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법적·인습적 관행으로 그 신고와 처벌이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해외 선진국은 지방정부가 중앙 및 민간과 적극 협력해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있다고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고민해 본다.
기획|편집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아동에 대한 부모의 양육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법적으로 아동학대의 개념이 약하다. 이와 관련해 형사소송법 제224조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아동의 직접 신고를 막고 있다.
아동학대는 가정, 유치원, 학교, 아동보호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80% 이상이 외부의 눈 길이 미치지 않는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피해가 더욱 크다. 더욱이 부모의 자녀에 대한 학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학대 유형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학대의 정도와 결과 또한 잔인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2014년에는 17건, 2015 년 상반기에는 12명에 이르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아동학대의 현황을 고려할 때 아동학대에 대한 사후처리뿐 아니라 사전 예방을 위해서 지역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인 정책 수립 및시행이 요구된다.
최근 아이를 폭행하고 몸에 락스를 부은 채로 화장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원영이 사건’ 등 갈수록 아동학대 잔학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상기한 법적·인습적 문제로 대처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 아동학대의 예방을 위하여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 민간 기관 등이 상호 협력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외국의 민·관 협력체계에 대하여 살펴보자.
미국, ‘아동학대는 개별 아동이나 가족 문제 아닌 지역 사회의 문제‘
미국은 아동학대가 개별 아동이나 개별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학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지역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관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 차원에서 아동학대예방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아동학대예방시스템은 정부, 민간기관, 시민단 체(NGO) 등의 파트너십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특히 정부의 역할과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복지서비스 제공 책임을 이양한다는 미국 사회복지정책의 기본 틀을 반영해 정부는 재원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아동학대방지 서비스의 제공은 민간 기관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결과 다양한 민간기 관, 봉사단체, NGO, 종교단체 등이 아동 학대 방지에 관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동학대 발생 시 신고 접수와 현장 조사, 아동보호 조치는 주정부의 공공 기관이 담당한다. 상담과 치료 등의 서비스는 민간기관 및 이와 직접 연결돼 있는 지역협의체(Community Collaborative)가 담당한다.
특징적으로 미국인들은 아동을 시설보호하는 것보다 가정 보호할 것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아동이 발생할 경우 가능하면 친인척이 위탁 부모가 되어 아동을 보호하게끔 유도하며, 아동은 위탁 가정에서 18~22개월 정도 보호된 후 원가정으로 복귀하거나 다른 가정에 입양돼 영구적으로 정착하게끔 돕는다.
보호 기간 동안 주정부는 아동의 법적 후견인이 되며, 소년법정은 보호 아동의 피해 사례를 6개월마다 복기해 재검토할 법적 의무를 가지고 있다. 법원은 판단에 따라 부모의 친권을 박탈할 수 있다. 또한 아동학대 전담 경찰을 배치하고 공공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 원을 경찰서에 상주하게끔 하여 아동학대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영국, 민간과 지방정부 등에서 다양하게 아동학대 문제 대응
영국은 아동학대 신고 전화가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고, 민간단체인 ‘전국아동학대예방협회(NSPCC)’와 지방정부 등에서 신고전화를 함께 받는다. 아동 학대에 대한 현장 조사는 지방정부 소속의 사회복지사가 담당하며, 현장 조사가 끝나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역아동보호위원회(Area Child Protection Committee)’에서 사례 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서 위원들은 아동이 처해 있는 위험 수준을 평가하고 보호 계획을 수립하며, 전담 담당자를 결정한다. 또한 아동을 보호 아동으로 등록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도 결정한다. 특히 아동학대 초기 조사 시 경찰과 긴밀히 연계하기 위해 43개의 지방경찰청에 아동학대 전담팀이 구성돼 있다. 각 구청별로는 지역방문간 호사제도가 운영되어 아동에 대한 의료적 지원도 실시한다.
아동을 부모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권한은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국(Social Service Department)’과 경찰, NSPCC에게 있다. 응급상황의 경우 경찰은 임의로 분 리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72시간 내에 판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피해 아동에 대한 의료적 검사는 아동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고려해 단 한 번만 시행하도록 허용한다.
격리된 아동은 대부분 위탁 가정에서 보호하며, 지역 아동보호위원회에서는 아동에게 해가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동과 부모 간의 지속적인 접촉이 이뤄질수 있도록 계획한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정기적으로 경찰에 자진 출두해 관리하며, 학대행위자가 거주지를 옮길 경우 반드시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학대아동에 대한 치료는 주로 민간기관에서 담당한다.
호주, 주정부와 민간기관에서 동시에 아동학대 긴급 전화 운영
호주에서는 주정부와 민간기관에서 동시에 24시간 아동학대 긴급 전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동 학대 신고 접수를 함께 받는다. 민간에서 신고 전화를 받는 경우 반드시 이를 주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학대 의심 사례는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호주의 주정부에는 아동학대 전문상담원(Child Protection Case Worker), 경찰, 보건전문가로 구성된 ‘협력 조사 대응팀(Joint Investigation Response Team: JIRT)’이 있다. JIRT는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건 가운데 심각한 신체 학대나 성 학대 등 형사 범죄로 입증될 만한 사건을 다루며, JIRT에서 담당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례는 반려되기도 한다. JIRT는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초기 위험 사정과 함께 범죄 행위에 대한 조사 및 체포, 고발, 아동 안전 확보를 위한 학대 행위자 접근금지 신청 등을 할 수 있다.
주정부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판정하고 사례별 계획을 세우고 나면 아동보호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이는 민간기관이 대부분 담당한다. 법원은 아동의 격리 여부를 판단하며, 격리된 아동은 시설보다 주로 가정에 위탁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의 경우에는 1년에 평균 9000여 명의 아동이 가정에 위탁보호되는데 이중 50%가 친인척에게 위탁 보호되고 있다. 이 같은 아동 보호서비스가 민간기관에 의해 제공되는 반면,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교정 교육은 주정부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해외 3국의 아동학대 방지 정책적 시사점
살펴본 바대로 외국의 경우에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지방정부와 민간기관 간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피해 아동의 보호를 위한 협력 체계와 관련해 현장 조사와 사례 판정, 보호 조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도하에 이뤄진다. 반면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상담및 치료 등의 아동보호서비스는 지역사회의 전문 민간 기관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영국과 호주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관이 함께 접수받고 있기는 하지만, 민간 기관 에서 신고 받는 경우에도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야 한다. 현장 조사 및 사례 판정, 보호 조치는 모두 지방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역할 분담은 현장 조사 시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학대행위자를 대응하는 민간 기관의 부담을 덜어 주고 상담 및 치료등 서비스 제공에 대한 민간기관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둘째, 외국에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역 사회의 다양한 단체나 조직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학대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다양한 아동 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방정부, 경찰, 법원, 지역 사회, 민간단체, NGO 등 지역 사회의 다양한 단위의 협력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아동학대 전담 경찰을 배치하고 아동 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을 경찰서 내에 상주시키는 등학대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격리된 아동이 다시 정착할 때까지 법원이 6개월마다 사례를 검토하게 함으로써 아동 개개인을 위한 최선의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에서도 역시 각 전문 분야 간의 협력이 확실하게 수립되어 있으며, 지방정부와 지역 사회 내의 아동학대 관련 기관들이 원활하게 협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방정부와 지역 사회의 아동 학대 관련 민간기관들의 협력 체계가 구축돼 학대 피해 아동의 보호와 예방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라 하겠다.
※ 이 원고는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의 「외국 지방자치 단체의 아동학대방지대책」을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