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가톨릭 사제를 꿈꿨던 한 청년이 의대에 재학 중이던 1973년부터 의료 봉사를 시작해 머리가 희끗한 지금까지 50년을 이어가고 있다.
38년은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의대 교수직을 성실히 수행해 왔고, 올 3월 17일 36년째 봉사 중인 요셉의원의 제5대 병원장으로 취임해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환자들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한 봉사가 알려지며 2007년 제23회 보령의료봉사상, 2014년 제11회 장기려 의도상, 2021년 5월 LG 의인상을 수상한 영등포의 슈바이처 고영초 요셉의원 원장의 얘기다.
고영초 원장의 봉사 활동은 1973년 여름에 시작됐다. 첫 의료 봉사활동 지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지금은 멋진 전원주택들이 즐비한 곳이지만, 당시만 해도 이곳은 무의촌(無醫村)이었다. 봉사대의 막내였던 고 원장은 각종 심부름에 ‘고생초’라고 지도교수가 부를 만큼 고생스러운 생애 첫 봉사활동이었지만, 즐거웠던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의료봉사가 주 활동인 가톨릭학생회에 들어간 고 원장은 선배들을 따라 성남 외곽으로 쫓겨 간 철거민들을 찾아 진료를 도왔다. 1974년 2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서울 난곡동에서 사회사업 하던 한 사회사업가와 함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시작해 졸업할 때까지 지속했다.
1977년 의사면허 취득 후 김수환 추기경의 도움으로 한국국제가톨릭형제회(AFI)가 설립한 전진상 의원으로 주말마다 진료 봉사를 나갔다. 또 1987년 개원한 요셉의원의 선우경식 원장을 도와 환자들을 진료했다. 고 원장은 본업인 대학병원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전진상 의원과 요셉의원 두 곳을 격주 수요일마다 찾아 환자들을 정성껏 돌봤다.
건국대학교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7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 기관 라파엘 클리닉이 설립됐다. 격주로 진료 봉사를 나가며 커뮤니티 ‘감사’를 통해 건대 의과대생들을 봉사의 길로 터주기도 했다.

50년을 하루같이 지속 가능한 봉사를 해온 고영초 원장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처음에 봉사하면서 내가 가진 걸 나눠준다고 생각했는데,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이 큽니다. 전진상 의원 봉사 갔을 때 AFI들의 얼굴에서 정말로 기뻐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고, 봉사자들을 참 따뜻하게 맞이해 주고, 섬기려는 모습을 읽었어요. 저 역시 기쁨이 저절로 스며들었고요. 기쁨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쁨이 스며들어 더 힘이 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봉사를 통해 얻은 게 무척 많다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가족들이 이해해 주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찬성해 줘 고맙죠. 아이들이 어렸을 때 김수환 추기경님을 뵙고 세배하고 1년에 한 번은 인사드렸는데, 그중 둘째가 의사가 됐어요. 다음 달부터 요셉의원에 와서 안과 봉사를 하기로 했답니다.”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또 “요셉의원은 100% 무료 병원이기 때문에 종사자들도 무료 봉사하고 계세요. 전진상 의원 때도 그랬고, 요셉의원에서도 의대 동기들, 후배들에게 의료 봉사를 권하면 기쁘게 받아주니 무척 든든하고 고맙죠.”라고 말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서의 고영초 원장의 삶은 의료 봉사활동만큼 빛났다. 38년을 의대 교수 생활하면서 8,000명 넘는 환자를 수술했고, 그 가운데 뇌종양 환자만 3,000명이 넘는다.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2007년 제16대 대한뇌종양학회 회장과 대한신경외과학회 서울‧경인지회장을 지냈다.
고영초 원장은 “기억나는 뇌종양 환자들이 무척 많아요. 다른 곳에서 못하는 수술을 제가 한 적도 많았고요. 세계적으로 수술을 잘하는 분에게서 배워 제가 수술을 잘합니다(웃음). 제 소명이 신부(사제)가 아니라 의사였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사제가 되고 싶어 13살부터 부모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는 고영초 원장은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목표 의식이 확실했던 것 같아요”라며 “요즘 아이들이나 청년들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공부만이 능사가 아닌데, 모든 아이들이 다 대학 가서 실업자가 돼버리면 어떻게 하나요. 지금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입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사회 어른으로서 희망의 말씀을 요청하자 고영초 원장은 “살면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도 시간이 지나놓고 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고, 항상 좋은 결과가 있었더라고요. 내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제가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신경외과 의사가 된 것처럼요.”라며 당장 해석이 안 되는 부분도 지나고 보면 좋은 것들이 될 수 있으니, 관점을 좀 달리 보고, 인내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고영초 요셉의원 원장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서울백병원,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38년간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1973년부터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해 50년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요셉의원 제5대 원장이 되어 초대 선우경식 원장의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환자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며, 그들의 자활을 위하여 최선의 도움을 준다’는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