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나 UN, 다른 국제기구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빨리 행동하라. 국제기구와 협약에 서명하기 전에 빈곤을 타파해야 하며, 새마을운동에서 그 정신을 배워야 한다.”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UN 사무총장 특별자문관 『빈곤의 종말』 저자
전 세계 어디에도 대한민국처럼 반세기 만에 경제·정치적 성공을 이룬 국가는 없다. 이 나라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 같은 대한민국의 성공에서, 세계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필자는 소위 경제발전학자로서, 한승수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 원장이자 전 국무총리의 초청을 받아 서울대학교를 방문한 이래 오랫동안 한국에 드나들었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할수 있다”는 정신이었다.
2015년 9월 25일 UN개발정상회의에서 193개 회원국이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를 함께 선포했다. 이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사이에 UN회원국들이 달성 해야 할 목표로 ▲빈곤 타파 등경제 발전 ▲공평·양성평등·인 권보장 등 사회적 포용 ▲환경보호와 개발이 양립하게 하는 환경의 지속가능성 추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UN이 수립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새천년 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서도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이 다양한 영감을 준 바가 있다. 이번에 수립된 ‘지속가능한 개발’도 일부에서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너무 목표가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 의구심을 품는데, 한국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 너무나 가난했던 나라다. 그런데 그 극심한 빈곤을 반세기 만에 완전히 극복 했다. 바로 그 중심에는 새마을운동이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197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에서는 10년 만에 몇 배의 소득 증대가 일어났 다. 이것은 상상도, 헛된 바람도 아닌 실제 결과였다. 그 결과 이제 한국은 세계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며, 삼성과 같은 기업이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즉, 우리의 개발목표는 가능한 것이다. 정말 가치 있는 목표지만 사실 시간이 많진 않다. 첫 번째 목표는 2030년까지 절대 빈곤을 타파하는 것인데,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국가가 근면하고 운이 따라준다면, 평화를 이루고 협력과 개발 노력을 기울인다면, 세계적 기술을 도입하고 교육을 한다면, 그리고 코이카(KOICA)나 한국 정부 등과 파트너십이 있다면 15년 안에는 충분 하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위한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을에 중점을 두고 공동체 기반 개발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공동체 정신이나 사회적 가본을 이용하고 공동체 발전을 위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한국의 더 큰 성공에 기여했다. 이로 인해 한국에는 산업과 기술이 발전됐고, 세계 최고의 교육제도와 훌륭한 국가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이에 비추어 각국 정부는 전인적으로 (holistically) 여러 측면을 반영해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바로 그게 한국의 성공요소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 가지에만 치중하지 않고 중공업과 농업발전, 교육 발전 모두를 생각했다.
필자가 하버드대 경제대학원에서 재학할 때, 한국은 중공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당시 필자의 지도 교수는 한국이 실수하는 것이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공업 보다는 경공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성공 했다. 한국은 학자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모범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의 경험에서 배워야 하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에티오피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들은 새마을운동처럼 일련의 목표를 가지고 꼭 이루겠다는 사명감으로 개발에 임해야 한다.
세계은행이나 UN, 다른 국제기구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그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빨리 행동하라. 국제기구와 협약에 서명하기 전에 빈곤을 타파해야 하며, 새마을운동에서 그 정신을 배워야 한다.
새마을운동은 5가지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 목표를 세워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라.
둘째, 공동체 기반이다. 개인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서로를 고무시키는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라. 미국의 경우 개인주의를 중시하기도 한다. 각자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공동체가 함께할 때 모두가 더 잘살 수 있다.
셋째, 통합전략을 구사하라. 여러 측면을 보고 도로와 같은 기본 인프라, 전력, 농업, 문화, 공중보건, 학교 개선, 공동체 자율권 부여 (empowerment), 양성평등, 성인 문맹률 타파에 모두 집중하라. 한두 개 과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통합적 전략을 마련하라.
넷째, 기술이다. 한국은 이미 빈곤 타파가 강력한 기술 창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제 한국은 세계 최첨단 기술로 혁신을 하고 있고, 특허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세계 각국은 마을사업을 생각할 때 분필, 칠판이 있는 40년 전 교실을 생각하지 말고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온라인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고 생각하며 사업을 펼쳐야 한다.
마지막, 상업적 지향성이다. 소득 증대 활동을 통해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마을과 국가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력한 토대를 마련했다.
우리 UN 등 국제기구가 도울 수는 있지만 결국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 자조(自助)에 기반을 둔 새마을운동처럼, 마을이 스스로 해야 하며 외부에 기대서는 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기적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이룩해 낸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알아가고 있다. 이를 알아간다면 우리도 한국처럼 집중 정신, 근면, 훌륭한 전략으로 해낼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이 교훈을 세계 모두와 공유한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 이 글은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2015년 글로벌새마을포럼에서 제프리 삭스 UN사 무총장 특별자문관이 진행한 기조발제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