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배우는 미래교육

  • 등록 2018.07.12 10: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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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아주대학교 석좌교수

 

 

 

전통의 프랑스, 혁신의 핀란드
변화하는 환경에 교육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에 따라 인재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프랑스와 핀란드는 둘 다 교육선진국이지만 교육의 관점에서는 극과 극입니다. 제가 임의로 형용사를 붙여봤는데요. ‘전통의 프랑스’, ‘혁신의 핀란드’입니다. 전통의 프랑스라는 말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때 만든 입시제도인 바칼로레아를 200년 넘게 쓰고 있습니다. 물론 작은 변화는 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어요.


반대로 핀란드는 맨날 실험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교육실험 중 대표적인 게 우리나라에서는 융합교육이라고 하는 ‘현상기반학습’입니다. 2016년부터 핀란드 전역에서 현상기반학습이 의무화되어서 1년에 하나씩 3과목 이상의 교사들이 모여 융합과목 하나를 만들어야 해요. 예를 들어 화학, 수학, 물리, 역사 교사가 ‘핀란드 해변에 유조선이 좌초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과목을 설계합니다. 학기 말에 학생들이 이 주제로 발표하는 게 목표예요. 처음에는 역사선생님 주도로 예전의 사례와 대처방법을 배웁니다. 그다음에는 화학선생이 기름과 물이 섞였을 때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인가를 가르치고, 수학선생은 과거의 데이터와 통계, 빅테이터를 분석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나중에 쓰지도 않을 수학, 물리를 왜 배워야 하나 의문을 가지잖아요. 그런데 이 과목을 배우고 나면 왜 통계를 배워야 하는가, 빅데이터 분석이 왜 필요한가 알게 되고, 다음 학기는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그런 걸 안 합니다. 그 대신에 12학년 때 철학수업이 필수입니다. 철학수업은 정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교사를 선발해서 학교로 보냅니다. 그만큼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교사에게 철학이 그렇게 중요하면 일찍 가르치지 왜 12학년에 가르치느냐고 물어봤더니 아이들이 기초 과목을 배운 후에철학을 배우면 서로 논쟁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철학자들이 어떤 사유를 했고, 그런 것들이 자기가 배우는 과목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큰 그림을 보게 된다고 합니다.


핀란드와 다른 방식이지만 자기들이 배우는 이유를 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배움의 동기를 주고 자기들의 행위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교육과정 안에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것들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기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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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다른 것’에서 나온다
현재를 지식기반 사회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지식이 풍부하고 많이 아는 사람을 인재라고 했습니다. 과연 지금도 그게 타당할까요?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휴대전화를 통해 오간 데이터의 총량이 인류문명 2000년 동안 축적된 지식의 양보다 많다고 합니다. 지식의 유효기간도 짧아서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끊임없이 나옵니다. 이제는 새로운 트렌드와 지식을 빨리 배우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지식과잉, 무한정보의 시대에는 데이터 자체보다 데이터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나이팅게일이 크림전쟁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전사하는 것을 보며 의문을 가집니다.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은 질문이죠. 그러나 나이팅게일은 거기서 그만두지 않고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결국 사망의 원인이 총칼이 아니라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왔다가 오염된 공기와 물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해냅니다. 그래서 위생병동을 도입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여요. 이미 관련된 통계는 다 있지만 아무도 그걸 읽을 줄 몰랐던 거죠.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나이팅게일은 어려서부터 수학에 놀라운 재능을 보였습니다. 간호사와 수학은 하등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도움이 된 거죠. 다른 예로 의류업체 ‘자라’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지난해 10월 기준 세계 부자순위 1위였습니다. 자라는 요즘 사람들은 뭘 먹는지, 무슨 대화를 하는지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만들었습니다. 패션산업에 데이터가 중요한 거라는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자라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어요. 이처럼 미래에는 한 길만 판 사람은 위험합니다. 문제에 막혔을 때 그걸 돌파할 수가 없어요. 세상을 바꾼 혁신은 한 길 판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것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갖추기만 하면 될까요? 연결을 해야 합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에 특별한 기술이나 특허가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차나 빈 방을 연결해준 것뿐인데 우버는 기업가치가 삼성전자 3분의 1을 넘었고, 에어비앤비는 5분의 1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채고 문제를 해결한 겁니다. 이 두 사례에서 보듯 꼭 새로운 걸 만들어야 창의적인 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연결하는 것도 창의적인 거죠.

 

인공지능 시대, 교육이 가야 할 길
인공지능 시대가 교육에는 어떤 의미일까요? 1950년대 폐허 속에서 교육은 소수의 리더가 방향을 정하면 그밑의 사람들은 마치 퍼즐 조각처럼 자기가 맡은 역할을 잘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말단직원조차도 중간매니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제는 상사가 일을 시키면 왜 하는지 이해를 하고, 옆 부서에는 뭘 하는지보고 그럼 나는 뭘 해야 할까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는 작은 조각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많은 중간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는 말입니다. 그게 교육의 역할이고 그런 사람을 찾아내야죠. 리더십이 이제는 리더만의 소양이 아니거든요.

 

예전에 기업에서 일할 때 부서와 팀을 나눠서 일했지만 이제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조직이계속 바뀌고, 칸막이가 없어지는 겁니다. 한 상품의 프로젝트 중심으로 모인 팀에 역사를 전공한 사람, 수학 전공한 사람 등 상이한 전문성이 만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부합니다. 여기서 성공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결국 학습 속도가 빠른 사람이겠죠. 대학도 그런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과를 없앴고, 카이스트는 무학과를 도입해서 학생이 원하면 4학년까지 무학과를 다닐 수 있습니다. 포스텍도 내년부터 전원을 무학과로 뽑습니다. 학생이 어떤 방식이든 ‘할 수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졸업해요.

 

이제는 이런 유연함이 교육제도에 들어와야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자잘한 일은 로봇이 알아서 할 테니필요한 곳에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직업의 탄생과 소멸은 갈수록 빈번해지고, 지금 초등학생은 평생 3~5번 정도 직업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앞으로는 순환 근무가 불가피하고, 특정부서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양산업에 근무하던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야 합니다. 결국 얼마나 변화에 잘 적응하는지가 중요해질 겁니다.

 

※ 위 글은 제11회 인적자원개발컨퍼런스에서 박형주 아주대학교 석좌교수의 강연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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