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종이와 천에 적어 건넨 스승 다산의 맞춤형 가르침 《다산의 제자 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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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자식과 제자, 가까운 벗에게 각자의 신분과 성향, 상황에 따라 명심해야 할 가르침을 정문일침 격으로 쓴 증언(贈言)을 내려주었다. 이 책은 다산의 증언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주제별로 엮었다.

기획 편집부

 

 

제자의 눈높이에서, 상황에 꼭 맞게 건넨 스승 다산의 마음자리
조선 최고의 지식 경영자이자 위대한 스승인 다산정약용은 자신감이 부족한 제자를 독려하여 분발시키고, 신혼의 재미에 빠져 공부를 게을리하는 제자에게 불벼락을 내리는가 하면, 자녀 교육법을 묻는 제자에게 어린이 교육의 지침과 꼭 읽혀야 할 경전을 꼼꼼히 정리해주었다. 스승의 정성스런 증언을 받은 제자들은 종이와 천이 낡아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으며 그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새겼다. 다산학의 새 지평을 연 우리 시대의 인문학자 정민교수가 지은 《다산의 제자 교육법》은 때로는 곰살궂고 때로는 엄격한 스승 다산의 제자들을 향한 깊은 사랑과 위대한 교육 정신을 오롯이 들려준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산의 글, 삶을 변화시키는 다산의 마음

다산이 각 제자의 처지와 환경에 꼭 맞게 내려준 증언은 다산의 사상과 학문 정신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학술 자료인 동시에, 현대인들이 마음 깊이 새기고 곱십어야 할 지침서다. 이 책은 지난 10여 년 동안 다산의 증언을 발굴하고 연구해 온 정민 교수가 다산의 증언 중 일반 독자들이 일상에서 곁에 두고 읽으며 음미할 만한 글을 추려 엮었다.

 

다산의 증언은 강력하고 위력적이었다. 체격이 작고 왜소하여 자신감이 없던 윤종진은 외모가 보잘것 없었지만 큰일을 한 작은 거인들을 꼽으며 독려하는 다산의 가르침을 받고 분발할 수 있었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 공부를게을리하던 황상은 다산의 매서운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학문에 몰두했다. 이처럼 다산의 증언에는 제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힘이 있었다.

 

다산의 증언은 제자별로 그때그때 건네졌기에 한 증언첩에도 여러 주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여기서는사물에서 읽는 의미, 산거 생활과 이상 주거, 학문을 해야 하는 까닭, 공부법, 공직자의 마음가짐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갈래를 지었다.

 

오늘의 교육 현장에 전하는 다산의 맞춤형 교육법
증언은 다산의 제자 교육법 중 가장 특색 있는 맞춤형 교육이다. 그때그때 자투리 천이나 종이에 적어 건넨 증언은 다산이 각 제자의 성향과 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깊은 사랑을 담아 가르침을내렸음을 보여준다. 다산은 총명하지만 주춤대고 미적거리는 초의에게 적극적으로 《논어》 공부를 시작하라고 재촉한 반면, 지기 싫어하고 조급한 성격을 지닌 윤종진에게는 차분하고 꼼꼼하게 책을 읽으라고 조언했다.

 

과거 공부에 회의를 품는 초당 제자들에게 과거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충고하는가 하면, 가문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윤 씨 제자들에게는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과거 급제에 마음을 쏟기보다 집안일을 먼저 돌보라고 이야기했다.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다산의 증언은 이처럼 상황과 맥락 속에서 그 진정한 뜻이 드러난다. 제자의 신분과 상황, 환경에 알맞게 내려진 다산의 맞춤형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도와야 하는 오늘의 교육 현장에 새로운 울림을 전한다.

 

“다산은 수틀리면 불벼락을 내리고, 때로 새초롬하게 삐치기도 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불호령을 내리다가,조금 잘하면 속없이 무너졌다. 저마다의 개성과 놓인 환경에 따라 꼭 맞게 처방한 훈계는 제자들의 가슴에 깊이 스며 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으로 각인되었다.”

 

“산석아! 너는 논을 넓혀 연 심는 못을 만드는 사람이 되도록 해라. 연 심은 못을 논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지는 말거라. 연 밭을 헐어 논으로 일구면 거둘 곡식이야 늘어나겠지만, 작은 이익에 매이는 사이에 삶의 정취는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안 되지. 아등바등 먹고사는 데 목숨을 걸면 늘 그 사이에서 허덕이며 살고, 조금 부족해도 삶의 여유를 가꿔야 인품이 깊어지고 삶의 질이 올라간다. 절대 작은 이익에 목숨 걸지 말고 생활 속에 정서와 무늬를 깃들이도록 해라.”
- 〈연꽃 심기와 벼농사〉 중에서(106~107쪽)

 

“세상의 색안경이 무서우면 아무 일도 못 하는 법이지. 튀지 않고 무난한 것만 찾으면 그럭저럭 사는 인생에 그치고 만다네. 정자와 주자가 가짜라는 소리를 두려워해 눈치만 보고 있었더라면 심학(心學)의 새로운 지평은 결코 열리지 않았을 것일세. (중략)

 

사람들은 말이 너무 많네. 남의 선행을 보고도 색안경부터 쓰고, 진심에서 나온 효행과 청렴도 곧이곧대로 안 보고 속셈이 있는 행동으로 넘겨짚곤 하지. 온 세상이 이렇고 보니 좋은 일 하기도 무서운 것이 사실일세. 옳은 일인 줄 알면서도 눈치 보느라 뒤로 빼곤 하지. 하지만 말일세. 이 경박한 세상에서 저 가벼운 무리의 입길이 무섭다 해서 바른길을 버려 악한 길을 따른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가? 그러고도 마음이 편하겠는가?”

- 〈비방을 두려워 말라〉 중에서(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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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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