 워런이 스스로를 ‘서민과 중산층의 대변자’라고 말하는 데 대해 미국 국민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그녀의 성장 환경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때문이다. 워런의 삶은 한 마디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막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2세 때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바람에 식당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학창시절 토론을 워낙 잘해 오클라호마 주의 ‘최고 토론자’로 뽑혀 대학 입학 장학금을 받았고 조지 워싱턴 대학 학사, 휴스턴 대학 석사, 러트거스 대학 로스쿨 졸업 후 파산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수, 하버드 로스쿨 2008년, 국회 의장인 해리 리드의 임명으로 ‘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 관리위원회 회장이 되면서 기업, 특히 월가 금융계와 대립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하에 ‘소비자 금융 보호국’을 계획하고 설립하였으나 보수파와 금융계의 맹렬한 반대로 ‘소비자 금융 보호국’ 회장 후보에서탈락됐다. 그리고 2012년 인터넷을 통해 3900만 달러를 모금하며 역사상 그 어느 상원의원 후보보다(오바마를 포함하여)더 높은 기부금(주로 소액 기부)을 모아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그녀의 자서전 《싸울 기회》에 ‘Fight’ 또는 ‘Fighting’ 이라는 단어가 224회나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나는 대중의 인기를 쫓는 사람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원칙에 충실할 뿐이다. 이 나라(미국)에서 자신의 힘만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 당신(부자)들이 제품을 발송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낸 돈으로 뚫은 도로를 이용한다”면서 “당신들의 번 돈의 대부분을 가져가더라도 세금은 충분히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 인물이 워런을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월가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다. 그는 “워런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런은 “문제는 내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모른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 시스템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월가사람들)이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특유의 유쾌함을 발휘하며 되받아쳤다.
월가 대변인으로 통하는 다이먼이 우발적으로 속내를 드러냈을까? 딘 베이커 미 경제정책연구소(CEPR) 공동소장은 개인 칼럼에서 “워런이 ‘월가를 향한 비수(a dagger)’가 될 가능성이 커 그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월가를 향한 비수는 금융역사가들 사이에 관용어로서 강력한 반(反)월가 세력이나 인물을 뜻한다.
워런이 21세기 월가를 향한 비수일까? 조짐은 분명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등은 “워런이 포퓰리즘 지지자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조의 활동과 누진세에 의해 주가 상승 속도가 낮아져 결국 월가의 활력 둔화로 이어지곤했다.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왜 워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 지지단체인 무브온(MoveOn.org)은 워런 의원이 ‘미 중산층의 위기’, ‘기울어진 운동장(구조적 불평등)’, ‘가진 자와 힘센 자들의 짜고 치는 게임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 미 언론들도 “워런이내세운 경제적 불평등 이슈가 민주당을 뭉치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워런은 월가 개혁뿐 아니라 대학생 학자금 대출 문제에서도 사회보장제도 확대, 남녀 간 임금 격차 해소, 여성 인권 향상 등 다양한 취약계층 보호정책을 내놓고 있다. 교수로 활동하면서 미국법학연구소 부회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