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매주 수요일 총리와 의원의 맞짱토론이 벌어진다. TV로 생중계될 정도로 영국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PMQs를 알아보자.
기획|편집부
영국 의회의 PMQs(Prime minister’s Question: 총리 질의 시간)는 매주 수요일 12시부터 약 30분 간 총리와 의원들 간에 벌어지는 맞짱 토론이다. 이 시간 동안 영국 총리는 의원들이 던지는 질문에 사전 질의서나 준비된 원고 없이 답변을 해야 한다.
총리 질의 시간은 1721년 상원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과거에는 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을 해당 부처 장관에게 대신 답변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에 자신이 직접 답변하겠다고 표명한 이후 모든 총리들이 직접 답변하고 있다.
이 시간은 의원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정부의 계획을 알아볼 기회가 된다. 이 때문에 질문을 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매우 많지만 30분이라는 시간 제약상 질의를 할 수 있는 의원은 15명으로 제한된다. 15명의 의원들은 질의를 신청한 의원들 중 컴퓨터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하원의장은 여당과 야당이 번갈아가며 질의할 수 있도록 의사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의원에게 질의할 기회를주기도 하는데, 총리 질의 시간을 지켜보면 회의장에 앉아있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추첨되지 않는 의원들이 의장의 시선을 끌어 질문할 기회를 얻고자 하는 행동이다.1)
재치 있고 가벼운 조롱이 섞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지만 무례한 태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어떤 의원이 한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거나,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거나, 모욕 또는 욕설을 한 경우는 의장으로부터 취소 요청 받기도 한다.2)
총리와 의원의 토론을 지켜보는 의원들은 답변이 마음에 들면 큰소리로 환호를 보내 지지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에는 야유를 하는 등 토론시간은 매우 소란스럽게 진행되지만, 의장의 권위를 무시하거나 끊임없이 규정을 악용하는 의원들은 발언이 금지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정중하고 예의 있는 태도를 보인다.
총리 질의 시간은 영국 시민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매주 TV로 생중계되며 영국 의회 공식계정을 통해 유튜브에 게시된다. 이 영상은 하이라이트 부분만 편집되어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영국의 신임 총리인 테레사 메이가 취임후 처음 진행한 PMQs 영상이 화제가 됐다. 총리 질의 시간에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의 당수 제레미 코빈 의원이 부도덕한 고용주 아래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불안을 지적하자 메이 총리는 ‘여기에도 직원의 의견을 듣지 않고, 본인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규정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부도덕한 고용주가 있는 것 같다’고 답변해 의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소속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대표경선에 나선 제레미 코빈 의원을 비판한 것이다. 영국 언론들은 일관되고 거침없는 어조로 재치 있는 답변을이어나가는 그녀를 두고 야당 대표를 바보로 만든 성공적인 데뷔였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총리 질의 시간에 쏟는 영국 국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총리와 의원의 날선 공방에 즐거워하고, 조롱 섞인 질문과 허를 찌르는 답변에 통쾌해한다. 또 얼마나 수준 있고 논리적인 질문과 답변을 하는지를 보며 그 정치인을 평가하기도 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20대 국회 개원 후 열린 첫 대정부 질문은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며 ‘정치혁신 운운하더니 또다시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국회를 보며 국민들이 정치에 애정과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 영국의 총리 질의 시간을 참고해 의원 개개인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 이지민(2014). 영국 하원의 총리에 대한 질의
2) Judith Gough.(2004). 영국 하원의 토론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