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은 ‘푸른 나래’ 펴고 남한강은 ‘젊은 꿈’ 흐른다 [김문근 단양군수]

패러글라이딩 · 수상 레포츠
단양은 ‘스토리 텔링 ’ 성지

어린 김문근은 종종 산그늘에 누워 소백산 바람에 몸을 맡기면 날아갈 듯 상쾌했다. 사춘기 무렵 남한강 도도한 푸른 물을 바라보면 꿈은 한없이 어디론가 흘러갔다. 꿈이 당도한 그날은 군청 첫 출근하던 날.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정작 떨리는 건 가슴이었다. 예순일곱살 김문근은 이제 단양군수다. 소백산 하늘 높이 푸른 꿈은 나래를 펴고, 남한강은 그의 붉은 열정을 싣고 푸르게 흐른다. 김문근을 키운 팔할은 소백산과 남한강이다. 소백산은 현재의 단양을 굽어보고 있고 남한강은 단양의 미래로 달린다. 거기 김문근이 있다.

김문근 단양군수 약력 
/ 1957년 단양군 매포읍 출생
/ 충북대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 전 충청북도 농정국장
/ 현 민선8기 단양군수(2022.7~) 

 

이영애 발행인_ 군수님 반갑습니다. 군수님 취임 이후 단양군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이 궁금해 찾아왔습니다. 먼저 저희가 만든 쇼츠 영상을 잠깐 보시고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문근 단양군수_ 고맙습니다만 과찬의 말씀입니다. 아쉬움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습니다.

 

이영애_ 단양은 신선이 다스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양팔경을 비롯해 자랑거리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직접 단양을 소개해 주십시오.

김문근_ 단양의 강점은 단연 남한강입니다. 단양 8개 읍면 중 5곳을 남한강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1972년 악몽같은 수해를 안기기도 했지만 남한강은 변함없이 단양군민의 오랜 삶의 터전이고 문화의 젖줄입니다. 요즘은 수상스키 등 수상 레포츠의 요람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특히 중부권에서 가장 높은 소백산을 크게 ‘ㄹ’자로 흐르면서 온갖 기암괴석과 절벽을 만들어 단양팔경이라는 귀중한 유산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단양은 강과 산이 어우러져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주는 ‘스토리 텔러’입니다.

 

이영애_ 군수님 자랑거리 하나 더 말씀하실 기회를 드릴게요. 작년 11월에 나온 ‘시루섬, 그날’ 책이 일반인은 물론 관가에서도 아주 화제입니다. 잠깐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문근_ 얘기가 좀 깁니다. 지금 MBC에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고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제가 1980년 12월에 단양에 처음 공무원 발령을 받았을 때 군청에서 많은 직원들이 8년 전 시루섬 수해를 생생하게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무심히 지나쳤다가 도청 근무하고 다시 군으로 오니 여전히 시루섬 수해 얘기를 하더군요. 몇몇 사람에게 생생한 얘기를 듣고보니 너무 리얼하고 드라마틱하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더라고요. 이 금싸라기 같은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군청엔 남아있는 자료가 별로 없었어요.

 

이영애_ 그래서 직접 나셔서 당시 주민들 만나고 전국 다니시면서 이야기 녹음하고 그랬군요.

김문근_ 기록으로 남기자는 게 저에게 맡겨진 소명으로 느꼈어요. 1972년 수해를 잠깐 기억하자면요. 당시 태풍 ‘베티’가 전국을 휩쓸면서 특히 남한강 유역에 엄청난 폭우를 퍼부었습니다. 시루섬은 이곳 남한강 복판에 있던 섬입니다. 당시 섬에는 주민을 포함해 200명이 넘었어요. 이들 모두가 높이 6미터 지름 5미터 크기 콘크리트 물탱크(수조)에 올라가 밤새 버틴 끝에 구조됐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수조에 여자와 어린이들은 안쪽으로 들어가고 바깥 테두리에는 청년들이 스크럼을 짜고 떨어지지 않게 힘으로 버틴 겁니다. 정말 안타까운 건 백일 밖에 안된 갓난 아기가 압사한 겁니다. 애 엄마는 혹시 사람들이 동요할까 걱정돼 말도 못해 사람들은 비가 그치고 아침에 구조되면서 아기의 죽음을 알았다고 합니다.

 

이영애_ 너무 슬픈 얘기입니다. 주민들의 희생 인내 헌신이 시루섬의 기적을 만들어냈군요.

김문근_ 어쨌든 당시 주민들(시루섬은 댐 건설로 거의 수몰돼 주민은 섬을 떠나 모두 흩어졌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녹음을 했고 사진 자료 등 찾느라 10년이 걸렸습니다. 저는 시루섬 수해를 역사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완성도를 높이려고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양에 타이타닉 정신(침몰 때까지 배를 지킨 선장 등)이 있다면 우리에겐 시루섬 정신이 있다면 과장일까요?

 

 

이영애_ 얘기를 좀 돌려서, 단양 인구가 2만8천명이 좀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생활인구는 27만이라고 합니다.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문근_ 올해 초 행안부가 핸드폰 사용량과 카드 사용 등을 통해 전국 관광지 7군데를 조사했는데 외지에서 단양을 찾아 3시간 이상 체류한 인구가 27만명이라는 겁니다. 주민등록 인구 대비 최고 비율이었습니다. 저희는 내륙관광 1번지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런 조사가 좋은 영향을 줄 거라 믿습니다.

 

이영애_ 지역투자펀드 1호로 단양역 관광개발사업이 선정됐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가요?

김문근_기획재정부 주관 지역활성화 펀드 사업 1호로 ‘단양역 관광시설 개발사업’이 선정된 겁니다. 이 사업은 중앙선 폐철도 부지와 터널을 재활용해 호텔, 케이블카, 실내체험시설, 미디어아트터널 등 관광지를 조성하는 겁니다. 사업비가 1133억 드는 큰 사업입니다. 단양역에 대단위 유원지를 만들고 남한강 케이블카, 대형 호텔, 미디어아트 터널, 로컬 마켓 등이 들어섭니다. 단양역이 확 바뀝니다.

 

이영애_국민 여러분, 단양에 투자하십시오. 돈 되는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웃음). 그리고 복도에 보니 고향사랑 기부자 얼굴 사진을 대형 TV화면으로 계속 돌려 보여주고 있더군요.

김문근_ 기부자들이 고마워서 그런 겁니다. 기부자 얼굴 화면이 하루 종일 돌아갑니다. 기부자들도 기뻐하시고 또 기부 동기도 더 생기겠죠.

 

이영애_ 그리고 이번에 정말 큰 일 하셨더군요. 지역의료가 무너질까 걱정이 큰 와중에 단양군이 모범답안을 냈다는 평을 받습니다. 단양보건의료원이 7월에 개원한다는데 그동안 많이 힘드셨죠?

김문근_ 충북지역엔 보건의료원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세우는 겁니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위급 환자가 생기면 갈 병원이 없었는데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병원이 생기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귀농귀촌도 늘어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인구소멸 농촌소멸을 막는 좋은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의사를 모시는 일이었죠. 지원 의사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하고 연봉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해서 응급의학과 등 겨우 전문의 다섯 분을 확보했습니다. 별장 같은 걸 해드리면서 더 많은 의사 선생님들 모셨어야 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이영애_ 응급환자 바로 처치하고 상급병원 보낼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양역도 새로 개발하고 병원도 만드시고 이제 단양의 미래 모습이 궁금합니다.

김문근_ 단양군 인구가 계속 줄다가 제가 취임한 이후 어느 정도 정체된 상태로 하향세는 멈추었다는 섣부른 판단을 합니다. 인구가 많은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단양에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지만 물 좋고 산 좋고 경치 좋은 단양이야말로 미래 세대에게는 정말로 살 만한 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도시에 3일 살고 농촌에 4일 사는 시대가 온다고 하니 4일은 단양으로 오세요. 저희들이 책임지겠습니다. 단양에 사십시오.

 

이영애_ 긴 시간 말씀 고맙습니다. 단양군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1972년 수해 때 지름 5m 물탱크 위 201명 스크럼 사투 15시간

김 군수의 ‘시루섬, 그날’

 

‘시루섬 사람들이 물탱크에 오르는 중에도 여전히 비는 계속 내렸다. 물탱크는 미어터졌지만 피할 데라곤 그곳뿐이었기에 사람들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단양군수 김문근은 책 ‘시루섬, 그날’에서 이렇게 1972년 8월 수해 상황을 차분하게 과장 없이 말하고 있다. 높이 6미터 지름 5미터의 물탱크 위는 난간 없이 반질반질한 곳으로 자칫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때 누군가 주변의 소 떼를 보라고 외쳤다. 물탱크 아래에서 헤엄치며 오르내리고 있는데 송아지 한 마리를 가운데 두고 큰 소들이 밖에서 보호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주민들도 스크럼을 짜고, 노약자를 모두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젊은이들은 바깥으로 나가 양팔을 교차시켜 깍지를 껴 움켜쥐었다. 수십명의 청년이 한 몸이 돼 스크럼을 짰고 이는 생명의 울타리가 됐다. 생존 일등 공신으로 모두 이 스크럼을 꼽았다고 김 군수는 책에서 설명했다.

어느 가장의 에피소드. 이 가장은 물탱크에 대피해있다 소들을 풀어주려고 잠깐 내려가려는데 아내가 소리쳤다. 큰아들만 챙겨서 오라고, 다행히 세 딸은 다 살아났지만 엄마는 딸들에게 평생 핀잔을 들어야 했다.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당시 물탱크 안쪽에 있던 최모씨는 백일 된 갓난아기를 품고 있었다. 아직 이름도 짓지 않은 갓난아기. 엄마는 계속 안쪽으로 밀리며 선 채로 젖을 먹였다. 아기는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엄마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웃음은 엄마가 본 아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물탱크 아래 한 쪽이 부서지며 물탱크가 기울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녀를 덮쳤다. 엄마는 쓰러졌다. 그게 끝이었다.

김 군수는 이런 여러 상황들을 당사자 뿐 아니라 여러 주민들에게 증언을 들어 기록했다. 아기 사망도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의 증언은 조금 다르다.

김 군수의 일지는 매우 꼼꼼하다. 8월 19일 오전 장대비가 퍼붓고 오후 들어 강물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남. 오후 2시 주민들이 물탱크 주변에 모임. 자정이 가까워서야 비가 가늘어지고 20일 새벽녘에 완전히 그침. 횃불을 켜 물탱크 생존 알림. 오전 8시에 물이 빠지고 헬기 나타나 11시 주민들 모두 구조.

대강은 이렇지만 시간별로 상황별로 세세한 기록이 다큐멘터리로 손색없는 문학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증언자는 22명에 달한다. 아기 잃은 엄마를 몇차례나 설득해 겨우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김 군수는 당시 시루섬 물탱크에 올랐던 201명을 모두 영웅이라고 했다.

시루섬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대부분 수몰돼 지금은 무인도이다. 김 군수는 무인도 시루섬을 추모 관광지로 만들 계획으로 201명의 동상을 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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