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이 북부 생활권, 고산·비봉·동상면 38개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농촌형 이동장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며 농촌 생활권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업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이어지는 중장기 프로젝트이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전국 5개 시·군 시범사업 중 하나다.

‘움직이는 마트’, 생활권을 다시 잇다
완주군 이동장터는 고산농협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10.3톤 이동장터 탑차와 1톤 냉동탑차가 마을로 직접 이동해 생필품을 판매한다.
마을별 정차 시간은 약 30분으로, 판매·주문·예약 배송까지 수행한다. 이동장터는 월~금 주 5일, 마을 당 주 1회 방문하며 총 38개 행정리를 순회한다. 이 지역들은 상점 접근성이 낮고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식품사막화’, ‘교통취약지’로 분류된 곳이 많아 주민들의 체감도가 높다.

‘주민’이 제안하고 ‘군’이 답하다
이동장터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서비스가 아니다. 2024년부터 주민위원회, 이장협의회, 부녀회, 농가·고향주부모임 등 마을 공동체의 의견 수렴 과정이 촘촘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마트가 멀어 장을 보려면 반나절이 걸린다”, “고령층은 마을 밖 이동이 어렵다”는 주민들의 현실적인 의견이 집중됐다.
완주군은 이를 바탕으로 고산농협과의 협약을 체결하고, 국가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 70%, 지방비 30%의 사업 구조를 마련해 차량 도입과 운영비를 확보했다. 주민→행정→농협의 순환 구조로 기획·운영되는 완주형 협업모델이 완성된 것이다.

‘장터 오는 날’, 마을이 다시 모인다
시범운영이 시작된 2025년 9월 이후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동장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자연스레 이웃 간 안부를 묻는다.
소규모지만 고산농협이 취급하는 500종, 약 3,000개의 생활필수품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반찬류, 생필품, 간편 식재료, 냉장·냉동 식품 등을 고르게 갖추고 있으며, 고령층이 요청한 품목은 다음 방문 때 반영되기도 한다.
이동장터는 단순 판매 기능을 넘어 ‘정기적 방문이 주는 안심 효과’도 크다. 특히 독거노인이 많은 마을에서는 “장터 직원이 오면서 함께 안부를 확인해준다”는 평가도 주목할만 하다.
작은 트럭이 바꾸는 농촌의 내일
유희태 완주군수는 “군민의 생활 속 불편을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방식이 이동장터 운영”이라며 “지역 실정에 맞는 생활밀착형 행정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군은 시범운영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품목 구성 최적화, 신선식품 배송 고도화, 동선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동장터는 단순한 ‘이동 판매 차량’이 아니다. 고령화·교통취약·상점 부재라는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 기반 혁신 모델이다. 38개 마을을 오가는 작은 트럭 한 대가 농촌 공동체의 일상과 연결망을 되살리는 진짜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티비유=한승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