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희망을 채우자” 그 희망을 채우는 건 절반은 공무원의 땀이고 절반은 발품이었다. 곰팡이 냄새 진동하던 빈집은 채 마르지 않은 도배 냄새로 가득차면서 비로소 사람 입김이 닿기 시작했고 부서질 듯 다삭은 기왓장을 대신한 윤기 흐르는 검푸른 기와는 날렵한 추녀와 짝을 맞추었다.
이들이 재생될 빈집을 고르고 정비하면 귀농·귀촌한 청년이 들어와 꿈을 설계하고 신혼부부가 집들이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또 지역 예술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창작 공간을 빌려준다.
취재 한승구 기자 /사진 전화수 기자 /영상 전북도청 주택건축과 |

전북특별자치도는 방치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건축과를 중심으로 ‘2025년 희망하우스 빈집재생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빈집 정비를 통해 행정안전부 ‘24년 빈집업무 유공 기관표창’을 전국 유일 수상하였으며, 농촌빈집정비 관련 정부 주관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9년 연속 전국 1위(′16∼′24)를 달성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 재생 모델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있는 김용수 주택건축과장은 인터뷰를 통해 “본 사업으로 뚜렷한 인구 유입 효과가 있었고, 슬럼화를 방지하여 지역 마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올해도 28동의 빈집 활용 사업을 빠르게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빈집애(愛)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총 134,571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북의 경우 빈집이 18,300호로 전체 13.6%에 해당하며, 17개 광역시도 중 전남, 경북, 경남과 함께 높은 수치를 보이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전북도는 2015년 전국 최초로 ‘희망하우스 빈집재생사업’을 시작하여 2024년까지 총 150억 원을 투입하여 980동의 빈집을 정비했다. 빈집을 단순히 철거의 대상이 아닌 ‘주거’와 ‘문화’, ‘공동체’의 자원으로 다시 활용하기 위해 쓸만한 빈집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정비 과정을 거쳐 귀농·귀촌인, 지역 문화예술인 등에게 4년간 무상으로 임대하는 발전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김용수 과장은 계속된 인터뷰에서 공을 김관영 전북지사와 팀원들에게 돌렸다. 이어, “희망하우스 사업을 통해 빈집 소유자는 그동안 자라왔던 삶의 터전이 그대로 보존되고, 입주자는 무상으로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어 수혜자의 89%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주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빈집 확보의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로 빈집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비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빈집은 시군 곳곳에 방치되어 있고, 제반 상태도 각기 달라 활용가능한 빈집을 발굴하기도 힘들었다. 원 소유주가 사망했을 경우 유족들이 철거나 리모델링을 완강하게 반대하여 설득하는 오랜 과정도 필요했다.”며 사업 추진 과정의 애로사항을 밝혔다.
빈집을 발굴하면 철저한 사전 조사 후 공공디자인팀이 직접 현장에 나가 선정 작업을 꼼꼼하게 진행하게 된다. 보존 상태에 따라 4등급으로 빈집을 분류하고 철거나 리모델링을 결정한다. 보통 농촌 지역의 빈집은 장기간 방치되어 상태가 좋지 않아 정비에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
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낙후된 빈집은 계획에 따라 철거를 하거나 대대적인 정비로 비로소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일대 환경개선사업까지 동시에 추진하여 마을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철거나 리모델링 과정은 대부분 로컬 건설업체에서 진행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도 전북도는 ‘희망하우스 빈집재생사업’에 22억5천만 원 (도비 6억7,500만 원, 시군비 15억7,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동당 최대 2,500만 원을 지원하며, 향후 90동의 빈집을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빈집 정비 범위를 기존의 농어촌지역뿐만 아니라 도심 빈집까지 확장, 도시 재생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원 대상도 농촌 유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 포용적 주거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주거시설 개선형은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수급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저소득층과 귀농·귀촌인, 청년, 신혼부부, 농촌 장학생 등에게 임대 주택이나 쉐어하우스로 제공하여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
주민공간 조성형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 텃밭, 쉼터 등으로 활용하여 호응도를 높였다. 문화공간형의 경우 지역 문화·예술 활동가들에게 무상 임대하여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 전북도로 귀농하여 희망하우스에 입주한 임모 씨는 “정주여건이 우수한 지역의 정비가 잘된 주택을 4년 동안 무상 임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정착을 이끌어 주었다.”라고 밝혔다.
8년간 방치된 빈집에 입주하여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우석대 김천홍 교수(지역문제중점연구소장)는 인터뷰를 통해 “희망하우스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이주 귀농인, 유학생, 노동자 등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함께 삶을 영위하고, 지역에서 같이 봉사하면서 사는 거점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북도는 사업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으로 이원화되어 있던 조례를 통합하여 빈집 관리체계를 일원화하였으며, 작년 7월 행안부를 중심으로 4개 부처 합동으로 발족한 빈집TF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빈집 소유자 관리책임 강화를 위한 빈집 특별법을 제정·검토 중에 있으며 민간의 자발적 정비를 유도하기 위하여 세제 완화 및 해체 절차 간소화 등 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용수 주택건축과장은 그간 축적된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디테일하게 사업을 분석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등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2026년 사업 추진 시 보조금 상향과 지원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원규 공공디자인 팀장은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북의 현실이 안타깝다. 다시 사람이 돌아오는 실효성 있는 재생을 목표로 사업에 내실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주, 완주, 군산 등 곳곳에 산재한 사업 대상지를 돌며 기자에게 사업의 추진 과정과 성과를 상세하게 설명했던 김창희, 김정은 주무관에게서도 “청년들이 돌아오는 생동감 넘치는 지역을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을 들을 수 있었다.
전북도는 단순한 빈집 정비를 넘어 양적 확대보다 효율적인 빈집 활용과 사업 대상자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고 있다. ‘희망하우스’는 농촌에서 도심 빈집까지 정비 범위를 넓혀 도농간 균형 발전과 지역 재생의 통합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방정부티비유=한승구 기자]