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실험실을 막 나온 로봇은 불안하게 걸으며 넘어지기 일쑤였다 (이용석도 고전했지만 ‘나랏일’을 짊어진 그는 끈기를 잃지 않았다). 실망한 엔지니어들을 10년만에 구해준 건 AI였다 (이용석은 스스로 AI가 되려고 노력했다. 숱한 불면의 밤과 선후배의 땀이 이를 증명한다). 오늘의 로봇은 마이클 조던처럼 덩크슛을 던지고 노래 ‘아파트’ 동작을 그럴듯하게 흉내낸다 (10년새 식견과 안목이 자란 이용석도 이 정도는 한다). 로봇이 덩크를 꽂아 넣는다면 이용석은 모바일 신분증을 아무데서나 안보고 던져도 3점슛이다. 로봇이 아파트 동작을 하면서 관절을 자랑한다면 이용석은 온갖 ‘혜택 알리미’를 경쾌하게 들려주며 우리 팔 다리를 쉬게 한다.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의 발자취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 로봇 발달사와 비교할만 하다. 이 실장이 초급 간부일 때부터 맡은 나랏일은 ‘디지털 정부’. 눈에 보이지 않는 0과 1의 세계로 그를 이끈 건 선배들의 따뜻한 격려였고 정부라는 거대한 몸집에 디지털이라는 심장을 심는 막중한 책임은 온전히 이 실장의 몫이었다. 디지털 심장은 정부에 온라인의 맥박이 뛰게 했고 국민 모두의 혈관에 멋진 신세계의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이 실장은 잘 웃었다. 함박웃음 속에 디지털의 복잡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0과 1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주름살은 0이고 국민 행정 서비스는 늘 1순위다.
장소 세종시 행안부 집무실 / 대담 이영애 발행인/ 정리 엄정권 대기자/ 사진 이경엽 기자 / 영상 제갈욱PD |
이용석 디지털정부혁신실장 약력
/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추진단장
/ 세종시 기획조정실장
/ 기술고시 29회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월간 지방정뷰는 활자매체이지만 모든 기사를 영상으로 동시에 전달하는 국내 유일의 복합매체로서 인터넷신문 tvU와 4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언론사입니다. 이 인터뷰는 3곳에서 동시 진행됩니다. 실장님의 영상을 쇼츠에 담았습니다. 핸드폰으로 QR코드 찍어 보시고 소감 한 말씀 해주십시오.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팀장_ 저도 잘 몰랐던 영상을 골라 잘 처리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요점을 잘 짚어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애_ 실장에 부임하신지 9개월 됐습니다. 디지털 개념에선 9개월이 엄청 긴 세월입니다. 디지털정부 9개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용석_ 우리 정부가 산업화는 뒤처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빅 데이터와 AI로 인해 새로운 변화와 혁명이 물밀 듯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잘 수용하면서 행정 서비스와 대국민 서비스를 조화롭게 접합시켜 국민 생활이 보다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사명감이 있습니다. 공직사회에서 일하는 부분 또 일하는 방식들도 함께 변해야 합니다. 지금 어쨌든 새로운 것 많이 반영하고 합리화시키는 노력이 따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영애_ 실장님이 오래전 기술고시를 패스할 때 이런 변화를 예측하시지는 못했겠죠?
이용석_ 그럼요. 제가 공직 시작하면서 행안부에 왔을 때는 기술분야는 사실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선배들른 그래도 디지털이 점점 중요해지고 사회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해줬죠. 그러면서 지금의 일들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거기에 따라서 업무들도 좋아질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기를 희망했지만 내심 과연 그렇게 될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을 지나면서 큰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 변화는 디지털 정부 혁신이라는 사명감을 불렀고 체계를 만들며 발전시키려 애썼습니다. 큰 흐름에 맞춰서 열심히 한다면 보이지 않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거기에 발맞춰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죠. 성취감도 대단했죠.
만기친람보다 후배에 일 위임해
이영애_ 디지털을 다루면 주름살도 없어지나요? 실장님 피부가 아주 매끈합니다.
이용석_ (웃음) 제가 고생을 덜 했나 봅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 노력합니다. 일을 중요도를 가려 진행합니다. 저보다 나은 후배들 많습니다. 그들에게 일을 좀 위임하면 제가 스트레스 덜 받고 일 효율이 되레 높아집니다. 성과가 좋습니다. 만기친람으로 모든 걸 다 혼자서 하려하지 말고 후배들과 나눠 한다면 일도 잘되고 신경 덜 쓰고, 주름살도 생기다 마는 것 같습나다.
이영애_ 오랫동안 디지털정부를 구축하는데 힘을 기울이셨는데, 과거의 작은 디딤돌이 오늘 반석으로 커진 그런 경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용석_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인데…. 그래도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과거 일상적으로 해왔던 게 지금도 널리 쓰이고 인정받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합니다. 바로 제가 이명박 정부 때 과장 시절 기획했던 스마트워크센터라는 건데 처음에는 잘 될까 잘 쓰일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정보화전략위원회에 보고하고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출장가서 잘 이용하고 있다, 편리하다 라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이영애_ 그렇군요. 또 실례를 든다면.
이용석_ 또 생각이 나는데요. 제가 초대 공공데이터정책과장을 하면서 공공데이버법도 만들고 필요한 조직도 꾸리고 위원회 같은 것도 만들어 짧은 시간이었고 고생도 좀 했지만 참 많은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2년전 공공데이터국장을 했는데 제가 과장 시절 하던 업무가 국 단위로 커진 걸 느꼈어요. 제가 과장에서 국장으로 크는 동안 제가 다졌던 일들이 커지고 제가 만든 시스템도 발전하는 걸 보면 묘한 쾌감 같은 걸 느낍니다. 공직자의 재미, 성취감 같은 거 아닐까요?
이영애_ 부서 명칭 디지털정부에 굳이 혁신을 붙인 이유라도 있나요?
이용석_ 과거에는 기술적 측면에서 디지털을 보면서 디지털과 혁신이 별도의 업무였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술이 대민 서비스에도 쓰이고 내부 업무에도 쓰이면서 사실 일하는 방식과 일하는 조직 문화가 같이 바뀌어야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민간과 협력으로 서비스 첨단화
이영애_ 디지털로 국민들이 혜택을 본다는 얘기는 숱하게 들었지만 체감은 덜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피부에 와닿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용석_ 그게 저희들에겐 숙제입니다. 많은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고 편리해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지금 국민 눈높이는 민간 서비스 수준에 맞춰 있습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상용 서비스 수준으로 본다면 정부의 서비스는 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민간 기술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술 협력, 즉 파트너십을 맺어 민간을 통해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바꾸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전에는 저희가 직접 앱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이거 써보세요 하니까 국민들은 그런 앱이 있는 줄도 모르고 접근이 불편하다 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제 그런 앱들을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라는 겁니다.
이영애_ 어떤 앱들이 있을까요?
이용석_ KTX SRT 예약 같은 게 그런 경우입니다. 서비스 접근성을 많이 높인 겁니다. 불편함도 줄여 일상에 부드럽게 녹아 들어가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홍보를 더욱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영애_ 디지털정부혁신실장님을 만났으니 제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제안을 합니댜. 제발 로그인 좀 안하게 할 수 없을까요? 정망 짜증나요.
이용석_ 아이디 비밀번호 다 외워야 하고 로그인 했다 또 다른 데 들어가려면 또 로그인하라 하니, 중간에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는 얘기 듣고 있습니다. 공인 인증 같은 번거로운 걸 쓰셨다면 이젠 네이버나 카카오 계정으로 간편 인증을 통해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민간기업과 협력을 맺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부 내에서 애니id를 쓰게 하는 겁니다. 사이트를 재방문할 때마다 다시 로그인하는 번거러움 없이 한번만 로그인 하면 다른 서비스들까지 연결해 쭉 이어져 쓸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올해 실행될 겁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이영애_ 네이버 구글 같은 거 맨날 검색하잖아요? 정부도 검색 플랫폼 만들어 핸드폰에 딱 넣으면 엄청 효과 클 것 같습니다.
이용석_ 바로 그게 통합 포털 사이트 개념입니다. 3월 중 오픈합니다. 홈텍스 같은 국세청 사이트 등 따로따로 들어가야 했던 것을 한 곳에서 검색 가능하게 한 겁니다. 그리고 검색도 원하는 정보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었는데, 질문을 주시면 답변을 통해 서비스를 알려주고 신청 방법 등을 제시해주는 형태를 갖추는 기능도 생길 겁니다. AI를 접합해 마치 대화하듯 술술 풀릴 겁니다. 작년부터 설계에 들어가 올해 실제로 1단계 사업이 착수됩니다. 이르면 올 연말 선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전에는 중견 중소기업과 직접 개발하는 바람에 첨단 기술력을 갖추는데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문호가 열리면서 첨단 기업 기술력을 그대로 접복시킬 수 있게 협력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AI가 그래서 접목이 가능한 겁니다.
이영애_ 디지털정부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화제를 좀 바꿔 공직사회 문화 얘기를 해보죠. 공무원 사회 아래 위 분위기가 옛날 같지 않다면서요?
이용석_ 예전 저희들이 느꼈던 공직사회 분위기와 지금의 소위 MZ세대 간의 인식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과거에는 관행이라고 했던 게 MZ세대에겐 고통이 되는 일이 있습니다. 조사를 해보면 ‘간부 모시기’ 같은 경우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많이 나옵니다.
이영애_ 공무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해주십시오.
이용석_ 이 질문 나올 줄 알고 준비를 했습니다. (웃음) 중증 외상센터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극중 백강혁 교수가 후배에게 하는 말입니다. ‘너도 너만의 이유를 찾아. 개같이 구르고 엿같이 깨져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그런 이유를’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다보면 명예롭거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악성 민원에 시달리거나 야근하는 순간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도 왜 공직생활을 계속 해야 하는지 나만의 이유를 찾아가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러분들이 그 이유를 찾는 동안 외롭지 않게 곁에서 응원하면서 공직사회 문화를 함께 바꿔갈 수 있도록 길을 찾아보겠습니다.
이영애_ 오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것 좋은 것 많이 배웠습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분을 모시고 말씀을 나누었기에 기쁨이 배로 큽니다. 실장님 같은 분이 진정 거인이라고 느끼면서 인터뷰 마무리합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