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기회의 증진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채택한 「인천선언문」의 4가지 핵심메시지는 교육기회의 보장, 교육 평등 달성과 포용, 교육의 질 향상, 그리고 평생학습이다. 앞선 연재에서 교육기회와 평등, 양질의 교육에 관해 기고하였다. 마지막 메시지는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으로, 평생학습은 2000년 다카르 세계교육포럼에서 채택된 6대 목표에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번 세계교육포럼을 계기로 총괄목표(Goal)에 ‘평생학습기회의 증진’이 ‘교육 보장’과 함께 명시되는 등 그 중요성과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평생학습 중에서도 국제교육협력 담론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내용 중 하나가 ‘성인문해교육’이다. 2000년 EFA 목표 수립 이전부터 교육은 빈곤퇴치를 위한 핵심적인 요건으로 지목되어 왔다. 교육은 사람들로 하여금 건강을 유지하게 하고, 직업생활에 필요한 능력을 발전시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데, 이러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요건이 바로 ‘문해’일 것이다. 특히 어머니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지 여부는 자녀의 보건, 영양 및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빈곤의 대물림과도 연계가 된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초등의무교육이 시행되면서 점차적으로 비문해는 해소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 성인 비문해인구로 남아있는 7억명의 경우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분쟁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제공하는 기초교육에서 소외된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교육은 제도권 교육 밖에서 평생학습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많은 부분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공여국들의 지원이나 NGO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 교육부도 문해 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통해 저개발국 문해교육지원사업(세종 프로젝트)을 시행 중이다.

직업교육과 고등교육
성인교육에 관한 교육개발협력의 영역은 문해교육을 넘어 직업교육, 고등교육으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교육포럼 현장에서도 대학교육과 연구·개발에 이르기까지 이와 관련한 풍성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의 변화된 교육 수요에 따른 것으로, 사실 국가 간 양자협력을 통해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재원이 직업교육과 고등교육 개선에 투자되어 왔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인천선언문」에는 ‘직업기술교육훈련 및 고등교육과 연구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할 것’이 명시되었다.
한국은 직업교육과 고등교육 분야의 국제 협력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로부터 한국의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에 관한 발전경험을 전수받고자 하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대응하여 현재까지 149개 국가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약 6556명의 학업을 지원하고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고 있으며,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지원 사업을 통해 개도국 대학의 학과 개설 및 교육과정개발을 지원하는 등 꾸준히 한국 교육경험의 전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업교육 분야에서도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아프리카 저개발국 역량강화 사업(BEAR 프로젝트)을 추진하여 아프리카 5개국(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나미비아, 보츠와나, 말라위)에서 개별국가에 맞는 직업교육체계를 스스로 수립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재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교육2030」의 출범과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채택
2015 세계교육포럼의 참석자들은 「인천선언문」을 채택함으로써 15년 간 지속되었던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운동을 바탕으로 「교육2030」이라는 새로운 교육비전을 출범시켰다. 유네스코는 2015년 EFA 운동의 달성 시한 마감을 앞두고, 2015 세계교육포럼 개최 이전부터 꾸준히 교육계 의견을 수렴해왔다. ‘미리 보는 세계교육포럼’이라고도 불렸던 유네스코 2014 글로벌 EFA 회의(’14.5월, 오만 무스캇)에서는 회원국, 시민사회 대표 및 민간전문가 등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부목표(안)을 최초로 마련하였다.
이후 유네스코는 2014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5개 권역별 장관회의 및 2014년 11월 E-9 장관회의를 개최하여 새로운 목표(안)에 대한 회원국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한편, 시민사회의 지지 확보를 위해 2014년 5월 EFA 의제를 지지하는 NGO(CCNGO/EFA) 회의를 별도로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2015년 5월 인천에서 열린 2015세계교육포럼을 통해 교육계의 가장 중대한 합의인 「인천선언문」을 탄생시켰다.
「인천선언문」을 통해 출범한 「교육2030」 의제는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될 새로운 유엔의 개발목표와도 일치될 전망이다.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2030 의제(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라고 불리는 이 개발목표는 지난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에 이어 2030년까지 사회전반적인 분야에 걸친 전 세계 개발협력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전체 2030 의제에서, ‘교육’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인정받아, 보건, 환경,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총 17개 하위목표 중 하나로 포함되고 있으며, 교육 분야의 주요 내용들은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논의된 「교육2030」 의제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는 2013년부터 유네스코 주도로 Post-2015 교육의제를 결정하기 위한 민·관의 협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유엔 본부와도 충분히 소통해 왔기 때문이다.
세계교육포럼의 개최와 앞으로의 과제
2030년까지 유엔 주도로 교육과 보건, 환경, 경제 등 사회 전반의 분야를 아우르는 유엔 개발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교육계를 대표하여 ‘발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한 적임의 개최국으로 평가되었다.
유네스코가 한국에 2015 세계교육포럼의 개최를 제안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또한 세계교육포럼의 개회사에서 포럼의 참석자들에게 한국의 교육기관을 방문하여 ‘교육이 가진 경쟁력’을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개최 기간 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여 교육을 통한 발전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교육을 사례로 한 전체회의의 개최, 주제별 사전포럼의 개최, 전시 및 기관방문 운영을 통해 포럼의 참석자들에게 개인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한국은 교육개발협력 역사의 분기점이 될 2015세계교육포럼을 개최한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교육을 통해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여러 개발도상국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은 교육이 ‘발전의 지속가능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대명제를 한국의 교육상황에 맞추어 재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을 사례로 한 전체회의에 패널로 참석한 노르웨이 교육차관은 기술의 발전이 점차 노동의 수요를 줄어들게 하고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창조성이나 리더십과 같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시대를 맞아 새로운 발전 동력이 필요한 한국도 깊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를 확산하고, 선취업 후진학과 일·학습병행을 장려하며, 사회수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성공적인 정착을 통해 교육으로 발전을 일구어 온 역사가 지속되기를 바라며, 2030년에 열릴 새로운 세계교육포럼에서도 한국의 교육이 모범 사례로써 널리 회자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