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정건전성과 공공부채의 관리(1)

 

2022년 10월호 주제 : 정부재정,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2022년 11월호 주제 : 공공재정 관리,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2022년 12월호 주제 : 공공재정 관리의 민주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2023년 01월호 주제 : 공공재정 관리의 효율성 원칙과 재정성과주의

 

공공재정 관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가치) 중 민주성(재정민주주의)과 효율성(재정성과주의)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이미 소개를 마쳤으며,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건전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1

(1 건전성의 원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대한민국 공공재정론》 제5장 제4절을 참고하기 바란다.)

 

공공부채의 관리, 왜 중요한가?

현대 경제는 신용을 기반으로 한다. 신용으로 창출된 부채가 생산적으로 활용되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부(國富)가 증가한다. 그러나 부채가 적정 수준을 초과하거나 지대 추구나 자산 축적에 잘못 활용되면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된다. 과도한 부채로 국가신용도가 하락하고 이자율이 급격히 상승하면 금융시스템 붕괴와 경제위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재정 여력이 바닥날 정도의 부채라면 자연재해나 경제위기가 닥칠 때 정부의 대응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부채조정을 위해 공공서비스를 감축하거나 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국가 필수기능까지 매각하는 단계에 이르면 국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부채는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현세대가 차입 재원을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가 아닌 현세대의 소비를 위해 사용한다면, 미래세대는 부채를 갚기 위해 저성장·고실업, 복지축소, 인플레이션, 높은 조세 등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는 곧 비용부담자(미래세대)와 편익 수혜자(현세대)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PAY-GO 정신과도 배치되며, 미래세대의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면에서는 재정민주주의에도 반한다.

 

공공부채의 관리, 왜 그렇게 어려운가?

부채를 잘 관리하려면 우선 적정 수준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나라마다 처한 경제적 상황에 따라 부채 규모의 적정 수준은 다르고 수시로 바뀐다. 특히 세계화된 개방경제에서는 대외적 요인까지 복잡하게 작용한다. 적정 수준 파악이 가능하더라도, 적정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막거나, 이미 초과한 것을 다시 줄이기도 어렵다. 부채조정은 기본적으로 세수를 확대하거나 지출의 증가 속도를 제어해야 가능한데, 일단 조세저항 앞에서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적 부담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자칫 민간의 경제활동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지출조정도 이미 기득권 구조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국가라면 더 지난한 과제가 된다. 어느 정부든 “국민들이 싫어하는 옳은 정책”과 “유권자가 좋아하는 잘못된 정책”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옳은 정책에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매우 어려운 협의 과정을 요한다. 스웨덴의 ‘에델 개혁(Adel reformen)’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공공부채의 관리,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엄격하게 균형예산 원칙(balanced budget norm)에 따라 적자재정을 허용하지 않고 회계연도마다 균형재정을 운용하게 되면 채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재정건전성 문제도 근원적으로 없게 된다. 그러나 이 원칙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부채로 마련된 재원을 적극적 투자지출이나 재량적인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대국가들이 부채를 중요한 자원배분 수단 중 하나로 적극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부채관리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한번 증가한 부채는 줄이기도 어렵고, 특히 저성장·고령화 단계로 진입한 국가라면 증가 속도도 제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사전에 정교하게 잘 짜인 부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부채관리를 위해서는 상환위험, 재정 여력, 지속 가능성이라는 다음 세 요소가 중요하다.

 

우선 채무의 불이행, 즉 상환위험(refinancing risk)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과도한 국가채무는 국가신용도 하락과 급격한 자본이탈 및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제위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기 대외채무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상환위험이 없도록 대응 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무의 위험 수준 관리는 국가채무를 경제위기나 국가재정 운용상 큰 비용 없이 상환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채관리는 재정 여력(fiscal space)의 관리가 돼야 한다. 경기침체나 전쟁, 재난과 같은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가용 재정 여력이 없을 경우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재정 여력은 부채를 통해 추가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며,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채무 수준(debt threshold)과 현재의 채무 수준의 차이로 정의된다. 추가적인 부채 여력이 있다는 것은 곧 국가 경제 위기나 대규모 재난에 대해 재정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제 위기 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이 어려운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재정 여력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끝으로 부채관리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관리가 돼야 한다. 건전성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로 설명한다면, 분모인 GDP 증가가 세수 증가를 통해 분자인 국가채무를 감소시킨다면 추가 국가채무의 여력, 즉 재정 여력이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부채가 생산성 제고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결과 분모인 GDP가 하락하면 세수 감소로 이어져 국가채무는 더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재정건전성은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론상 r<g(r : 국채금리, g :명목성장률)일 경우 부채비율은 감소한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국채금리)보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명목성장률)가 빠를 경우 GDP 대비 부채비율은 감소하게 된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정부지출을 늘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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