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하! 드디어 뚫었나이다”

“아니, 또 배가 뒤집혔단 말인가?” 조선 인조는 안타까웠다. 세곡미(稅穀米-조세 로 거둔 곡식) 500석을 싣고 지금의 태안해안국립공원 수역(水域)인 충청 안흥 량(安興梁)을 항해하던 조운선(漕運船)이 전복됐다는 보고였다. 당시에 엄청난 사고였다. 요즘 신문·방송의 1면 머릿기사 감이었다.

 

1석(섬)은 성인 한 사람이 1 년간 먹을 수 있는 양식이다. 나락(벼)으로 치면 200㎏에 해당한다. 500석이면 10톤이다. 그런 귀중한 곡식이 바닷 속으로 수장됐고 사망자까지 생겼다. 조운선 전복 사고는 고려 시대부터 조정(朝廷)의 골칫거리였다. 


실제로 조선 태조부터 세조까지 확인되는 조운선 전복 사고는 선박 침몰 200여 척, 사망자 1,200여 명, 세곡 손실은 1만 5,800여 석이나 됐다. 태조 4년(1395)에 경상도 조운선 16척이 침몰했고, 태종 14년(1414)에 전라도 조운선 66척 침몰에다 200여 명이 익사하고 5,800석의 세곡이 손실됐다. 또 세조 원년(1455)에는 전 라도 조운선 54척이 침몰했다. 이어 조선 중기에는 호남 세곡 손실만 10만 석에 이를 정도였다. 


최근 안흥량 바다에서는 곡식은 물론 최고급 고려청자, 발신지와 수신자가 적힌 목간, 생활상을 알려주는 젓갈이나 석탄 등이 속속 인양되고 있다. 혹자는 발굴에만 100여 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안흥량’은 뱃사람들이 사투를 벌여 야 하는 악마의 바다였다.

 

방법은 하나였다. 지금의 천수만(淺水灣)과 가로림만(加露林灣) 사이의 낮은 지대 7㎞를 파서 운하로 연결하자는 거였다. 이것이 굴포(掘浦)운하다. 고려 인종 12년 (1134)에 착공해 조선 현종 10년(1669)까지 무려 530년간 공사는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그 러나 3㎞를 남겨두고 지하 암반층을 만나 공사를 포기했었다. 당시 토목기술로는 불가능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할까? 적송(赤松)이 수림(樹林)을 이룬 태안반도 남쪽 지역 안면곶(安眠串)에 관심이 쏠렸다. 태안의 향리(鄕吏, 아전)였던 방경령의 제안에 따라 충청감사 김육은 안면곶 허리를 가로 지르는 판목(굴항掘項의 우리말. 굴掘은 파다. 항項은 목이라는 뜻) 운하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안면곶은 안면도(安眠島)라는 섬이 됐다. 삼남의 세곡선들은 안흥량을 피해 천수만으로 진입한 뒤 세곡미를 내려놓으면 가로림만까지 육로로 이송한 뒤, 다시 배에 실어 한양으로 운송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결국은 본래 방식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반도 지역은 70% 이상이 산지로 구성돼 있고, 주요 하천이 동서로 흐르고 교량 건설도 돼 있지 않아 육상 교통이 발달하기는 어려웠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강과 바다를 이용한 조운(漕運, 배로 실어 나름)이 발전했다. 후삼국이 통일된 뒤 고려 시대부터 삼남의 세곡을 모아 조운선에 싣고 서해안 연안 뱃길을 따라 수도인 개경으로 수송했다. 조선 시대에도 주로 이런 방식이었다. 

 


육상 교통의 발달로 조운선 뱃길이 끊어진 지 100여 년, 12월 1일, 착공 23년 만에 태안군 안면도와 보령시 대천항을 잇는 국내 최장,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6.9㎞의 보령 해저(海底) 터널이 개통됐다. 벌써 이 지역에 해양 관광 투자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 남해안과 서해안을 거쳐 서울과 개성까지 조운선 뱃길을 따라 이어지는 77번 국도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해안경제벨트의 핏줄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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