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공동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듦에 따라 그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지역리더 훈련 등이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시 서구 가좌 2동은 공론장 형성, 자체사업 등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 한편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인터넷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익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만남 횟수가 적어지고 공동체 문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골목길은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고 아파트의 층간 소음문제로 이웃과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가 예전부터 지향해 오던 공동체 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의 위기’로 각 지자체에서는 마을만들기 운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운동은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토대로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주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공동체 운영의 가교역할을 한다. 본 논문이 분석사례로 선정한 가좌 2동은 1999년 주민자치센터 시범사업으로 개소해 2015년 현재 대표적인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체로 꼽히고 있다. 자치위원회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지역의 공동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 또한 다양한 커뮤니티활동을 통해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리더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리더의 철학과 실천에 따라 공동체의 구심점이 형성되고 주민모임의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좌 2동 주민활동은 어떤 곳?
인천시 서구 가좌 2동은 자치센터를 기반으로 민관협력으로 자치활동을 지속해 왔고 2005년 푸른샘도서관을 1년 넘게 준비하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주민참여를 촉진시켰다. 2011년에는 주민자치센터를 넘어 주민주도로 청소년 공간인 ‘느루’와 마을카페 ‘사람 사이’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두 사업은 청소년들의 커뮤니티공간으로 지역주민의 신뢰받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좌 2동의 특징은 긴 시간 동안 지역사회의 다양한 실천단위와 결합해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의 결과를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지역리더가 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치센터를 기반으로 젊은 리더들이 모이고 이들이 마을의제를 발굴해 실천하는 과정에서 동네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 직능단체, 학교, 작은 도서관 등 실천할 수 있는 모든 단위가 협동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출발한 가좌 2동의 마을만들기는 무한경쟁과 신자유주의로부터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어떻게 삶터를 지속해 나가야 하는지의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리더의 역할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지역리더의 주된 역할은 주민조직가(Community Organizer)다. 주민조직가는 주민들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 리더는 항상 그 대답은 주민이 알고 있으며 해결능력 또한 주민들이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주민이 지역사회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주민들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때문에 가좌 2동에는 긴 호흡으로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학습하며 자주 만나 수다를 떨며 자연스럽게 지역문제를 논의하는 모임이 많다.
가좌 2동에는 3명의 리더가 있다. 이들은 2004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만났고 2005년 푸른샘도서관을 만들었으며 2008년 청소년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민조직 ‘마을n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1년에는 주민 200여명과 청소년인문학 도서관 느루를 만들었다. 이외에 ‘마을의제 10년’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다음 세대 리더를 발견하고 참여예산위원회, 자치위원회, 푸른색, 느루 활동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긴 시간에 걸쳐 노력했다.
현재는 마을의제를 실천하고 학습 해 왔던 이들이 가좌시장상인회, 학교운영위원회, 직능단체, 참여예산위원회 등에서 지역사회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공론장 만들기
가좌 2동의 지역리더는 부녀회, 자치센터 수강생, 직능단체, 소모임에서 다양한 토론을 이끌고 있다. 토론이 중요한 이유는 주민의 욕구파악과 동시에 문제해결이 대부분 주민의 경험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토론은 더딜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 자체가 주민의 역량을 성숙시키는 단계다.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귀를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지역의 공론장은 내 이야기에서 출발해 공공의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다. 공론장은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질 수 있다. 틀과 격식을 갖추지 않고 함께 밥을 먹다가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공동체의 중심은 결국 ‘사람’
지역사회를 지속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노인의 노랫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는 마을, 마을의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마을, 평생 학습이 이뤄지는 마을, 농촌을 살리기 위해 우리 먹거리를 고집하는 마을, 재래시장 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람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의 모든 시설과 전문가, 자원활동가의 발굴 등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그물망처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역공동체 형성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기초토론을 활성화시킬 필요도 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성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을 소중히하고 주민들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좌 2동은 더불어 사는 따뜻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사람에 대한 지원을 하는 상근활동가 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실무를 담당하는 마을활동가에 대한 물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축이 되어 네트워크의 모든 단위가 넘나들면서 마을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푸른샘 도서관잔치나 작은 음악회 등의 큰 행사를 할 경우에는 가좌시장, 부녀방범대, 푸른샘, 느루, 자치위원회, 책 읽는 엄마모임 등의 주민조직과 단위가 함께 역할을 분배한다.
지역리더의 덕목은 주민과의 ‘소통’
흔히 마을만들기와 주민자치는 분리된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민자치 운동은 빈민운동, 재개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작은 도서관 운동 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주민 스스로 공동체활동을 하는 ‘자치’가 뿌리로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활동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기존의 행정체계 밖에서 하던 일들이 정책화되고 있다. 공공의 영역으로 재편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정부지원뿐만 아니라 각 도시마다 마을만들기 중간지원 조직이 생기고 공모사업이 활성화되다 보니 그에 따른 주민들의 공모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찾기, 마을의제 발굴과 실천활동 등을 논의하는 주민토론은 점점 줄어들고 사업을 위한 활동으로만 마을만들기가 표출되고 있다.
사업 중심의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볼 겨를도 없이 사업에만 집중해야 한다. 마을의 장기적과제를 도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도 없고, 주민들과 자유롭게 둘러앉아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다. 되려 사업결과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만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을만들기는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마을을 변화시키는 일은 민주주의 실현의 한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일에 더디더라도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실천을 위한 시간들이 더해져야 한다.
지역사회 리더는 다양한 주민모임에서 오가는 얘기들에 좀 더 집중하고 이러한 수다와 이야기의 장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요구나 바람이 나올 수 있고, 이를 자연스럽게 마을의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마을사업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고민도 주민들의 토론과정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어렵긴 하지만 토론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사업과 재원은 제대로 실천 되고 쓰일 수 있다. 즉 준비과정은 오래 걸리더라도 과정 자체가 주민자치인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쌓일 때, 마을과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사회 리더는 이러한 철학을 토대로 지역주민을 만나고 조직해야 하며, 함께 실천해야 한다.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업무가 될 것이다.
※ 위 원고는 이혜경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사무국장이 한국지방자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요약·정리한 내 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