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도 알고 보면 감정노동자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아무리 올라도 막무가내식인 막가파 사람들이 있다.
법과 제도로 어떻게 할 수 없는데 억지로 밀어붙이는 민원인 때문에 공무원만 봉변을 당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공무원에 대한 각종 폭력사태의 현실을 살펴보고 대안을 생각해본다.
기획 양태석 기자
민원인에게 봉변당하는 공무원들
1. 충청남도 아산시
과태료 부과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아산시청을 찾아와 담당공무원 2명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고, 1시간 여동안 공무집행을 방해했다. 폭행을 당한 공무원들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그 민원인은 8월 4일자로 자신의 차량을 폐차했는데, 의무보험 가입 만료일(8월 2일)이 이틀 지나 부과된 과태료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이다. 또한 아산지역자활 센터 집수리사업단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이 월차 수당이 적다는 이유로 사업단 현관문을 부쉈다. 이 시민은 직원들에게 협박전화를 하고 업무용 차량과 사무실 집기를 파손하기도 했다.
수해피해 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도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차량에 인화물질을 싣고 시청을 폭파하겠 다며 돌진한 뒤 음독까지 했다.

2. 경상남도 창원시
사회복지 업무를 보는 주민센터의 한 공무원은 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왼쪽 뺨 5㎝가량을 베였다. 칼을 휘두른 민원인은 오후 3시 정도에 주민센터를 찾아 쌀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담당공무원은 법에 따라 쌀지급이 어렵다고 하니 3시간 후 다시 찾아와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칼에 베인 동료 공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그 민원인은 정부양곡 지원을 통해 쌀을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월초에 이미 이달분의 쌀을 모두 지급했는데 더 달라고 떼를 쓴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술을 마시고 주민센터를 찾아와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무방비 상태에서 봉변을 당한 것 같다고 했다.
3. 대구광역시 달성군
달성군의 시공업체 대표가 공무원을 폭행했다. 이 대표는 공무원을 찾아가 ‘낙동강 레포츠밸리 조성사업’과 관련해 달성군의회 의원들이 현장에 대한 보고 요구과정 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 등 공사와 관련된 언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대표가 공무원을 화분받침대로 폭행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담당공무원은 머리를 다쳐 여덟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앞전에는 세금체납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영치당한 사람이 군청을 찾아와 담당공무원에게 번호판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등 심한 언쟁을 벌였다. 그후 밖에서 미리 준비한 손도끼를 신문지에 싸들고 와 담당공무원의 책상을 내리찍었다. 번호판 영치로 차량운행를 정지 시킨 것에 앙심을 품고 흉기로 협박한 것이다.
4.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시의 한 악성민원은 진주경찰서, 시청, 진주역 등을 수시로 찾아가 ‘공무원들이 불친절하다’, ‘옷을 벗기 겠다’는 등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 공용물건 손상, 불안감을 조성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2012년 총선 때 후보자들에 대한 선거법 위반 신고내용 모두가 허위와 오인신고로 확인돼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없는데도 진주경찰서, 시청,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매일 찾아다니며 신고포상금을 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소란을 피웠다.
5.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군의 한 부동산업자는 청사 내 복도에서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폭행했다. 이 부동산업자는 자신의 민원을 제대로 해결해주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담당공무원의 얼굴을 여러 번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담당공무원은 얼굴에 피멍이 들고 코피를 흘리며 현장 에서 주저앉았고, 주위 직원들이 달려와 민원인을 제지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당시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토지분할을 해줄 수 없는 이유를 법률에 의거해 설명했으나 막무가내로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하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한 지경이었다고 했다.
그 부동산업자는 그전에도 당시 불법건축물 신고를 받고 현장 점검차 나온 공무원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도 있었다.
6.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구청 소속 팀장 등 단속 공무원 3명이 노점삼 단체 지도부 상인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 공무원들은 양재역에서 불법으로 도로를 점용해 영업하던 기업형 노점을 정비한 후 철수하고 있던 차였다.
상인들은 공무원들을 수십미터 쫓아가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집단폭행했다. 상인들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진 팀장을 여러 명이 모여 수십 회에 걸쳐 얼굴 등을 가격하고 짓밟아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이를 주도한 노점상연합회는 노점정비 시마다 불만을 품고 강남구청을 무단진입하거나 공무원에게 폭행을 가하는등 공정한 법 집행을 방해하는 반복적인 집단시위를 해왔다.
7. 울산광역시 온양읍
온양읍사무소에서 주말 일직근무를 하던 공무원이 주민이 휘두른 골프채에 목덜미 등을 맞아 상해를 입고 입원치료했다. 그 주민은 상습적으로 읍사무소에서 진행하는 업무를 방해해왔고, 술을 먹고 행패를 일삼았 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음주상태에서 읍사무소 집기를 파손하고 난동을 부렸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에도 한 민원인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울주군 생활지원과 사무실에 손도끼를 들고 찾아가 공무원을 협박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원에게도 폭행당하는 공무원
40대 대구광역시 달서구의회 의원이 견학을 간 자리에서 15세 많은 50대 간부 공무원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 찼다. 이날 일정을 모두 마친 의원들은 숙소 인근 식당 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45인승 버스를 타고, 나머지 10 여 명은 30여 분 동안 국도를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식사를 한 후 산책을 겸해 걷기 위해서였다. 이에 버스로 먼저 숙소에 도착한 허 모 달서구의회 운영위원장이 걸어서 온 타 지방의회의 전문위원에게 다가가 사전보고 없이 왜 의원들을 깜깜한 국도를 위험하게 걸어오도록 했냐고 나무랐다. 이 과정에서 발로 전문위원의 정강이를 한차례 걷어찼다. 이에 전문위원은 왼쪽 정강이에 어른 손바닥만 한 멍이 들었다.

현직 공무원과 생생한 전화통화를 통해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공무원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언어나 신체폭력은 보통이고 협박을 받아도 아무 말도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집까지 찾아와 난리를 치고 욕을 하고, 감사원의 누굴 안다고 하면서 협박을 하고 공무원을 고소하는 경우도 있단다.
어느 사회복지공무원의 경우 생활수급을 안 해줬다고 “어제 교도소에 나왔다”면서 협박을 하며 책임을 지라고 했단다. 군사보호구역을 풀어달라는 등 법에 어긋나는 사안인데도 억지를 부린다. 지렁이를 잡아와서 코끼 리를 잡아왔다고 우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아무리 친절하게 해줘도 본인의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무원이 불친절하다고 면박을 준다.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이익만 내세우는 민원인이 많다며 공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기 것만 챙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각종 민원을 보는 공무원, 특히 사회복지 공무원과 지자체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각종 욕설과 음담패설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무원들도 감정노동자의 한 부류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도 민원인이 힘들게 하니 신(新) 삼청교육대에 1년 과정을 만들어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시간을 뺏겨 신속히 처리해야 할일을 못하고 선한 민원인들이 피해를 본다. 억지를 부리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다 보니 행정업무 효율이 엄청 떨어지는 것이다. 전화 통화를 한 공무원이 근무 하는 지자체도 한 민원인이 여직원을 때려 결국 구속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단다. 특히 공무원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조가 형성되지 않은 곳이더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남대문에 불을 낸 사람도 고양시에 살았던 한 노인으로 지자체 보상금이 적게 나와 홧김에 불을 지른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민원으로 시작했다가 갈수록 정신질 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민원에 계속 몰입하다 보면 자신이 사회 부조리를 개선하는 데 역사적 사명을 띠고 만주에서 독립투쟁을 하는 마음으로 자기 확신에 차 자신만의 논리와 구조를 합리화하게 된다.
전화통화를 한 공무원은 요즘 뇌물을 주면 해주고 뇌물을 안 주면 안 해주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면서, 어떻게 하면 민원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한다. 결국 이런 갈등상황에 벌어지는 것은 국민과 공무원 간소통부재에서 나타난다면서 시민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성 민원인에 대한 행정자치부의 대책
이에 행정자치부는 비상벨, 경찰관서와의 핫라인, 안전 상담창구 등 폭력 민원인에 대비한 시설을 보강하고 악성 민원 때문에 생긴 공무원의 신체·정신적 피해를 공상처리 하는 등의 특이민원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특이 민원이란 사실과 다르거나 무리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행정력을 낭비하거나 폭언·폭행을 수반하는 속칭 ‘악성 민원’을 말한다.
행자부에 의하면 지난 2년간 악성민원은 연평균 2만 6977건으로, 같은 기간 연평균 고충 및 질의·건의민원 18만5천114건의 약 14.6%에 해당한다. 특히 폭언·폭행민원이 1만4028건으로 전체 악성민원 가운데 절반을 넘었다. 3회 이상 제기된 반복민원이 1만2296 건, 허위민원이 653건으로 각각 나타났다.
지난 2년간 행정기관이 악성민원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한 경우는 연평균 72건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 지만 최근 성희롱, 허위민원, 폭력 등 위법행위에 대해선 적극 대응하는 추세라고 행자부는 전했다.
정부는 이를 공직 부문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로 정하고 현행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했 다. 대응방안에서 사전고지 후 상담내용 녹음, 폐쇄회 로(CC)TV 녹화, 비상벨·안전상담창구·별도출입문 설치, 경찰관서와 핫라인 구축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응대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입은 신체·정신적 피해는 공무원연금법의 공무상 요양비 보상제도, 즉 ‘공상처리’를 하거나 민원담당 공무원이 보험·공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성실하게 민원응대를 하는 중 발생한 경미한 과실은 면책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민원담당 공무원은 인사상 우대시책을 추진하도록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