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단체장 말씀 보좌를 위한 공무원의 글쓰기 향상법

김철휘
한국공공기관연구원 부원장

청와대 행정관 , 선임행정관(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대통령 연설문 작성)

 

단체장들에게 필요한 연설문이나 말씀자료와 같은 글은 어떤 방법으로 쓰는 것이 좋을까?

 

공적인 글은 사적인 글과 다르다.
우선 공직자가 쓰는 글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공적인 글과 사적인 글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적인 글은 쓰는 사람 개인의 글이 아니다. 나는 지난 23년 동안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연설문을 썼지만, 대한민국 국가기록 어디에도 내가 썼다는 것은 없다. 그건 내 글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글은 나의 철학이나 소신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뜻이라는 의미다. 당시 정부의 뜻, 기관의 뜻이다. 말 그대로 공적인 글이다.
다음으로 공직자의 글은 책임질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언론에서 보도할 때도 당국자라는 말 앞에는 항상 ‘책임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따라서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실행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공직자의 글은 선의(善意)로 시작해야 한다. 이 글이 우리 국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정보가 될 것이다,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선의를 가지고 써야 한다.

 

공적인 글은 분량, 주제, 구성의 순서로 정리한다
공무원들이 단체장을 보좌하기 위한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 연설문을 비롯한 공적인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글의 분량을 정한다. 어떤 행사의 축사를 써야 한다면 시간부터 정해야한다. 대부분 행사의 축사는 3분 정도다. 연설문은 그만큼 정제된 언어로 정리된 것이기 때문에 3분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5분이면 대략 1,800자 정도 필요하다. 보통 사람의 경우 1분에 360자 정도를 소화한다.

 

둘째, 주제를 정한다. 말할 시간, 즉 써야 할 글의 분량이 정해지면 거기에 담길 주제를 찾아야 한다. 공직자가 하는 말은 사적인 말과 다르다. 바로 책임이 따른다. 책임은 곧 신뢰와 직결된다. 소통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현장에 많이 가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 가는 것만큼 가서 무슨 말을 하느냐는 게 중요하다. 자칫 현장에 간 공무원 한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 때문에 다시 갈등이 일어난 경우도 적지 않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내용이다. 그래서 공직자가 하는 말은 그 콘텐츠가 핵심이다. 특히 한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의 말은 더더욱 중요하다. 단체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구성이다. 시간이 정해지고, 주제가 정해지면 글의 구성을 해야 한다. 그림을 그려서 배분한다.‘인사-메시지 1-메시지 2-마무리’가 기본이다. 이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구성 형태라고 할 수 있다. 5분 연설을 할 때 인사는 얼마나 하면 될까? 이 순서대로 말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배분한다. 예를 들면 인사에 40초, 첫 번째 메시지에 1분 30초, 두 번째 메시지에 2분, 그리고 마무리에 나머지 시간을배분한다. 이렇게 구성하고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쓰기도 쉽고 중언부언을 피할 수 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대강의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글에 담는 메시지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까?
지방자치단체장이 말할 수 있는 메시지는 어디에서 찾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행사와 관련된 정책이다. 행사의 말씀 자료도 그렇고 연설문도 그렇다. 공무원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정책이다. 또 기대야 할 곳도 정책이다. 정책이 곧 메시지고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이 정책을 이야기하기 위해 행사를 하고, 축사를 하는 것이다. 그 정책은 어디에 있을까? 공무원의 사무실 PC 안에, 홈페이지 안에 다 있다. 그 다음은 국정과제다. 국정과제 또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다음은 사회적 이슈다.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이야기이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대체적으로 글의 골격을 만들 수 있다.

 

말씀 자료는 어떻게 정리할까? 
구체적인 사례 하나를 보자. 단체장의 말씀 자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말씀 자료는 연설문과 달리 말 그대로 자료다. 간담회나 오찬 등을 할 때 단체장들이 말할 수 있는 자료인 것이다. 그런데 직원들이 써주는 이 말씀 자료에 대해 단체장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말씀 자료를 글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정리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메시지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쓰는 방법밖에없다. 그래서 말씀 자료를 쓸 때는 아예 번호를 매겨놓고 하는 것이 좋다. 1, 2, 3, 4, 5를 적어놓고 다섯 가지 이야기를 정리한다. 1번 행사의 의미, 2번 사회적 이슈, 3번 정책, 4번 정책 추진의 어려움, 5번협조 사항 등의 순서로 정리한다.

인사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는 그런 인사가 아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어떤 기업의 대표가 최근 한 언론사 주최 행사에서 사회봉사대상을 수상했다면 그런 소재를 가지고 칭찬해야한다. “아, 대표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 사회봉사까지 열심히 하십니까?” 이런 말한마디면 충분하다. 글재주가 아니라 자료를 찾는 노력이다. 그렇게 인사를 한 다음은 당연히 정책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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