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치기획과 전문위원
요즘 도서, TV,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주제를 자주 접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쟁도 있지만 첨단 ICT를 활용한 앞으로의 변화는 이전에 비해 기술 확산 속도가훨씬 더 빠르고, 새로운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보다 현재의 일자리 상당수가 인공지능기기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에 공감하며,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우리가 빠르게 쫓아가기(Fast Follower)보다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의미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방향을 제시한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지역발전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지역형 4차 산업혁명 모델, 스마트팜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더군다나 조선업 불황 속에 지역경제도 더욱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전담 조직을 설치하기도 하고 민간기업과 MOU를 체결하여 특화산업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적극적인 입장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들끼리의 무의미한 경쟁은 아닌지 다소 우려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 여건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지역에 맞는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수립하여 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형 4차 산업혁명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서울대학교에 의뢰한 연구용역결과(2016년)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인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고, 특히 인구 6만명 미만의 군 지역의 경우 고령화율이 대도시지역의 2배가 훨씬 넘는 42%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수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이 생산방식의 혁신을 가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팜(Smart Farm)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이 총망라되어 4차 산업혁명 중에서도 이미 주목받는 분야다.
네덜란드 기업은 농작물의 불필요한 가지를 자동으로 제거해주어 농작물의 생장속도와 맛을 향상시켜주는 로봇 ‘콤파노(KOMPANO)’를 개발하였으며, 독일 기업은 잡초제거용 로봇 ‘보니롭(BoniRob)’을 개발하여 1초에 1.75개의 잡초를 제거할 뿐 아니라 작물과 불과 2cm 떨어진 잡초까지도 로봇이 정확하게 제거해준다.
스마트팜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부족한 노동력을 단순히 AI로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농장 안팎의 센서가 온실 환경과 작물 상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한 것을 토대로 온실 내부의 환경이 최적화되도록 시스템화하고,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고 축적함으로써 빅데이터로 활용하여 농산물의 수확시기와 수확량을 예측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관 분야 정부연구기관 합동으로 스마트팜융합연구단이 출범하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민간 기업에서도 시범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대기업이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스마트팜 사업이 지역농민의 반대로 철회된 적이 있는데, 민간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지역 농가와의 상생 협력, 지역 대학의 연구개발, 유관 기관과의 내수·수출시장 개척방안 모색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사업추진이 필요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적 지원을 하는 데에만 역할을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지역형 4차 산업혁명의 모델 구축에 있어서 구심점이 되는 한편,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원활한 사업추진을 돕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지역특성에 기반한 R&D 지원
정부의 지역 R&D 지원은 현재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지방자치단체의 연구개발 사업을 보면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사업, 다시 말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으로 시행하는 사업의 비중이 전체 연구개발 사업의 약 70~80%를 차지한다.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하는 사업도 R&D센터 건립지원 비중이 가장 높아 사실상 지역특화 사업에 대한 R&D 지원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지역의 포괄보조금에 대체로 지역 R&D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차원에서 2013년부터 제조업 파트너십 투자(IMCP, Investing in Manufacturing Communities Partnership)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이 프로그램은 연방정부에서 재정 지원은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지방으로 위임하고 포괄보조금 방식을 취한다.
또한 지역이 IMCP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에서의 민관협력 컨소시엄과 파트너십 협력을 기반으로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R&D 사업 기획력과 지역 내 또는 지역 간 협력이 필수다.
우리도 R&D 포괄보조금 제도를 도입하여 중앙정부의 개별사업 예산을 따기 위해 경쟁하기보다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려 지역실정에 맞는 특화산업 R&D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R&D 역량강화가 매우 중요하므로 지방자치단체 자체적으로 R&D 예산을 마련하여 점차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위협이 아닌 지역발전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패러다임의 정착이 필요하다.
※ 4차 산업혁명과 지방자치 연재: 지방자치발전위원회 기획단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지방자치의 모습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위 주제로 지방자치와 관련된 담론들을 각 필자명의로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