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사장님, 핀란드 국민들은 공무원들을 무척 신뢰하더군요. 공무원이 수돗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하면 다 먹습니다.
조병돈(경기도 이천시장)_ 우리도 수돗물은 먹어도 됩니다. 물을 생산한 후 물탱크에 오래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수돗물을 못먹는 것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공무원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봉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콩을 가지고 팥이라 해도 공무원이 하는 이야기라면 믿고 신뢰하도록 해야죠. 그러려면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부터 그런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이영애_ 제가 재선때 뵈었는데 이천시가 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보람이 있으시죠?
조병돈_ 3선 시장으로 저는 초선부터 일관성있게 이천시를 35만 계획도시로 만들어 지역민을 행복하게 하는데 포커스를 맞췄어요. 현재 25만명이지만 전철사업, 기업유치 등을 통해 계속 인구가 늘어날 것입니다. 덕분에 지난번 매니페스토 실천운동본부에서 226개시군구를 평가했는데, SA(최우수)등급을 받았어요.
이영애_ 축하드립니다. 이천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병돈_ 이천시가 행복해지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하는데요. 먼저 행복한 동행사업입니다. 정말 이천시에서는 돈 없어 밥 굶는 사람, 아파도 병원 못가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또한 선진국처럼 장애인을 대우하고 꿈을 가지고 한국으로 온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이천 시민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또 어르신들도 점점 늘어나는데, 어르신이 웃어야 지역이 행복합니다. 이처럼 어르신, 장애인, 다문화가족, 저소득계층들이 정말 행복하게 느낄 수 있는 이천시를 만들기 위해 행복한 동행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영애_ 행복한 동행사업은 어떻게 시작된 사업인가요?
조병돈_ 본래 교회 교인들을 중심으로 조손 가정에 무료로 머리를 깎아주거나 생필품을 기증하고 중국집 주인이 자장면을 한번씩 먹여주는 등 재능기부를 해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시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입했고, 계속 홍보했더니 현재 493명이나 모였어요. 변호사 대금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해드리고, 치과의사들은 어르신들에게 틀니를 무료로 해드리기도 합니다.
이영애_ 행정자치부에 서도 그렇게 재능기부자 데이터를 만들고 있답니다.
조병돈_ 그렇군요! 이천시 공무원들도 1인1나눔 계좌(1,000원)갖기 운동에 참여해 행복한 동행사업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경찰서, 세무서, 교육청, 신용협동조합, 어르신들도 동참하고 있어요. 1~2만원씩 내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도움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합니다. 앞으로 이 운동을 계속 파급시켜 나가겠습니다. 남을 돕는 사람이 나쁜 짓을 어떻게 하겠어요? 도움을 받는 사람은 도움을 받아 좋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도와서 좋습니다. 이천 시민의 절반만 남을 돕는 사람이 되면 행복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영애_ 그럼 두 번째는 무엇인가요?
조병돈_ 바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인데요. 이천시는 2010년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됐어요. 현재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34개국 69개 도시가 있습니다. 문화적 도시환경과 문화·예술·지식정보산업 분야에 인적 자원 등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도시 안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독자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도시를 창의도시라 고 합니다. 문학, 영화, 음악, 공예 및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아트, 음식 등 7개 분야로 구분돼 있습니다. 이천시가 서울시와 함께 2010년 공예분야로 지정돼 인근 도시들과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뭔가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네요.
조병돈_ 그렇습니다. 도시간에 상당히 네트워킹이 잘 됩니다. 제가 일본의 가나자와 시를 다녀왔는데요.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에요. 우리처럼 아파트가 많지도 않고 아주 넓은 평야 지역에 있는 도시인데, 3박 4일 여행을 하면서 마지막 만찬을 가나자와성에서 했어요. 예쁜 조명이 있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성을 떠나기 위해 새벽 6시에 호텔 앞에 모여 기다리는데, 어느 노신사가 주머니에서 비닐 봉투를 꺼내는 거예요. 그러면서 쓰레기를 줍더라고요. 알고 보니 가나자와 시민들은 거의 다 쓰레기를 보면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거나 자기 집에 가져가서 처리한다는 거예요. 별도의 청소가 필요 없다고 하더군요. 버리지를 않으니까요. 정말 인가해서 가나자와 시를 걸어서 다니면서 골목길을 둘러봤어요. 그런데 정말 쓰레기가 없더라고요. 담배 꽁초 두 개를 발견했어요.
이영애_ 아마 관광객이 버렸을 거예요.
조병돈_ 그랬을 것 같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이천시가 떠올라 부끄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제가 처음 시장을 할 때 선거운동을 하면서 아침 새벽에 나와 보면 너무나 지저분했어요. 당시 공약으로 다른 건 몰라도 클린(CLEAN) 이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환경미화원들이 당시 7시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새벽 4시부터 청소를 하라고 지시했어요. 출근길이 깨끗해야 하루가 즐겁잖아요. 그래서 이천시도 어느 정도 깨끗하다 생각했는데, 가나자와 시를 보니 비단 쓰레기만이 문제가 아니더군요. 선진국처럼 시민의식을 격상시켜놓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요. 소통을 하면서 사람들의 시민의식을 높여야 합니다. 시민의식이 높아지면 도시도 깨끗해지고 서로 행복해집니다.
이영애_ 시장님께서는 3선 단체장이니 만큼 알고보면 굉장한 기여를 하신 분이고 선택받은 분이신데요. 이런 3선 단체장님들에게 행정자치부에서 상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병돈_ 이명박 대통령 시절 시장·군수·구청장 국정설명회 때 호남의 한 군수가 단체장이 3D업종이라면서 농협조합장에 비해 돈도적게 받고 힘들긴 더 힘들다며 훈장이나 하나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영애_ 행정자치부에 등록받은 민관소통위원회가 나서서 지방자치에 기여한 단체장 상을 만들도록 이사회에 건의해보겠습니다.
조병돈_ 맞습니다. 훈장은 곧 자기만족이죠. 결국 시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판단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나온 이야기인데, 추진하신다니 그거 참 잘하시는 거네요.
이영애_ 시장님 같은 분은 민원이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민원이 있다면 ‘이런 것이 불편하니 바꿔주면 좋겠다ʼ고 하는 게 있으신가요?
조병돈_ 시장을 9년 몇 개월 하고 있는데요. 중앙에서 지방을 못 믿어주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지방의 단체장들을 도둑질이나 하는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지방에서 볼 때 중앙은 너무 칸막이 행정이 많고 부처 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지방에서 건의한 것은 시민들과 정말 대화를 나누고 실질적인 것을 하려고 하는 것인데, 그게 안되네요. 얼마전 산업자원부에 찾아간 적이 있어요. 이천에 키판을 만드는 SK 하이닉스 관련 협력업체가 싱가포르에 팔렸는데, 이 회사가 영종도 자유무역단지로 갔습니다. 이천에서도 흑자를 내는 회사인데, 영종도에 가면 50년 동안 무상으로 땅을 빌려주고 각종 세금도 5년 동안 면제해준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산자부 장관에게 새로운 업체를 유치하도록 해야지 기존 업체를 타지역에서 뺏아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장관이 하는 얘기가 자기가 있을 때 한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화가 났습니다. 지방이 자꾸 문제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중앙부처부터 개혁해야 합니다. 국회의원과 중앙정부가 신뢰를 받아야죠.
이영애_ 정말 속상하셨겠어요.
조병돈_ 저도 단체장으로 바쁘지만 일주일에 두 번 4시간씩 민원인과 대화를 합니다. 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운 분들이 많아요. 안되는 민원만 가지고 옵니다. 그래도 70%를 해결합니다. 법으로 확실히 안 되는 것은 모르지만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입법취지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의 잣대로 된다 안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행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주민들과 같이 협의해 해결하다보니 70%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두번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합니다. 그랬더니 시민들이 좋아하고 공무원을 신뢰하고 그렇습니다. 중앙정부도 그런 모습을 보여야죠.
이영애_ 그렇습니다. 현재 시민 소통의 날을 운영하고 계신데, 우리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마음 한번 표현해주세요.
조병돈_ 네, 그래야죠. 앞으로 시장으로 열심히 노력할 테니 시민 여러분도 많은 신뢰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어깨에 힘주고 목에 힘주는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무원으로 바꿔나가겠습니다. 시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영애_ 대한민국 공무원을 신뢰하는 나라는 언제쯤 될까 했는데, 이천시장님을 뵈면서 많
이 앞당겨질 것 같다는 마음이 생기네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