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친원전 정부의 딜레마, 사용후핵연료

 

 

‘탈원전 폐기’와 ‘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새 정부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으로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일 계획이지만, 원자력발전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처분할 곳이 없으면 친원전 정책이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원전 기술 개발과 수출 확대로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공약대로 원전의 발전 비중을 30%대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수명연장과 함께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 노후 원전의 개·보수비용과 신규원전 건설비용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당장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각 원전 부지에 ‘임시저장’하고 있지만, 2031년이면 포화상태에 달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월성원전(경주)의 임시 저장시설(맥스터)은 이미 지난 3월 포화상태에 달해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증설작업을 완료했지만, 나머지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 확충은 넘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영구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하기 전까지 기존 원전 부지에 임시저장 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원전 지역과 탈핵 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원점을 맴돌고 있다. 원전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부지 내 저장’이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10만 년간 지하에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울원전(울진)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반경 20~30㎞)에 속하는 삼척시와 주민 1,166명은 지난 3월 24일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부지 내 저장계획에 대해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반대 주민과 탈핵 단체는 “원전 부지별로 임시저장 시설이 확보되면 어느 정부도 ‘뜨거운 감자’인 사용후핵연료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는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전 인근 16개 기초지자체로 구성된 전국원전동맹도 지난해 10월 성명서를 내고 “현재 임시저장 시설에서 43년간 보관되고 있는 51만 다발(2,280만 개)의 사용후핵연료를 서울, 경기 등 원전이 소재하지 않는 광역지자체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시저장 시설을 기존 원전 부지가 아니라 광역지자체별로 설치해 원전 인근지역 주민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새 정부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탈원전을 고수해온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9월 ‘부지 내 저장’을 명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 법안에는 부지 내 저장시설의 용량을 원전 설계수명 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으로 제한하고 있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수명연장 및 신규원전 건설을 전제로 하는 특별법안과 충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지 내 저장’의 기한이 명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구처분장 확보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다. 사정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원전을 운영하는 전 세계 33개국 가운데 핀란드가 유일하게 영구처분장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고, 스웨덴과 프랑스는 30여 년 만에 부지를 확보했을 정도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전 운영국가들이 직면한 최대 현안이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도 1986년 이래 10차례에 걸쳐 부지를 물색했지만 안면도 사태, 굴업도 사태, 부안 사태 등을 거치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궁여지책으로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한 두 차례 공론화의 결론은 영구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을 동일 부지에 ‘집중형’으로 건설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질구조와 주민 수용성 등을 비춰볼 때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발표한 기본계획대로 향후 37년 만에 영구처분장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직 부지선정 절차에 착수하지도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세월에 영구처분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해외에서는 영구처분장 건설의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부지 확보가 다소 용이한 중간 저장을 선호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5년 공론화를 통해 중간 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한 이후에 심층 지질조사와 실험단계를 거쳐 최종 처분시설 건설 여부를 결정한다는 적응적·단계적 관리(APM) 방식을 선택했다. 지진이 빈번한 일본에서는 수 차례의 공모에도 부지를 확정하지 못해 현재 별도의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해 ‘잠정 보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도 영구처분장 확보에 실패했지만 중간 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다급한 현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현실적으로 당장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외부로 반출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부지 내에 ‘장기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영구처분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에서 사실상 ‘영구 보관’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처럼 부지 내 임시저장이 아니라 ‘소내 중간 저장’으로 전환해 50년간 사용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으나, 이 또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임시 저장시설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원자력계에서는 임시 저장시설은 원자력안전법(제2조 10호)에 따라 원자로의 안전에 관계되는 시설(‘관계시설’)이기 때문에 현행 법규로도 확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원전 지역과 탈핵 단체들은 “원자로의 안전에 관계되는 시설은 원자로(reactors) 격납건물 안의 습식 저장시설을 말하며, 격납건물 외부에 건설된 건식저장 시설은 ‘관련 시설’이 명백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부지 내 저장시설’을 확충해 친원전 정책을 추진하려면 이 같은 갈등 요소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시저장의 법적 성격과 사용기한을 명확히 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지역사회와 일반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진짜 공론화’를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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