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장을 사수’하는 것이 자치단체장의 제1의 덕목이다(이동권 전 울산광역시 북구청장)

 

‘현장이 사무실’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구청 행정을 맡은 후 퇴직한지도 6개월이 훌쩍 지났다. 경찰 시절부터 서울시장실에 7년 가까이 파견돼 있는 동안과 또 울산 북구청장 4년간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이 불변의 진리임을 자주 깨닫곤 했다.

 

서울시장실에서 처음으로 함께 근무한 고건 전 시장은 전남도지사 시절 ‘헬기지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농촌 현장에 잠자리 헬기를 타고 다니며 현장을 답사하고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당시 모내기 실적이나 관의 농촌지원 사업에 대한 부실 보고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군수가 보고한 모내기 실적과 헬기에서 찍은 현장 상황이 차이가 나면 뒤늦게나마 모내기 독려에 나섰다고 했다. 고건 전 시장이 공직 30여년을 ‘현장 행정’을 신조로 삼았기에 후일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 후임 이명박 시장도 청계천 복원사업 시 현장점검을 100여 차례 이상 하였고, 그외 모든 리더들이 현장을 사수하였기에 발전이 있어왔다고 단언한다.

현장에 나가 직접 상황을 보는 것과 보고서 내용만으로 감을 잡아 일을 처리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 동떨어진 행정은 '죽은 행정'

서울경찰청 경제반장으로 재직 당시였던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청와대 상황실에 최초보고를 해야 하는데 관할 경찰서에서는 백화점 붕괴로 500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필자는 청와대에 현장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담당자는 현장 확인도 없이 “당신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각종 안전사고가 자주 생겨 대통령께서 걱정하시는데 일단 줄여서 정정 보고하라”라고 답했다.

요즘이라면 그렇게 지시한 사람이 수사대상에 올랐겠지만, 당시에는 구렁이 담 넘듯 지나간 기억이 있다. 결국, 삼풍백화점 사고로 사망 한 사람은 504명에 달했다는데 첫 상황보고 시 사상자 인원이 거의 일치했다.

경찰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문제도 현장에 있고, 답도 현장에 있다’라는 대사는 공직자 내부에서 자주 거론되는 말이다.

일반행정이라고 다르지 않다. 행정이 현장에서 동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죽은 행정이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정책은 현장에서 나온다. 현장에는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고, 행정인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있다.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대형사건도 그 원인을 잘 살펴보면, 현장 행정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 사건을 최초 보고하는 자의 책임도 있지만 이를 지휘하는 구청장, 시장, 경찰서장 등 윗선의 누구 한 사람이라도 직접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챙겼더라면 그 사건이나 실수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이태원 참사 사건도 그 많은 지휘라인에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현장을 보고 판단했더라면 어이없는 대형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속 시원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지난 공직기간 동안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냈다. 결재 시간도 쪼개 현장을 찾다보니 구청 직원들은 구청장 얼굴 보기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

언론에서 지적한 내용은 가능하면 빨리 확인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고, 민원이 제기되면 현장을 찾아 민원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려 했다. 민원이 발생하기 전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사전검토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물론 주민참여를 통한 열린 정책 추진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갈등조정위원회 내지 협의회 구성 등으로 풀어 나갔다.

현장 행정의 일환으로 첫 임기시작부터는 매월 찾아가는 민원데이도 마련하기로 했다.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속 시원한 민원 사이다데이’라고 이름도 붙였다. 특히 집단 민원이 많은 아파트 공사 현장, 도로나 교량 건설 현장 등을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주민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다보면 해답을 찾게 되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장 구청장’으로 기억되고파

자치단체장은 취임 초기부터 방송국이나 신문사로부터 많은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 당시 4년 후 어떤 구청장으로 남길 바라느냐는 질문도 있다. 필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현장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이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구청장의 특권을 포기한 사람. 오로지 주민을 위해 봉사한 구청장으로 남고 싶었다. 항상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본다. 오늘은 주민 누구를 만났는지, 또 어떤 민원이 있었는지, 제대로 해결해 줄 방법은 없는지 등을 생각했다. 내일은 또 어떤 현장의 이야기가 필자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게 생각했고 즐기는 마음으로 구정을 해왔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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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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