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흥의 ‘나로호’는 9번의 연기와 2번의 실패 속에서도 마침내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전라남도 고흥은 미래 우주항공 수도로 한 걸음 다가섰다. 고흥군민의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교육 사업을 육성하고 투자유치를 끌어오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늘 시작할 때 마음가짐으로 힘껏 뛰고 있는 박병종 고흥군수를 만나기 위해 ‘지붕 없는 미술관’인 고흥군을 찾았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군수님, 고흥하면 나로호인데, ‘나로호가 있는 고흥’ 이러면 참 멋있을 것 같아요.
박병종(전라남도 고흥군수)_ ‘고흥에 있는 나로호’입니다(웃음).
이영애_ 네! 맞습니다(웃음). 고흥하면 나로호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남해를 끼고 있고 청정 지역인데다가 와보니깐 참 좋습니다. 지자체로서 고흥군 자랑 좀 해주세요.
박병종_ 나로호, 사실 우리 기술로 해서 쐈으면 했는데, 러시아와 기술제휴를 했습니다. 기술이전을 안한 상태에서 하다보니까 우리 연구진들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나로호를 발사할 때9번의 연기와 2번의 실패를 했습니다. 오히려 3번째 발사 때는 우주산업을 살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때까지 국민과 정치권에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9번 연기하고, 2번 실패를 하다보니까 국민들도 자존심이 상했고 정치권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을 하고 나니까 우주관련 예산부터 늘어나고,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대통령께서도 “2020년까지 달나라에 태극기를 꽂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생각들이 확산되니까, 실패했던 것이 우리 우주발전에 큰 힘을 얻게 된 것이죠. 자존심은 비록 상했지만요. 앞으로도 우주관련 관심이 높아져 여러 가지 시설 사업이 확장될 것입니다.
이영애_ 그동안 군정을 이끄시면서 여러 경험을 하셨을 텐데요.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박병종_ 매일 힘든 것이 90%라면, 10%의 보람이 힘든 90%를 상쇄시켜줍니다.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고 지원해줬습니다. 그들이 빚을 청산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영애_ 도와주셨군요. 손톱 밑의 가시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 많이 돌보시는 군수님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박병종_ 저도 농촌에 살면서 그런 과정을 다 겪었습니다. 또 그분들과 같이 생활하고 동고동락 했기 때문에 그 분들의 생활을 잘 압니다.
이영애_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생산하며 커피 농업에 각별한 투자를 하고 계신데요. 6차 산업육성 추진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박병종_ 민선 4기 취임을 하고 군민들에게 장성아카데미를 벤치마킹해서 교육을 시작했어요. ‘혁신리더 양성대학’을 만들어 선진농업을 배우기 위해 해외까지 다녔습니다. 그때 틈새작농을 해보자고 했는데, 커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생산을 해봤어요. 그런데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고흥으로 오시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커피 생산량이 1톤을 돌파해 내년에는 2톤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말씀하신 것처럼 6차 산업으로 추진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영애_ 아! 앞으로 고흥커피가 우리나라 전국에 퍼지는 겁니까?
박병종_ 그러면 좋은데, 우리나라에서 커피양이 하도 많이 소모가 되니까, 커피 마니아들이 고흥커피를 맛보기 위해서 직접 사갑니다. 우리나라 커피라는 희소성에 관심을 가지신 것 같아요.
이영애_ 우리 토종커피가 나와서 해외로 나가는 비용이 줄어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박병종_ 커피뿐 아니라, 애플망고 재배도 합니다. 경쟁력이 제주도보다 훨씬 높습니다. 고흥의 옛 이름이 ‘흥양’이었는데 볕 양(陽) 자를 쓸 정도로 고흥은 일조량이 좋습니다. 그래서 당도가 제주도보다 훨씬 좋습니다. 석류도 전국 생산량의 60%정도를 차지합니다. 너무 단 수입 석류는 건강에 좋은 신맛이 없어 가치가 덜합니다. 산삼과 인삼처럼 비교하면 쉬울 겁니다.
이영애_ 엄청 센데다 비교를 했습니다(웃음). 비교가 바로 확실하게 됩니다. 전국이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서 난리인데요. 고흥군은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박병종_ 인구감소는 지금까지 해왔던 걱정입니다. 고흥은 삼면이 바다입니다. 물산이 엄청 풍부합니다. 청정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바다소득이 육지소득을 능가할 정도로 많으니까요. 이 점은 다른 지역보다 보너스로, 소득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흥 같은 곳은 수집, 채취, 가공, 운반 등 할 일이 많아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문제인데, 현재 인구 고령화가 36.2%로 전국에서 최고로 높습니다. 65세 이상 홀몸어르신이 약 9,000명입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의 농촌이 겪는 현실이죠. 그래서 고흥 군민이 여기서 직장을 다닐수 있는 산업체가 필요해 산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고흥에서 직장을 다닐 수 있다면, 우선 복지문제는 해결되는 것입니다. 산업단지를 만들면 기업들이 들어와 고흥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후 여기서 대학도 진학하고, 직장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교육시스템에서는 부모들은 부모대로 경제적으로 힘들고, 자식은 자식대로 힘든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흥은 군 차원에서 중고생아카데미를 운영해 중3부터 고3까지 금·토요일에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킵니다. 입시전형이 2,000개가 넘지 않습니까? 시골에 있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그 많은 입시전형을 다 알지 못합니다. 적성에 맞는 입시전형을 맞춰줘야 하기때문에 입시학원 전문강사들을 초청해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교육과 투자유치만 된다면 살기 좋은 고흥이 돼서 자립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수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신재생 전기 생산 에너지 100% 자립군으로 거의 맞췄습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 선별장에서 폐목재가 나오는데, 침대, 가구 등 돈 주고 없애야 합니다. 그런데 분쇄기로 펠릿을 만들어 화력발전소에 납품해줍니다. 그럼 돈이 되더군요. 그래서 전주시에 돈을 주고 폐목재를 가지고 와서 바로 펠릿을 만들어 화력발전소에 납품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동서발전과 40메가와트급 고흥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고흥군 전체 필요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만으로 100%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영애_ 군정을 이끌면서 아쉽고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 텐데요. 국회나 중앙부처, 청와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없으신가요? ‘누구나 민원이 있다!’ 30초 동영상을 찍겠습니다!
박병종_ 중앙 정부의 강한 통제권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까 새로운 발상 전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있는데, 자율권을 폭넓게 줘야 합니다. 정부에서 하는 사업도 연속성과 지속성이 갖춰줘야 합니다. 분청사기를 국가사적지로 해놓고 보니 박물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못 짓고 있습니다. 문화재를 발굴한 지역 박물관에서 전시와 홍보를 하는 게 나은데 이걸 국립박물관에 전시하면 가치나 희소성이 100%에서 10%로 줄어듭니다. 박물관이 우후죽순 늘어날 때가 있었지만 최대한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 태양열로 전기료를 충당하고 난방은 지열을 뽑아서 하는 등 적은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업을 100년 대계를 내다보며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얼마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겼는데요. 협의회 군수대표로서 단체장들이 사무실을 여의도로 옮긴 깊은 뜻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병종_ 현금보유자산도 있었는데 매번 남의 사무실을 들어가다보니 관리비 등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에 살 수 있는 사무실을 매입해 들어간 것입니다. 국회에 일을 보러오는 단체장들이 잘 활용하고, 정보도 수집하며 여유를 가지고 쉬는 만남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옮겼습니다.
이영애_ 저희도 활용해도 되죠?
박병종_ ‘지방’ 글자가 들어가면 다 활용해도 됩니다(웃음).
이영애_ 고흥군 공직자들과 군민들에게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병종_ 네, 첫째는 우리 군민들과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고흥 군수하면서 1조 6,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수자원보존지역이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라 공장·축사·창고 하나도 못 짓는 규제에 묶여 있었는데, 2006년부터 2008년도에 수자원보존지역 73%를 해제했습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지역은 40%를 해제했고, 투자유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정하며 MOU를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군민들의 삶이 더 행복해졌고, 경제적 부가가치도 창출됐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군민들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고 경제도 잘 풀려 원만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군민들이 ‘이럴 때도 있구나!’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어느 군수보다 더 고흥을 가장 사랑했고 가장 발전시켰던 군수로 기억되도록 날마다 기도하고 다짐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영애 편집인이 직접 ‘싸가지도 스펙이다’에 저자 사인을 한 후, 박병종 군수에게 건넸다.)
박병종_ ‘싸가지도 스펙이다!’ 저하고 비슷한 면이 있네요(웃음). 저는 ‘시발껏’이란 말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누구한테 가서 ‘시발껏’이라고 하면 많이 놀랍니다. ‘시발’의 ‘시’는 처음 시(始) 자로 초심을 잃지 않고‘발’로 힘껏 ‘뛰자’라는 의미인데 이걸 설명하면 전부 웃습니다.
이영애_ 아! 정말 깊은 뜻이 있군요. 군수님이 얼마나 발로 힘껏 뛰어다니시며, 고흥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 깊이 이해갑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