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업단지 제1호 구로공단의 반세기 역사와 미래를 담은 G-밸리 산업박물관 가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전쟁 직후 세계 최대 빈곤 국가로 분류됐던 나라가 서구에서는 200년 걸렸던 선진국 대열에 불과 50여 년 만에 들어섰다. 국가 경제발전에는 제조업 수출진흥이 단연 일등 공신이었다. 구로공단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착수한 정부의 지원을 힘입어 1967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산업단지다. 

 


설립 직후 입주한 업종은 봉제, 신발, 가발, 인형, 전기·전자 조립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다. 1970년대 들어 정부의 수출드라이브가 본격화되면서 구로공단이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공단이 이런 실적을 달성하는 데는 우리 누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여 직공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하루 10시간 이상의 노동과 야근까지 땀방울 흘리며 일을 하여 월급의 대부분을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고 상당수는 자신의 생활비를 쪼개 야학에서 학업에 전념했다. 

 


기자와 오랜 지인인 경제정책실 제조산업과 A 사무관이 2021년 11월 구로공단 내에 문을 연 서울시립 ‘G-밸리 산업박물관’을 취재해볼 것을 제안했다. 기자가 상상했던 구로공단은 반월·시화 같은 낮은 층수의 공장이 밀집된 산업단지였다. 그러나 공단 입구에서 박물관까지 걷는 동안 보이는 것은 예상과 달리 말끔한 고층 건물뿐이었고, 매연이나 소음을 발생하는 단독 공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산업단지인지 의아했으며 미국 라스베이거스 같은 곳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1960~1970년대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1980~1990년 대의 자본집약 산업으로, 1990년대 이후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산업구조 변화를 구로공단도 피할 수 없었다. 한때는 사양산업인 노동 집약 산업이 폐쇄로 인해 공동화 (空洞化)·슬럼화까지 겪었지만, 지금은 IT, 영상·미디어,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등 첨단산업 심장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 구로동과 가산동 일대의 주류 산업이 봉제·섬유 등 경공업으로 시작해 전기·전자 제조업을 거쳐 정보통신기술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2000년에 구로공단에서 ‘서울디지털 산업단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구로구 구로동, 금천구 가산동의 영문 머리글자 ‘G’와 실리콘 밸리의 ‘밸리’로 바꾸자는 요청이 새롭게 등장했고 지금은 이 명칭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개한 데 이터에 따르면 2022년 1월 현재 이곳에 1만 1,515업체가 입주해 있고 고용 인원은 14만 7,314명에 이른다.

 


서울시(전략산업기반과)가 직영하는 ‘G-밸리 산업박물관’은 ‘서울디지털 산업단지(G Valley)’ 1단지 내 ‘G 타워’ 건물 3층에 있으며 1960년대 구로공단부터 21세기 G-밸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넘는 이 지역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다. 구로공단의 역사뿐만 아니라 서울 전체의 산업유산도 수집·보전·전시하고, 3D, 인터랙티브 등 미래 산업을 체험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전시관은 4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존(zone)은 1968년 구로구에서 개최된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 모습을 실감 영상으로 보여준다. 제2존에서는 구로공단이 국내 최초 수출산업단지로 조성된 과정과 국내 수출산업의 역사를 볼 수 있으며, 제3존은 상설전시실을 대표하는 핵심 공간으로서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100억 불 수출 달성에 기여한 라디오·텔레비전 등 주력 산업에 대해 전시한다. 제4존은 미래의 G-밸리를 상상할 수 있는 영상공간으로 꾸며졌다.

 


박물관에 콘텐츠 모두가 흥미롭지만, 특히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제3존에 기록·전시된, 산업발달 과정에서 내면에 가려졌던 노동의 역사였다. 구로지역 20만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작업 여건에 대한 불만과 사회적  울분을 표출하며 권리의식과 연대의 목소리를 쌓아갔고, 이것이 오늘날 근로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확대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G-밸리 산업박물관은 상설전시 외에도 연례 기획전을 실시하고 있는데, ‘일과 노동’을’ 주제로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작가를 비롯한 4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작품을 선 보인다.

 

독자들에게 이곳 박물관과 함께, 인근 가산동에 위치한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도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특히 공단 초창기에 이곳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은 (대략 65세 전후) 소중했던 옛 추억을 회고하고 국가 경제 발전 역군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버킷 리스트가 될 것이다. 

 

*아래는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사진들이다. 과거 1960~70년대 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배너
배너

발행인의 글


"대전·충남 ‘통합 이익’ 주민에 다 돌아간다" [정재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위원장]

계룡산이 겹겹이 두른 저 푸르름은 동쪽 대전을 물들이고 서쪽북쪽내포평야까지 이어지고 사방의 저 물소리는 한밭 땅을 휘돌고 충청 깊숙이 스며드니 이미 경계는 없고 같은 사투리 닮은 웃음, 충청인 듯 대전인 듯, 사람은 다 같은 사람 아닌가. 정재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공동추진위원장의 말이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정재근 원장은 오늘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간 공동위원장으로 만났다. 오랜 행안부 관료 생활이 이 자리로 이끌었고 정 위원장은 대전과 충남을 넘나들며 아래 윗사람 가리지 않고 의견을 듣고 전하며 통합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청주·청원 그리고 마창진 통합 실무를 지휘한 경험은 대한민국 공직자에겐 매우 드문 사례. 그래서 그는 ‘통합’에 적임이다. 국가개조라는 소명이 그를 이끌고 있다. 이제 통합 작업은 대선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의 공직 생활의 나침반이 된 건 ‘I WANT TO BE A PERSON WHOSE PLACE HAS PROUD. 나는 내 고향이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링컨의 말. 그 말은 그를 지방 공무원 헌신으로 인도했다. 이제 대전·충남통합은 정재근의 기쁨, 정재근을 낳은 논산의 자랑이

호주 노동委 “보육교사 등 50만명 임금 최대 35% 올려라”

호주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FWC)는 여성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에 대해 최대 35%의 임금 인상을 권고했다. 이 조치는 약 50만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유아교육, 사회복지, 보건 및 약사 등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직군이 대상이다. 4월 발표되 이 권고는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닌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은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여성 중심 직종에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23년 기준, 호주의 성별 임금 격차는 13.3%였으며, 이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연간 약 13,200 호주 달러(약 1,170만 원) 적은 수입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FWC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가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돌봄·복지 직종의 사회적 가치가 임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성중립적 평가 대신 ‘성인지적 가치 평가’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여성 중심 산업의 임금 인상 배경 이번 결정은 2022년 알바니지(Albanese) 정부가 도입한 ‘공정노동법(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