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주민자치시대,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동권 전 울산광역시 북구청장)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그간 묵혀뒀던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때때로 원성 가득한 큰 목소리가 나왔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참석한 모두에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불편하다고 피해갈 수만은 없다.

 

작년 9월 북구 농소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울산지방경찰청이 주재하는 ‘치안간담회’가 있었다. 최근 이 지역에 공동주택이 늘어나고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치안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경찰청과의 간담회를 요청한 것이었다.

 

농소2동 주민들은 산업로 확장 건설공사에 따른 교통안전 대책을 비롯해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 주변 도로환경 개선, 치안수요 증가에 따른 파출소 신설 등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날 간담회는 울산경찰청이 주재했지만 주민 민원과 관련한 여러 관계 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북구청을 비롯해 시청, 종합건설본부, 중부경찰서, 농소2파출소 등의 기관과 관련 민간업체가 현장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계기관은 잘못한 것은 잘못됐다 시인하고 개선방향을 설명했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방안 마련도 약속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야 답변이 시원찮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자리는 흔치 않다. 필자가 서울시청에서 또 청와대 민원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렇게 여러 기관이 민원인을 한꺼번에 만나서 대응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민원은 경찰서와 소방서, 구청 등 여러 행정기관이 각각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민원은 시청으로 구청으로, 경찰로, 소방으로 핑퐁 되는 일이 잦았다. 당연히 민원 만족도는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팽창에 따라 민원 업무도 복잡 다양해졌다. 최근의 민원 사례를 살펴보면 1개 기관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민원 업무도 그렇지만 행정기관의 업무 대다수가 기관 간의 협업을 요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그간 구청의 ‘안전’ 업무를 예로 들어보자. 안전과 치안이라고 하면 경찰에서 받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안전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주민들의 요구도 복잡 다양화하면서 범죄예방에도 구청이 관심을 두고 나서게 됐다. 북구 직원들이 범죄예방환경디자인(셉테드)을 공부하고 벤치마킹을 하며, 셉테드를 적용한 도시디자인을 고민 하고 적용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 중에 하나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주민 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 교통사고 등을 예방하는 데 구청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도로환경 개선 등에 함께 머리를 맞대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이번 치안간담회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민간업체까지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수렴하고 머리를 맞대 민원해소책을 제시하면서 주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구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구청장 바로 소통실’과 ‘속 시원한 민원사이다데이’를 운영해 구청 업무에 있어서는 원스톱 행정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실제로 이를 통해 많은 민원이 해결되고 있어 주민평가도 좋은 편이었다. 이번 치안간담회 사례는 1개 기관이 아닌 여러 기관과 민간 업체가 함께 참여해 민원을 해결하는 주민자치시대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행정이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주민만족도는 크게 상승할 것이다.

 

필자는 경찰 시절부터 서울시장실에 7년 가까이 파견 근무했다. 처음 서울시 발령 때 함께 일했던 고건 전 시장은 행정의 달인이라 불린다. 그는 ‘행정의 9할은 대화와 소통’이라고 했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민원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민원의 50%는 해결되는 것이라고 늘 강조하였다.

 

지난 치안간담회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창구였다. 이제 50%는 해결됐다. 앞으로 자치단체장들은 현장을 더 자주 찾아 확인하고, 관계기관 및 민간과 협업을 강화해 민원 해소책을 강구해 나가는 노력이 성공적인 주민자치시대의 정착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배너
배너

발행인의 글


"공직자 ‘권력’과 ‘봉사’는 같은 말...시민 목소리 늘 경청"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겸 인천광역시장]

인터뷰는 개헌 얘기가 강을 이루며 민주주의의 바다에 이르렀다. 난파당하지 않고 견고한 몸으로 정박한 목선 유정복은 강인했다. 아니 처절했다. 공직생활을 꿰뚫는 봉사 정신은 권력에 대한 ‘지론’이었고 시민 국민과의 대화로 몸에 밴 ‘낮은 눈높이’는 권력을 쓰는 ‘정도’로 설명됐다. 달변이 아니어서 ‘선동’에 능하지 않고 제스처는 화려하지 않아 ‘분신술’과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더 큰 권력은 ‘지방분권’ 실현이었고 인천광역시장으로서 진정한 권력은 ‘시민 배부른 행복’ 쟁취였다.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서 지방분권 ‘완전’ 정복은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루어질 것이다. 개헌으로 인사 재정 조직의 권한을 중앙에서 넘겨받고 헌법 전문에 지방자치 실시를 못 박아야만 전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전국에 메아리치는 지방자치 숙원민의가 가장 큰 원군이다. 인천의 성공 사례는 저평가된 것 같아 낯설다. 저출생을 뚫은 아이 플러스 드림 정책 시리즈나 부쩍 자란 지역경제는 전국구 모범사례다. 그러나 저출생 타개를 위해 인구 부처 신설안을 국회에 냈으나 ‘권력’에 막혀있다. 좋은 일

"산업 간 격차 해소 입법, 사회 통합의 정치 실현"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절실해진 시대, 그 해답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정치인이 있다. 바로 어기구 국회의원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을 아우르는 농해수위원장으로서 그는, 국민의 먹거리와 국토를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다. 하루에도 서너 건 이상의 민원과 간담회를 소화하며, 때로는 법안 발의로, 때로는 정부 부처를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으로 지역과 나라를 동시에 돌보고 있다. 하지만 어 의원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실함’만이 아니다. 경제 펀더멘탈 붕괴를 경고하며 지금의 저성장 고착화를 막기 위해 ‘경제의 인공호흡’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정치권 안팎에 진중한 울림을 준다. 또한 사회 양극화 해소를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으며, 지역균형 발전과 사회통합을 향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는 그는, 단순한 선심성 발언이 아니라 구조적 대안을 이야기하는 보기 드문 현실주의자다. 특히 고향 당진에서는 철강산업 보호, 농공단지 활성화, 해경 인재개발원 유치 등 지역 생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뛰고 있다. 작은 민생부터 거대한 국가 아젠다까지, 문제를 정확히 짚고 해법을 준비하는 사람. 지금 우리가 어기구를 주목해야

호주 노동委 “보육교사 등 50만명 임금 최대 35% 올려라”

호주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FWC)는 여성 근로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에 대해 최대 35%의 임금 인상을 권고했다. 이 조치는 약 50만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유아교육, 사회복지, 보건 및 약사 등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직군이 대상이다. 4월 발표되 이 권고는 단순한 임금 조정이 아닌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은 국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여성 중심 직종에서의 ‘구조적 저평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2023년 기준, 호주의 성별 임금 격차는 13.3%였으며, 이는 여성들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연간 약 13,200 호주 달러(약 1,170만 원) 적은 수입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FWC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가 여성 다수가 종사하는 돌봄·복지 직종의 사회적 가치가 임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성중립적 평가 대신 ‘성인지적 가치 평가’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을 내렸다. 여성 중심 산업의 임금 인상 배경 이번 결정은 2022년 알바니지(Albanese) 정부가 도입한 ‘공정노동법(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