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주거나 가사를 돕고 환자를 들어 올리거나 이동하는 등 여러 곳에서 활용 중인 로봇. 이제는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 암세포를 찾아내 고열로 파괴하거나 뇌 질환 치료의 신기원을 열어주고 있다.  참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고열로 특정 암세포 파괴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최홍수 로봇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3D 레이저 리소그라피 공정으로 3차원 생분해성 미세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항암치료는 약물과 고열치료, 방사선, 수술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약물치료는 많이 쓰이지만 원하는 양만큼 특정 암세포에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높은 온도의 열을 이용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고열치료는 부작용이 적어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이 방법 역시 고열을 특정 암세포에 맞춰 사용하기 어렵다. 

최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미세로봇은 이러한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했다. 인체 내에 직접 미세로봇을 삽입하고 로봇이 암 부위에 도달했을 때 고주파의 자기장을 이용해 발생한 열이 특정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고주파의 교반 자기장에 반응하는 자성 나노입자를 미세로봇에 탑재했다. 

미세로봇은 교반 자기장의 강도와 노출 시간에 따라 항암 약물도 정확하게 방출한다. 
연구진은 체외에서 배양한 암세포에 미세로봇의 고열과 약물 방출이 암세포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미세로봇 사용 후 몸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미세로봇의 소재를 생분해성 폴리머로 제작했다. 그 덕분에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또 외부자기장을 이용한 무선제어 방식으로 체내에서 빠르고 정밀하게 암 부위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장점도 지녔다. 
최홍수 교수는 “기존의 암세포 치료 방법의 단점을 개선해 암세포 치료의 효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병원 및 관련 기업과 후속 연구를 진행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마이크로로봇 기반 정밀치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경계 질환 잡는 스케폴드 미세로봇 
원하는 신체 조직에 세포를 정밀하게 전달할 수 있는 줄기세포 전달용 스케폴드 마이크로 로봇이 개발됐다. 이번 개발로 줄기세포 기반 치료 세포를 신체 조직이나 장기에 정밀하게 이식해 퇴행성 신경계 질환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연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로봇공학전공 최홍수 교수팀이 DGIST-ETH 마이크로로봇 연구센터 김진영 선임연구원, 뇌·인지과학전공 유성운 교수팀 및 문제일 교수팀, 서울성모병원 김성원 교수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브래들리 넬슨(Bradley J. Nelson)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현재 난치성 질환에 이용되는 줄기세포치료는 체내 깊숙한 곳이나 위험이 따르는 부위에 정확한 양을 이식하기 어렵다. 전달 과정에서 유실량도 많아 치료 효율과 안전성이 떨어지고 치료 비용도 높은 한계가 지적돼왔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케폴드 마이크로로봇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이 로봇은 3D 레이저 리소그라피 공정의 구형과 나선형 2가지 형태로, 세계 처음으로 해마 신경 줄기세포를 로봇에 직접 배양해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원하는 곳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외부자기장을 이용한 무선제어 방식으로 체내 세포 유실량을 최소화하면서 줄기세포를 신속하고 정밀하게 이송했다. 

연구진은 미세 유체소자 세포배양 시스템 바디온어칩((Body-on-a-chip; BoC) 내에 미세로봇을 이용해 세포 이송과 이식 과정을 보여줬다. 특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성원 교수팀의 ‘사람 코 하비갑개 유래 줄기세포’를 미세로봇에 3차원으로 배양해 누드 마우스 내에서 성공적으로 실험을 끌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