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개헌 얘기가 강을 이루며 민주주의의 바다에 이르렀다. 난파당하지 않고 견고한 몸으로 정박한 목선 유정복은 강인했다. 아니 처절했다. 공직생활을 꿰뚫는 봉사 정신은 권력에 대한 ‘지론’이었고 시민 국민과의 대화로 몸에 밴 ‘낮은 눈높이’는 권력을 쓰는 ‘정도’로 설명됐다.
달변이 아니어서 ‘선동’에 능하지 않고 제스처는 화려하지 않아 ‘분신술’과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더 큰 권력은 ‘지방분권’ 실현이었고 인천광역시장으로서 진정한 권력은 ‘시민 배부른 행복’ 쟁취였다.
장소 광화문빌딩 대한민국시도지사협희회장 집무실 대담 이영애 발행인 |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시장님 오랜만입니다. 협의회장님 영상을 쇼츠로 만들었습니다. 핸드폰으로 QR을 스캔해 보시고 소감 한말씀 부탁합니다.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겸 인천광역시장_ 월간 지방정부가 완전히 디지털로 무장한 느낌입니다. 좋은 영상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매거진도 중앙과 지방을 잇는 브릿지(Bridge), 아주 컨셉이 명확합니다.
이영애_ 대선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 건네시죠?
유정복_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국정을 잘 살피셔서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로운 정부가 경제도 되살리고 민생도 잘 챙기기를 기원합니다.
이영애_ 대선 직후 시도지사협의회 성명서를 내셨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결론은 ‘국민’이겠죠?
유정복_ 물론 국민입니다. 우선 17개 시도가 바로 대한민국 아닙니까? 국민이 바라는 바는 결국 더 나은 정부, 더 나은 나라, 더 행복한 국민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금 무엇이 가장 문제인지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겠죠. 그 첫 번째 일이 개헌입니다.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아 건의문 형식이 됐습니다. 핵심은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한다면 국가 발전이 이뤄진다는 겁니다.
이영애_ 이른바 지방분권형 개헌을 말씀하시는 거죠?
유정복_ 개헌을 추진하는 배경부터 말씀드리죠.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중앙집권 문화에 젖어 있습니다. 우리 정치와 행정을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원칙 같은 겁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건전한 발전입니다. 지방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는 형태로 나라가 바뀌어야 합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합니다. 우리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나 국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배분하느냐가 관건이죠.
이영애_ 권력의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개헌이 될까요?
유정복_ 인간 속성이 권력을 갖게 되면 누리고 싶고 누리다 보면 오래 누리고 싶어합니다. 정치인은 그 권력으로 자신의 정치관을 달성하고 싶죠. 바로 이 지점이 권력의 속성이 드러나면서 국민과 거리가 생기는 결정적 포인트가 됩니다. 즉 진짜로 권력을 얼마나 어떻게 효율적으로 행사해서 국민에게 돌려주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게 권력의 속성입니다. 대통령 되기 전과 후가 다른것을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이 되고 나면 역대 다 그러했듯이 개헌이 잘 안돼요.
이영애_ 맞습니다. 개헌을 하면 뭘 잃는 겁니까?
유정복_ 잃는 게 아니라 권력을 내려놓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대선 후보들끼리 약식 서약이라도 하자, 개헌 약속하자라고 했던 겁니다. 핵심은 대통령 권력 의회 권한을 내려놓는 것, 즉 중앙정부 권력을 지방정부로 과감히 넘기는 게 개헌의 초점입니다.
이영애_ 대통령님께 드리는 중요한 쇼츠 영상으로 찍겠습니다.
유정복_ 개헌을 통해 국민에게 주권을 돌려주는 게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일 뿐 아니라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입니다. 경제와 문화를 살리며 우리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개헌은 정치인만을 위한 개헌이 돼선 안됩니다. 국민을 위한 개헌, 국가 미래를 위한 개헌이 이뤄져야 합니다. 새 정부는 진정 국민의 모든 바람을 담은 개헌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도 이같은 개헌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참여하겠습니다.
이영애_ 개헌을 하고 국정과제를 수립할 때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또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정복_ 지금은 말뿐인 지방자치입니다. 30년째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못하고 있습니다. 헌법에도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은 딱 2개뿐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는다는 말도 없어요. 지방의회를 둔다고 했을뿐 선거 얘기는 없어요. 그래서 이제는 지방 분권을 명시한 개헌으로 실질적인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입법, 조직, 재정 등 기본권이 포함돼야 합니다. 그리고 헌법 전문에 지방자치를 실시한다는 걸 명문화해야 합니다. 진정한 지방자치에 대한 근거를 만들고 활성화해야 합니다.
유 협의회장의 지론 ‘권력 내려놓음’은 통 큰 발언이다. 실제 그런 시도를 해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실질적 지방자치를 못박는 개헌 전략은 지방 정부 입법 조직 재정 등 매우 치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꼼꼼하다. 통이 크면서 꼼꼼하다는 건 결코 이율배반이 아님을 유 협의회장에게서 보았다. 중앙의 파장과 지방의 파문이 겹치면서 서로의 무늬를 닮아갈 수 있을까.
이영애_ 중앙지방협의회도 조속히 개최하기를 바란다고 하셨는데
유정복_ 법률에 따라 분기마다 한 번 열기로 돼있고 대통령이 의장이고 총리와 시도지사협의회장이 부의장입니다. 각 부처그리고 시도지사들이 회원입니다.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서 열어서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해야 합니다. 지방정부는 현장입니다. 지역 주민이면서 국민입니다. 삶의 현장에 지방정부가 있기에 국민 삶을 이해하려면 지방정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영애_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도 시도지사협의회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유정복_ 국정이 혼란스러울 때 우리 지방정부만이라도 정신 차리고 지역 안정, 경제 안정, 민생 안정 등에 노력하면서 결의도 하고 성명도 발표하면서 지방 안정화에 기여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겐 지방정부의 지역 논리가 더 통하는 겁니다.
이영애_ 그런 점에서 인천의 여러 성공 정책들은 귀감이 됩니다.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목표와 방법이 차별화됐습니다.
유정복_ 지방의 성공적인 정책이 국가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합니다. 말씀대로 인천은 인구문제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거의 유일한 지자체입니다. 선봉장이라 할만하죠. 2년 연속 경제성장률 1위를 했고 저출생 문제는 지난해는 재작년 대비 신생아 증가율이 11.6%나 되는 획기적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영애_ 현장 체감 지수요? 좀 낯선데 설명 부탁합니다.
유정복_ 먼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정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려고 합니다.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연간 50조 원을 씁니다. 그래도 출생률은 전 세계 꼴찌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돈을 복지부, 행안부, 여가부 심지어 농수산부에서도 나눠줍니다. 각 부처는 나름 뚜렷한 목표를 갖고 시행한다지만 객관성이 떨어져요. 저 자신들 생색내기이죠. 이게 바로 권력입니다. 자신들 권력행사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요자 체감은 떨어집니다. 이 돈을 통합해서 지급해보세요. 인천처럼 요. 당장 효과가 달라질 겁니다. 장담해요.
이영애_ 협의회장님께서 통합장관님 하시지요. 각 부처 권력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유정복_ 제가 저출생 대응 인구 부처를 만들자고 정부 조직법을 개편해 국회에 냈습니다. 지금 6개월 넘게 낮잠 자고 있습니다. 할 말 없습니다. 제 얘기 듣고 대통령실은 수석을 두었지만요. 이 인구 부처를 만드는 이유가 인구대응 통합시스템을 만들어 대책이나 보조금 지급을 통합형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정치권이 이러면 안됩니다.
이영애_ 권력 개헌 민주주의 등 얘기가 무거이영애_ 협의회장님께서 통합장관님 하시지요. 각 부처 권력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유정복_ 제가 저출생 대응 인구 부처를 만들자고 정부 조직법을 개편해 국회에 냈습니다. 지금 6개월 넘게 낮잠 자고 있습니다. 할 말 없습니다. 제 얘기 듣고 대통령실은 수석을 두었지만요. 이 인구 부처를 만드는 이유가 인구대응 통합시스템을 만들어 대책이나 보조금 지급을 통합형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정치권이 이러면 안됩니다.
이영애_ 권력 개헌 민주주의 등 얘기가 무거웠습니다. 분위기를 바꿔서, 협의회장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볼까요? 운을 떼겠습니다.
유정복_ (유) 유정복 정치인은 (정) 정직하고 정의롭게 일해서 (복) 복을 드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바를 정(正)에 복 복(福)입니다. 영어로 저스티스, 블레싱. 이름대로 정직하게 정의롭게 복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도록 살았고 그렇게 살 것입니다.
이영애_ 인천시민들에게 드리는 감사와 당부의 말씀을 들으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유정복_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렵습니다. 그 가운데 인천은 경제와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이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도시로 자리잡았습니다. 모두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 사랑이 뒷받침됐기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인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글로벌 도시로 거듭 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인천은 반드시 세계적 도시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영애_ 항상 정직하게 정의롭게 복을 드리는 단체장이 되겠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인천시민은 그래서 복이 참 많은 분들입니다. 더 많은 쓰임이 있는 시도지사협의회장님 그리고 시장님이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지방정부티비유=엄정권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