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채 전라남도 교육감 "독서토론교육, 학생의 미래를 위한 교육입니다"

 

독서는 인생을 살아가는 길을 비춘다. 전라남도의 독서토론교육은 정규과정을 공부하기에도 바쁜 학생들에게 삶의 여유를 선사했고, 독서토론 열차학교와 선상무지개 학교는 전남 교육의 아이콘이 됐다. 여러 가지 현안 속 교육 본질을 지키며 소신 있게 교육정책을 펼쳐나가는 장만채 교육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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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월간 지방자치》 편집인)_ 교육감님 직무수행 지지도가 계속 1위를 하고 있는데요. 교육정책을 펼치시며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장만채(전라남도 교육감)_ 우리가 아이들을 왜 학교에 보내는지를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에 충실해져야 해요. 학생이 없으면 교육감이나 선생님이 필요 없어요. 초·중등 교육이 대학과 다른 것이 의무교육이고, 성인이 돼서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곳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현재가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그 필요한 것을 해내기 위해 지금 뭘 해야 하는 가를 생각해야죠. 그러다보면 거기에서 교육감과 선생과 학생과 학부모의 역할이 나옵니다. 거기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되는 거죠.

이영애_ 교육감님 말씀처럼 쉽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장만채_ 그렇죠. 이것이 어려운 게, 현실의 문제예요.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고, 미래만 보고 나가면 실현 가능성이 없어 공허해집니다. 그래서 현실과 이상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교육감의 역할입니다. 현실을 개선해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야죠.

 

이영애_ 예를 들면요?

장만채_ 전라남도는 학생 이탈이 많아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만큼의 입시 성적이나 취업률이 나오지 않으니 외면받는 거죠. 광주나 인근 대도시로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농촌이 동화됩니다.

이유를 분석해보니 농어촌 학교들이 소규모라 학생도 적고 선생님도 적어요. 예산 지원이 힘들고 교육프로그램도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반이 2~3개밖에 없던 고등학교 3곳을 합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농어촌 거점 고등학교'를 만들었어요. 지역사회에서 반발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다음 교육감 선거 때 두고 보자"는 분도 있을 정도로요. 교육감 물러가라고 하시기에, ‘그만둬도 괜찮지만 후배들 위해서 해야 할 것은 하고 가야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오래 끌기는 했지만 결국 개교했는데 지금은 학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민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이영애_ 그렇군요. 사실 지방교육 재정이 화두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장만채_ 지방재정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시는데요. 제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예산에 관해서 정확한 틀이 안 잡혀져 있다는 겁니다. 예산 규모의 크고 작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요. 적으면 적은대로, 크면 큰 대로 활용하는 거죠. 교육 재정이 많다 적다는 겉에 드러난 현상을 보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새로 짓는 학교들은 세계에서 최고로 좋습니다. 그런데 좋은 시설이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는 너무 외형에 치우쳐서 정말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영애_ 제가 올해 외국을 많이 다녀왔는데요. 다른 나라의 교육을 보면서 우리는 왜 투자하는 만큼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답답하더라고요.

장만채_ 교육감이 되고 말로만 들었던 교실 붕괴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임은 교육청이나 선생님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가치관이 이미 변해버렸어요. 우리 기성세대는 자기가학교 다닐 때만 생각하니까 학교 현장과 차이가 생겨요.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는 교육을 위해 선생님이 학생에게 체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는데 우리나라는 체벌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교육은 통제입니다. ‘너 편한대로, 너 마음대로 해라’는 교육이 아니에요. 그것은 방임입니다. 놀고 싶어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데, 그것을벗어날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거죠.

이영애_ 맞습니다. 외국에서는 선생님에게 권한을 많이 주니까 선생님도 그만큼 노력하고 존경도 받더라고요. 

장만채_ 저도 제 아이가 학교 다닐 때 담임 선생님께 잘못하면 때려서라도 바로 잡아달라고 했어요. 지금은 선생님이 체벌하면 학부모님들이 "왜 우리 애 때렸느냐"고 따지니 선생님들이 발을 빼고, 학생도 선생님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요. 우리나라만큼 학생을 방치하는 나라가 없어요. 식당에서 떠들고 난리치는 아이를 혼내면 그 부모가 화를 내잖아요. 이런 것을 제재할 수 있어야만 그 나라의 교육이 삽니다. 선진국의 교육학자들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해요. 대한민국은 1970~80년대 교육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교육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거죠. 

 

이영애_ 부모의 교육방법이 아이의 인생을 정하듯 한 나라의 교육방법이 그 나라의 미래를 정하는 데, 참 무서운 말입니다. 교육정책을 펼치면서 고쳤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장만채_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교육을 하고 싶어도 법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과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법적으로 요구한 과목만 공부해도 끝나면 5시에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그 수업 외에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인성교육이든 뭘 하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될 수 밖에 없어요. 교육의 질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초등 6학년 수학문제를 못 푸실 거예요. 필요한 공부면 하는 게 맞지만, 별로 소용이 없어요. 소용이 없는 것을 너무 많이, 어렵게 가르치는 거예요.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일인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1960년대 산업화 시대에 맞는 지식교육 중심의 제도라는 겁니다. 법을 바꿔 학생이 졸업하는데 필요한 과목 수와 시간 수를 줄여야 해요. 그래야 학생들이 여유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할 수 있죠.

이영애_ 그런 틀 안에서라도 제대로 교육을 하기 위해 독서 교육을 강조하시는 거군요.

장만채_ 그렇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정규교육과정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하자는 것인데, 사실 이 외에도 우리가 공부를 할 때 모든 과목이 기본적으로 국어의 어휘와 이해력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상황을 이해하고, 어휘력이 증가하고, 좋은 책을 통해 자기의 내면을 다지는 거죠. 학업은 물론이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나폴레옹은 전쟁에 나갈 때 항상 책 수레를 끌고 다녔다고 해요. 세계적인 철학자인 헤겔이 독일을 침공하는 나폴레옹을 보고 ‘이 시대의 지성이 간다’고 이야기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나폴레옹의 전략이나 이론적 배경들이 바로 독서에서 나온 거죠. 처음에 독서토론 수업 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학생도 선생도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접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동아리, 학생 동아리, 사제동아리 등을 만들고, 모든 교과목의 10%는 독서토론 수업을 하도록 했어요. 또 독서토론 수업에 학생들의 관심과 열기를 끌어내기 위해 독서토론 열차학교, 선상무지개학교 등의 프로젝트를 실시했습니다.

 

이영애_ 독서토론 열차학교와 선상무지개학교는 무엇인가요?

장만채_ 독서토론 열차학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면서 독서·토론 활동을 하는 것인데요. 폐쇄적인 공간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이겨내는 극기심, 동료와 문제를 해결하는 협동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또 광활한 민족의 역사를 느끼며 역사의식도 고취하고 그 안에서 독서를 통해 소통하고 토론하는 거죠. 처음에는 북한을 경유해서 가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내년에 다시 추진해보려고 합니다. 선상무지개학교는 전라남도에서만 할 수 있는 건데, 목포해양대학교 배를 타고 제주도, 일본, 중국 등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선상무지개학교는 중학교 2학년생 200여명, 독서토론 열차학교는 고등학교 2학년생 80명 정도 가는데 인기가좋아서 내년에는 정원을 늘리려고 해요. 일반인들도 돈 내고 가고 싶다는 사람 많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니까 재미 사업가 한 분이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한 미국 프로그램을 후원하겠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이영애_ 저도 돈내고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웃음). 전라남도에서 참 좋은 교육 정책들을 펼치고 계시는데,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전하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장만채_ 저는 사람의 능력은 대동소이 하다고 봐요. 결국 교육은 사랑입니다.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저는 사실 별로 하는 게 없어요. 직원들이 다 하는데, 다만제가 하는 것은 팁을 주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항상 중심을 잡고 본질을 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세상이 아무리 변화해도 그것만 쫓으면 우리는 그 파도에 떠다니는 배와 같기 때문에 그 본질을 보자고 하는 거죠. 우리 직원들이 영리해서 금방 알아듣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요. 제가 그 덕에 먹고 삽니다(웃음).

이영애_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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